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둘 집에 둘째 아들과 결혼한지 15년 된 여자입니다.
시어머니와 둘이 데이트를 많이 하는 편이라 시간과 대화를 많이 갖고 있어요.
누가 강요한 건 아니지만, 효도의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머님의 첫째 아들이 올해 결혼을 했어요.
윗동서가 생겼다고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윗동서 부부께선 먼 지방에 사시거든요.
아무래도 원래 제가 15년 동안 해 온 것도 있고, 가까이 사니 제가 시부모님을 더 챙겨드렸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불만이 전혀 없습니다.
저희 시어머니 정말 힘들게 살아 오신 분이예요.
미혼일 때는 장녀로서 돈 벌어서 친정 식구들 다 먹여 살리고, 결혼을 장남(시아버지)과 하셔서 시누, 시동생들 역시 다 먹여 살리며 시집살이(시댁살이라고 한 거 고쳤어요)도 엄청 하셨습니다.
입에 필터없는 시아버님이 제게 시아버님 본인이 바람 핀 얘기(과거)를 무용담처럼 하셨지만, 어머님은 아버님이 바람핀 사실도, 당연히 그걸 제가 알고 있단 사실도 모르십니다.
당신의 힘든 결혼 생활이 아버님이 바람을 안 폈기 때문에 유지된거라고 자랑스러워하시는 어머님 모습에 말씀드릴 수 없었어요.
입버릇처럼 당신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자신의 며느리들에게는 절대 시댁눈치 안 보게 한다고 좋은 시어머니라고 하시죠.
많이 배려해주시려고 노력하시는 건 맞지만, 좋은 시어머니는 아니셨어요.
제가 잘 해드린건 시어머니여서가 아니라 여자로서 어머님의 인생이 너무 가여워서였어요.
이제 본론을 말씀드리자면, 저희 시어머니는 당신의 인생이 그러했기 때문에 장손에 대한 집착이 강하세요. 집안의 첫째는 집안을 위해 고생을 너무 한다고요.
그런데 제가 집안대소사 다 챙겼고, 이 집 아들들은 부모님 생신조차 기억 못 해 제가 다 코치했어요.
제사 역시 제 주도 하에 모든 게 진행됐구요.
윗동서께서 결혼 후 첫 명절인 설날에 당일 아침에 와서 제사만 지내고 바로 친정갔어요.
전 이런 윗동서가 문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일을 더 한 저는 제 선택이었지(시어머니를 편하게 해드리고 싶은 맘), 누가 안 해서 한 건 아니었으니까요.
저희 시어머님 재산이 많은 건 아니지만 본인이 쓰실 만큼은 있으세요. 하지만 제사 지낼 아들들 줘야 한다며 70살이 다 되신 그 연세에 아직도 먹을 거 안 먹고 아끼십니다.
데이트하면서 제발 어머님 유산 나눠 줄 생각 말고 엄마 먹고 싶은거, 입고 싶은거 다 하면서 살라고 말했습니다. 70 평생 힘들게 사신거 이제 즐기셔도 된다구요.
제사는 의미로서 고인을 기리는 거지, 제사상 받아 먹겠다고 현생에서 굶어서 살 거냐구요..
그랬더니 어머님이 화가 나셨어요. 윗동서께서는 제사가 중요하다고 꼭 지내겠다고 했거든요.
제게 "너는 내 재산 안 주고 큰 애 줄 거다."라고 하시기에 엄마 돈 안 줘도 되니 엄마 충분히 쓰시라고 했더니 정말 제게 화를 내셨어요.. 상처 받아서 여쭤봤죠.
내가 이렇게 엄마를 모시고 놀러 다니는 것보다 엄마 죽어서 제사 지낸다는 큰며느리가 더 좋은 며느리냐구요.(윗동서에 대한 악감정이 있어 물어본 게 아니예요)
그랬더니 그렇대요. 죽어서 제사 지내준다는 며느리가 제일 고맙대요. 저는 즐기라고 하지만, 즐기라고 하면서 니가 나에게 돈을 주냐고 말만 즐기라고 하는데 누가 널 좋아하냐구요.
앞에 데이트를 자주 한다고 했는데 어머님과 4:6 정도로 돈을 써요. 어머님이 6으로 좀 더 사주시는 편이예요. 네가 돈이 어디 있냐면서 저 먹을 거 사주고 싶었다고 하시면서요.
전 그 모든게 추억인데 어머님은 부담이셨나봐요.
제가 미운데 그걸 숨기시고 저랑 데이트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어머님의 중요한 뭔가를 자극한 것 같아요.
근데 지금 마음이 꼭 차인 것 같이 마음이 너무 아파요..
이런 상황을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단 것도 알아요. 원망하지도 않구요.
단지 앞으로는 굳이 제 시간과 돈을 쓰며 어머님과 함께 하고 싶지 않는데, 그러면 저희 어머니는 외로우시겠죠..
그 모습이 또 마음 아프지만, 제가 더 중요하니 점점 안 보고 살아야겠죠.
현대의 제사는 사실 한국의 전통적인 모습이 아닌데..
뼈대있는 집안도 아닌데..
제사가 뭐라고 정말 이렇게 끝나네요.
너무 씁쓸한 마음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 오해하실까봐 덧붙이는데 윗동서와 어머님은 이삼일에 한 번씩 전화할 정도로 사이 좋고, 윗동서분께서 노력 많이 하시는 걸로 알아요.
** 저희 남편은 제가 그러다 보니 같이 몸으로 모든 걸 해드리는데 생색 잘 내고, 말을 싸가지없이 하는 편이예요. 큰아들은 결혼 후 명절 말곤 얼굴 한 번 보러 오지 않고 부모님께 먼저 전화한 적도 없지만, 전화하면 세상 다정하게 부모님을 위해 말하는 스타일입니다. 시부모님은 큰아들을 더 좋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