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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신 마주치지 않았으면 해

남자 |2019.08.06 15:57
조회 934 |추천 0

어디 혼자 떠들 곳이 없어서 여기다 끄적여본다.

 

인문계 다니던 어리바리가 특성화 고등학교로 전학가서 적응 못할 때, 처음으로 관심 가져주던 너였어.

 

그렇게 2학년이 되어서 친구들의 도움으로 너와 제대로 연락을 시작하고, 방과 후에 근처 대학로에서 자주 데이트하며 잘 지내던 중 사귀게 되었잖아? 너는 내 첫사랑이였어.

 

생각해보면 너무 행복했다. 너의 털털하고 똑 부러지는 성격이 내 부족함을 채워주는 기분이 들었고, 너의 환한 웃음이 내 멍한 표정을 웃음으로 바꿔줬었지.

 

우리는 서로의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면서 즐겁게 학교 생활을 했고, 방과 후나 주말에 데이트를 하며 서로에게 소홀하지 않게끔 많이 사랑했었어.

 

내가 3학년 2학기에 취업을 나가게 되면서 너와 만나는 횟수가 적어지고, 서로에게 지쳐가던 중 심한 상처를 주며 이별을 했잖아. 뭐 결국 몇달 뒤에 서로 얼굴 보면서 사과하고 다시 연락했었지만?

 

물론 나는 너한테 마음이 많이 남아있었어. 친구들은 너와 내가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 항상 지치지 않냐, 내가 너의 쎈 성격을 감당할 수 있냐 라며 꾸지람을 줬었는데,

 

걔네들이 너를 겪어보지 않아서 그럴 수 있다며 나는 콧방귀를 뀌었었어. 그러면서 계속 너에게 남아있는 호감을 표시하며 너와 잘 해보려 했지.

 

너도 나한테 그랬잖아. 나만큼 잘 챙겨주고, 오래 정을 줬었던 사람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고. 설령 다른 사람과 홧김에 연애는 한 두번 할 지언정 결혼은 꼭 나랑 하고 싶다고.

 

그래 그럴 수 있어. 나도 물론 그런 생각이였으니까.

 

그런데 넌 나한테 말로는 연애 한 두번이라 해놓고 그것보다 더 많이 만났잖아! 이건 너의 자유니까 내가 뭐라 할 수 없지만...

 

새벽에 연락이 닿아 둘이 술을 마시게 되었던 그 날 내가 너의 손을 잡았을 때, 너도 그 때 생각난다며 웃으며 깍지를 껴주었고, 코인노래방에 가서도 내 무릎베개를 베고 피곤하다며 잠이 들었고... 이 때 까지만 해도 너도 나에게 마음이 남아 있어서 다시 잘 될 줄 알았어.

 

그런데 그 후가 문제였지. 집에 데려다 주는길에 다른 남자와 잔 얘기를 어떻게 나한테 아무렇지 않게 꺼내고, 아는 오빠들이 자기를 많이 좋아한다며 얘기하고.. 대체 나한테 뭘 바란거야?

 

관계를 가질 때 나보다 더 잘하고 대단한 사람이 있었다고? 아무리 우스갯소리로 한 거겠지만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거야? 그래서 나보고 분발하라고?

 

그런 얘기를 들어도 내가 웃으면서 과거니까 넘길 것 같았던거야?

 

너의 말을 들은 순간 기분이 너무 나빠서 중간에 나 혼자 집에 가버렸잖아.

그리고 모르는 척 갑자기 왜 갔냐며 연락한건지 이해가 안 간다.

 

나 집가는 길에 얼굴도 모르는 새끼들이 너한테 별의 별 행동하는걸 상상하며 울면서 갔어.

너도 나한테 마음 있는 줄 알았고, 다시 잘 만날 줄 알았거든? 너야 어떤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남이 보기엔 우리 누구보다 좋은 사이였어.

 

그럴거면 내가 호감을 표시할 때 받아주지 말던가, 술 마실때 나 만큼 좋은 사람 없다며 흔들어놓지 말던가, 내가 손 잡으면 뿌리치고 화를 내던가, 무릎베개도 하지 말았어야지.

 

이젠 너랑 연락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어. 그래서 카톡도 읽고 씹었던 거고.

만약 다시 잘 된다 하더라도  그런 상상을 한 번 해버린 순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으니 정이 떨어지더라.

 

마지막까지 나한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해준 너에게 정말 해주고 싶은 한 마디야.

 

제발 다신 마주치지 말자. 너의 주변에서 맴돌지도 않을게.

그리고 너 주변 남자들이 너를 너무 헤프고 쉽게 보기 시작하더라. 술 자리 좀 많이 줄였으면 한다. 먹어도 사리분별 똑바로 할 수 있게끔 먹던가. 니 소식이 안 들렸으면 좋겠어. 잘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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