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에 엄마가 됐습니다.
애를 낳았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결혼도 안했고, 미혼모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스무살이예요.
어디 하소연할데도 없어 그냥 여기 와서 글을 씁니다.
저는 저보다 14살 어린 동생이 있어요.
동생이 둘 있는데, 큰애가 저보다 7살 어리고 작은애가 14살 어립니다.
남매끼리 7살씩 차이나네요.
두 동생들은 모두 남자고 첫째인 제가 장녀이기때문에, 어릴때부터 제가 동생들을 돌보는 역할을 했습니다.
큰애가 8살이 됐을쯤 막내가 생겼을땐 정말 돌아버리는 줄 알았네요.
그놈의 애들때문에 제 삶이 도대체 어떻게 되어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동생을 돌봐야하기 때문에, 누나니까, 동생이 많이 어리기 때문에 제 어린시절을 몇년이나 손해봤는지 헤아려보고싶지도 않습니다.
부모님은 맞벌이지만 엄마만 직장에 다니고 아빠는 프리. 그마저도 아빠는 열심히 일하는것도 자주 일하는것도 벌이가 좋은것도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가정은 엄마가 생활비를 벌구요. 아빠는 집에 계시는 편입니다.
아빠는 집에 있으면서도 애를 안봐요. 주말에 엄마가 일가고 아빠는 집에있고 애들은 집에 있을때, 제가 놀러가겠다고 하면 한바탕 난리를 칩니다.
엄마도 없는데 니가 나가면 애들은 누가 보냐, 언제 나가서 언제 들어올거냐, 점심은 해주고 가라, 저녁먹기 전에 들어와라. 저녁차려줘야된다
진짜 돌아버릴것 같아요
집에서도 제 공간은 거의 없습니다. 방이 있지만 동생들 놀이방으로 주로 쓰이구요 애들은 아빠 있는 안방에서는 놀지도 못합니다. 시끄럽다구요. 작은 애가 조금만 울어도 시끄럽다고 소리지르고, 애기들이 놀다보면 좀 시끄러울수도 있는데 그마저도 못참아서 좀 조용히 앉아서 놀 수 없냐고 소리지르고,
어떻게 애들이 조용히 앉아서 노나요? 다 큰 어른도 친구들하고 놀면 웃고 떠들고 시끄러운 법인데 애들을 어떻게 조용히 놀라고 하나요? 애기가 우는 걸 어쩌라는건가요?
그럼 제가 혼나요. 딸년이 미쳐가지고 컴퓨터나 핸드폰만 보고 앉았다. 제가 재수생이라 공부한다고 제발 부르지 말라 그러면 무슨 벼슬이라도 하는것마냥 굴지 말라고 화를 내요.
엄마는 일하고 밤늦게...오후 10시나 11시쯤 들어오시는 편인데 그때까지 애들은 오로지 제 책임이에요.
그러면 아빠는 어쩌다 가끔 설겆이나 빨래 해주면서 (그것도 일주일에 1~2번꼴) 생색을 내죠. 집안일 도와주는데 뭐가 힘드냐고. 가끔 밥도 해주지 않냐고. 밥도 가끔 해주시죠. 한달에 두세번쯤.
하루는 작은애랑 놀아주는데 저보고 엄마래요. 엄마! 하고 불렀다가 자기도 놀라서 아니 누나. 하고 다시 말해요.
또 하루는 진짜 피곤하고 서러운데 반찬해놓고 저녁 차려놓고 밥먹고 있으면, 작은애 밥 먹이고 있는 저를 아빠가 빤히 보더니 절더러 작은엄마래요.
진짜 도망치고 싶었어요. 지금도 도망치고싶어요.
전 엄마가 아니잖아요 그냥 누나일 뿐인데 엄마가 됐어요. 애들 챙겨주고, 밥도 해주고 집안일도 하고, 밖에 있는데 비가 오면 자연스레 집에 널어논 빨래 걱정이나 하고 있고 당장 오늘 애들 반찬거리 걱정이나 하고 있네요.
그런 저에게 일상이란게 존재하나요? 친구들은 저를 이해 못해요. 왜 애들을 니가 봐? 하는 투로 말하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미칠것 같아요.
놀러가는것도 내 맘대로 하나 못하고, 한달에 한두번 겨우겨우 나가는걸 가지고 무슨놈의 기지배가 밖에 싸돌아다니는걸 이렇게 좋아하냐고. 동생들 생각은 안한다고 이기적이라고.
집에서 큰동생한테 설겆이라도 한 번 시키려고 하면 엄마아빠는 아주 난리가 나요. 애꿏은 동생 시킨다 불쌍하지도 않냐. 그럼 나는? 나는 안불쌍해? 너는 다 컸잖아. 누나잖아!
진짜 미쳐버릴것 같아요.
한번은 아빠한테 눈 까뒤집고 대들었어요 왜 나만 하냐고. 왜 나만 밥하고 나만 청소하고 나만 집안일하고 내가 애보냐고 따졌더니
너는 딸이잖아. 남자애였음 안시켰지 이러길래 대들었다가 폰이 두번쯤 박살났네요. 이상한 물 들었다면서.
도망치고싶어 살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