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네이트 판 회원여러분.
저는 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많은 의료진 중 한명입니다.
저의 짧은 경력으로 많은 분들이 보는 이런 홈페이지에 글을 남기게 되는 이유는
아마도 사실은 변해가는 제 마음을 돌아보는 스스로를 위한 일이 아닌가 합니다.
응급실이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폭행, 난동, 주취자, 경찰, 사고, 복잡함, 끝없는 대기 정도일거에요.
간호사 입장에서 응급실에서 흔히 하는 질문들에 대해
잠시 써보려 합니다. 아마 이 글을 안 읽으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한번 읽어보시면 응급실에 가실 때 어느정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1. 내가 먼저 왔는데 왜 저 사람이 먼저 들어가죠?
-응급실에서 제일 듣는 말 중에 하나입니다.
현재 한국은 KTAS 라는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라는 것을 씁니다.
응급환자를 우선진료하고, KTAS를 시행하여 한 병원에 응급환자가 몰리는 것을 예방하여
조금 더 원활한 진료를 시행하고자 쓰고 있는 도구 입니다.
이제는 많은 분들의 인식이 높아져 응급실 진료는 도착 순서가 아닌 응급환자 우선진료임을
한번 쯤은 들어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심정지가 왔는 환자와 감기로 열이 높아서 왔는 환자 중 의료진이 먼저 봐야할 환자는
당연히 심정지 환자일 것입니다.
너무 극과 극인 상황을 예로 들긴했지만, 사실 이런 초응급 상황일 때는 시민의식이 높아져
기다리는 것을 당연하다 해주시는 분들이 참 많아졌습니다.
설사를 하고, 토를 미친듯이 하여 기운이 없는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선
나도 응급이라 생각하겠지만 응급실 안에는 여러분이 보지 못하는 초응급까진 아니지만
응급환자들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아마 응급실에 계신 의료진 모두 빨리
진료를 보기위해 노력하고 있을거에요.
진료거부가 아니랍니다ㅜㅜ
2. 엉덩이 주사보다 수액이 더 효과가 좋지 않나요?
- 주사를 주는 방법으로는 피내주사, 피하주사, 근육주사, 정맥주사가 있습니다.
이건 효과가 더 좋다, 안좋다가 아니라 단지! 정말 그냥!
주사를 주는 방법에 차이입니다.
적당한 예가 될지 모르겠으나 쌀을 죽으로 먹는가, 밥으로 먹는가 정도의 느낌?
죽으로 먹든, 밥으로 먹든 결국 쌀을 드시는거죠.
또한 주사제에 따라 근육주사만 가능한 약, 정맥주사만 가능한 약이 있고
이는 의사에 판단에 따라 처방이 내려지는 겁니다.
의사 선생님이 엉덩이 주사 한대 맞고 갑시다. 하면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치료효과가 있다고 판단하셨기 때문일거에요.
수액이 필요한 환자에겐 환자가 거부하더라도 수액을 맞으면서 경과관찰을 하자는 등
필요한 얘기를 해주실겁니다. 엉덩이 주사라고 대충 보고, 수액주사라고 더 빨리 좋아지고
그런건 절대 아니니 이런 오해들은 하지 않으셨음 합니다.
또한 소아의 경우 kg에 따라서 들어가는 수액의 양이 있어요.
무조건 수액을 많이 맞는다고 좋은건 절대 아니에요.
의사의 처방을 믿으셨음 좋겠습니다.
3. 도대체 물은 언제 먹을 수 있죠?
-구역, 구토, 설사, 복통등 배가 아파서 응급실에 온 경우 대부분 물도 포함해서
아무것도 드시지 마시라고 합니다. 이유는
첫번째, 피 검사 결과를 본 후 필요에 따라 추후 검사가 금식을 필요로 하는 검사가
있을 수 있어서
두번째, 이미 토하거나 설사를 하고 있는 경우 물만 마셔도 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피검사 후 복부 CT를 찍고나면 또 물 드셔도 되냐고 물으세요.
아마 복부CT 까지 찍으시는 분들이라면 이미 수액으로 수분이 공급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 참아주시고, 너무 많이 입이 마를 경우 거즈에 물을 묻혀 입술을 축이셨음 합니다.
4. 며칠전에 피검사 하고 사진도 찍었는데 오늘 왜 또 하죠? (혹은 전원 오신 경우)
방금 전에 그 병원에서 피검사 하고 왔는데 왜 여기 병원에서 또 해야되죠?
- 저 얘기를 하면서 제일 많이 듣는 말은 돈 받아먹으려고 그런거 아니냔겁니다.ㅜㅜ
아닙니다! 전원을 오신 경우에 다시 피검사하여 이전 검사와 수치를 비교하려고
하는겁니다. 피검사로는 생각보다 많은 검사를 할 수 있습니다.
산소수치나, 심장효소수치등 이러한 검사들은 몇시간 간격으로라도
비교해야할 필요성이 있어요. 며칠전 피검사 수치와 오늘 피검사 수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합니다.
5. 아기가 열이 날 경우에 해열제 복용
-집에서 아기가 열이 날 경우에 해열제를 먹이고 응급실에 데려오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경우에는 이미 해열제를 먹었기 때문에 응급실에서 시간간격 없이 해열주사를
주기에는 저체온증의 위험이 있어 해줄 수 있는게 없을 때도 있습니다.
해열제는 4시간-6시간 간격등 처방받으신 대로 복용 하되 계속 열이 올라 병원에 와야겠단
생각이 드시면 처방받은 해열제가 어떤 계열인지 처방전을 확인하시고
마지막으로 해열제를 먹인 시간을 체크하시고 내원하시는게 도움이 됩니다.
6. 기운이 없어서 영양제 좀 주세요.
- 응급실에는 비타민이 없습니다. 외래에서 노란 수액을 맞으신 후 공휴일이나 일요일에
수액을 맞으시러 응급실 가시는 분들 계실거에요. 노란색 섞어 달라고 하시는데,
응급실에선 비타민 처방이 안됩니다. 응급실은 말그대로 응급실입니다.
그럴 리 없지만 쉽게 예를 들자면 비타민이 부족해 심정지가 오지 않는 이상은
피로회복을 위해 비타민을 줄 수가 없지요ㅠㅠ
또한 큰병원이 아닌 곳에선 비급여로 영양제를 맞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 영양제는 밥을 씹어드시기 힘든 어르신들이 단백질 공급을 위해 맞는 거에요.
걸어오시는 분이 몸이 너무 피곤해서 영양제 한대 주세요. 해서 맞는 경우는
비급여로 맞는 영양제 비용으로 나가서 맛있는 밥 한끼, 고기 사드시는게
더더더더더 좋아요.
7. 응급실 왔는 김에~ 내가 허리도 좀 아파요.
-병원에 오신 김에 이것 저것 아프신 곳을 다 보고 싶은 마음도 알겠지만
~하는 김에 왔는 김에 이것도 봐주세요, 저것도 봐주세요. 가 응급실에선 어렵습니다.
응급실에서 할 수 있는 검사는 제한적이고(작은병원일수록) 외래진료보다 돈도 더더
많이 들어요. 그리고 응급의학과는 진단을 내리는 과라고 하기보다
응급 증상을 조절 한 후 지속되면 외래 및 해당과로 안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뇌출혈 의심 환자가 왔어요.
응급의학과는 뇌출혈 의심환자에게 수액을 달고, 피검사를 내고 머리 CT 검사를 합니다.
CT에서 뇌출혈 소견이 보여요. 그러면,
응급의학과 ->신경외과 로 보고를 하고 그 이후부턴 신경외과에서 그 환자를 보게됩니다.
다른 분야 역시 같아요.
침대에서 떨어졌는데 대퇴부가 너무 아파서 응급실에 왔어요.
응급의학과는 진통제를 주고, x-ray 검사를 합니다. 이상이 있을 경우
응급의학과 -> 정형외과에 보고를 하고 그 이후부턴 정형외과에서 환자를 봅니다.
조금은 이해가 되시나요..?
그러니 오신김에...라는 말은 응급상황이랑은 맞지 않는다는거지요.
8. 항생제 반응 검사해서 괜찮다고 했는데 왜 이러죠?
-항생제나 조영제등 쉽게 말해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약들은 약이 들어가기 전에
AST라고 피부반응검사를 합니다. 이 반응 검사에서 결과가 괜찮다고 나오는 분들 중에
간혹 항생제가 들어가면 몸이 간지럽거나, 구토를 하는등 부작용을 겪을 수 있어요.
이건 주사가 잘못 들어간게 아니라, 의사가 약을 잘 못 처방한게 아니라
그냥 그 약이 환자 본인과 안 맞는겁니다.
그리고 그런 약이 있다고 하면 약품명 혹은 성분명을 기억해놓으시고
다음에 병원에 가실 때 미리 말씀해주시면 의사선생님이 다른 계열의 약으로
처방해 주실 테니 본인이 주사를 맞고 알러지 반응이 있었다면 꼭 미리 말씀해주세요.
9. 입원실엔 도대체 언제 올라가죠?
-입원을 하시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1. 응급실 대기 2. 진료 본 후 주사 대기 3. 검사 결과 대기 (피검사 한시간~한시간 반
피검사 결과에 따라 추가 검사 가능) 4. 해당과 선생님 대기 -> 입원결정
이런 수순을 많이 밟으실 텐데요.
대기, 대기, 대기에 입원이 결정되면 이제 그만 입원실에 올라가시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응급실에서 오더를 다 받고 난 후에도 응급실 사정 혹은 병동사정 으로 못 올라 갈수도 있습니다.
입원할 병동에 응급환자가 생겼거나, 퇴원환자 자리라 환자가 퇴원하고 전산이 정리 될 때까지
기다려야 된다거나 저희도 최대한 빨리 올려드리고 싶습니다.
안 올리는게 아닙니다.
10. 벌에 쏘인경우, 벌레에 물린 경우, 뱀에게 물린 경우 바로 오세요.
-된장을 바르거나, 고무줄로 불린 부위를 묶어서 오거나
민간요법을 하고 오시는 경우가 많으신데 그냥 빨리 오시는게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
덧붙이자면 굳이 벌레나 뱀의 사체는 안가져오셔도 됩니다.
살아있는 체로도 안가져오셔도 됩니다ㅜㅜㅜㅜ
뱀에게 물렸다면 뱀의 머리가 둥근모양인지, 삼각형인지 정도만 기억해주세요.
벌이나 벌레에게 쏘이거나 물린 경우 통증이나 가려움 뿐만아니라
1. 목소리가 변한다, 2. 가슴이 답답하다. , 3.숨 쉬기가 어렵다 정도의 증상이 있으면
최대한 빨리 병원에 오셔야 합니다.
+) 응급실 와서 한 거라곤 주사 한대 맞았는게 다인데 돈이 너무 많이 나왔다!!!!
- 그래서 정말 급하지 않은 이상은 외래에 가시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응급의료센터-권역응급의료센터까지 응급의료관리비라는게 있기 때문에
정말 주사 한대만 맞아고 5만원이 가까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ㅠㅠ
이런 경우가 있을 까봐 단순 환자같은 경우는 앞에서 진료비 비용부담을
미리 설명하는 경우가 있는데 진료 보신 후에 돈 많이 나왔다고 간호사한테 화를 내셔도
저희가 깎아드릴 수가 없어요...
되도록 응급실에 오실 때는 옷은 간편하게 입고 오시고
여성분들 같은 경우 심전도, 흉부x-ray 등 속옷, 목걸이, 팔치를 벗어야 하는 경우도 많으니
밤에 많이 아프시면 갖춰 입고 화장하신다고 시간 지체하지 마시고 그냥 오시면 됩니다.
특히 틀니, 보청기는 간호사가 검사 전 물어보겠지만 틀니 같으 경우는
빼고 오시는게 좋습니다.
아마 응급실 뿐만 아니라 많은 간호사들이 이 글처럼
친절하게 설명해 드리고 싶어 할거에요.
다만 너무 바쁘다보니 그러지 못하는거죠.
저 역시 퇴근할 때마다 더 잘 해주지 못한 환자가 꼭 생각이 납니다.
여기 다 쓰진 못했지만
병동 역시 내가 환자에게 피검사나 주사를 주려고 가면 꼭 환자가 자리에 없고
다른 환자 일로 또 한참 바쁠 때 아까 자리에 없던 환자가 나타나고
통합간호병동일 경우 간호사 일은 일대로 해야하고 물도 떠줘야 하고
티비도 켜드려야하고 불도 꺼줘야하고 사실 힘들고 짜증나는 상황이 많을거에요..
내가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주고 싶다 생각하여
간호사가 되고 싶었는데 막상 간호사가 되고 몇년을 보내니
점점 화가 많아지는 간호사가 되는 것 같아 회의감이 드는 요즘입니다.
이제 이 화 조차 숨기고 누그러트릴 수 있을 때
비로소 윗년차 선생님들같은 경지에 이를 수 있는건가 싶고ㅠㅠ
간호사도 환자 및 보호자분들의 입장을 이해는 하지만
저희 역시 최대한 일을 빨리 해결하고 싶은 사람들일거에요.
무조건 소리지르고, 화낸다고 안되는 일이 더 빨리 되진 않거든요.
날씨가 더워서 응급실에도 환자가 더 많이 는것 같은 요즘
출근하기전 하소연 처럼 쓴 글이 이렇게나 길어졌네요.
오늘 하루는 짜증내지 않고 친절한 간호사가 되길 저 또한 다짐합니다.
여러분들도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