벌써 작년 이맘 때 쯤이네
1년 전 까지만 해도 너랑 나 진짜 좋은 관계었는데
난 아직도 수능 끝나면 자기 여자친구가 되어달라는 너의 말이 이렇게나 생생한데 너는 어때
너의 그 말을 이후로 우린 사귀진 않지만 사귀는 사이가 되었잖아 솔직히 난 그것도 나름 나쁘지 않았어 매일매일이 썸 타는 기분이었거든
넌 분명 나보다 한 살이 많지만 나는 널 오빠가 아니라 너라고 불렀었는데
오빠라는 말이 그렇게 듣고싶었는지 내가 너보다 일 년 하고도 한 달이나 일찍 태어난 건 아냐고 떼를 쓰던 니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명해
너는 내가 누구보다 향기로 사람을 잘 기억한다고 했지
너에게선 항상 은은한 섬유유연제 냄새가 났고
향수보단 포근한 빨래냄새를 좋아하던 나에겐 네 향기가 제격이었어
네가 머물렀던 자리에선 항상 너의 향이 남아있었고 네가 지나간 길 마저도 너의 향이 널 따랐어
향기로 사람을 기억한다는 건 생각보다 많이 아픈 일이더라
그 섬유유연제는 너만 쓰는 건 줄 알았을 만큼 너한테서만 나는 향이었는데
며칠 전 길을 걷다 네 향기가 나서 나도 모르게 한참을 멈춰 서 있었어
혹시 네가 왔다 간 길일까 너가 저 상가 속에 있지 않을까 누굴 만난걸까
여기서 기다리면 널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몇 분을 거기서 가만히 기다렸어
그런데 넌 어디에도 없더라
잠시 내가 미쳤었나보다 싶어서 다시 가던 길을 가는데 갑자기 눈물이 막 났어
길거리에서 우는 거 너무 쪽팔려서 싫은데 참으려고 해도 계속 나와서 어쩔수가 없더라
깜깜한 밤이었어서 이왕 눈물 나는 거 그냥 계속 울었어
너는 왜 잊을 수 없는 향을 가져서 사람을 이렇게 먹먹하게 만드는지 모르겠어
학교에 너랑 똑같은 섬유유연제를 쓰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어
그 향을 내는 사람이 내 주변에 있다면 나는 자꾸 네가 생각나서 너무 힘들거같거든
다행히 아직까지는 보지 못했어
앞으로 졸업때까지 발견하지 못 했으면 좋겠다
나에게 넌 한 겨울 유자차처럼 따뜻한 사람이었고 커다란 곰인형처럼 포근한 사람이었어
너를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땐 너가 원하는 만큼 오빠라고 해줄게
오빠 지금 어디서 뭐 하고있어
나는 여전히 오빠 생각으로 하루를 채워
많이 보고싶어 오빠
보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