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성격에 이런 글 절대 찾아보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쓰는 글이야. 차마 너한테 찾아가서 이 말을 전할 수는 없을 것 같고 그냥 정말 어쩌다 이 글을 보게 되더라도 그냥 그렇구나 하며 생각해줬음 좋겠어
몇 년 전 같은 반에서 만나 내가 먼저 말을 걸고 친해지게 되었던 우리 둘이 이렇게 오랫동안 친구를 이어나갈 줄은 상상도 못했어. 아무도 견디지 못한 내 지랄맞은 성격에, 소심해 보였지만 속은 아니었던 너였으니까
우리 둘 다 각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응원해주고 도와주고 혹시라도 까이게 되면 괜찮다며 토닥였지. 서로의 가정사도, 더 힘들었던 이야기도 다 들어주면서 몇 년을 낑낑대며 이어왔던 것 같아.
우리는 달랐지만 비슷했잖아. 그 몇 년동안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며 같이 버텨왔잖아.
나는 그렇게 끈끈했던 우정이 한순간의 고백으로 연인이 될 줄 몰랐어. 하룻밤 사이에 친구에서 연인이 된 우리가 나는 너무 꿈만 같더라. 솔직히 부족할 게 없던 너였는데 왜 날 좋아하나 싶기도 했고 니가 너무 아깝더라고.
친구에서 애인이 되고 손을 처음 맞잡은 그 날도 나는 너무 두근거려서 손에 땀이 막 흐르더라. 넌 몰랐을 거야 그 전에 내가 손을 뺐으니까
함께 밤을 지새웠던 날도 피곤하다고 곤히 옆에서 자는 널 보면서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어. 좋아해서 예쁘게 보이는 건지, 예뻐서 좋아하게 된 건지 사실 나는 잘 모르겠어.
근데 나는 그 때 느꼈나봐.
몇 년을 함께 보냈던 그 우정이 절대 허투루 보낸 시간이 아니라고, 우리가 여지껏 사랑이 아니라 우정이었던 건 정말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고 그렇게 느꼈어. 그냥 나는 널 좋아했음에도 이건 아니라고 느꼈나봐.
남녀 사이에 친구가 없다는 말에 부정했고 사귀고 난 뒤, 한 번 사귀면 친구는 절대 못한다는 말에도 우리는 부정했지만 나는 그 약속을 둘 다 못 지키는 것 같아. 내가 네 고백을 거절했더라면 우리는 아직 친구였을까?
헤어지고 나니 내가 너무 힘든 걸 바로 달려가서 1순위로 말했던 네가 없으니까 너무 힘이 들더라. 네가 그립고 너무 보고 싶다기 보다 늘 있던 자리에 네가 없고, 시시콜콜한 말로 안부를 주고 받을 수가 없게 되어버리니까 그게 너무 허무했어.
헤어지고 며칠이 지났는데도 나는 아직 너한테 연락을 할 수가 없어. 다시 너와 닿게 되면 아직 괜찮지 못한 내가 또 너와 친구가 아닌 그 이상을 하고 싶게 될까봐 연락을 못 하고 있어.
그냥 못 이기는 척 나한테 먼저 연락해주면 안 될까? 아무리 생각해도 친구인 내가 필요하다고 그렇게 찡찡거리면서 다시 다가와주면 안 될까?
늘 그랬듯 난 그 자리에 있어. 네가 와주면 난 다시 반갑게 맞이해줄 자신이 있어.
좋아하는 감정을 묵묵히 묻어두고, 시간이 지나 괜찮아졌을 때 나는 너에게 다시 연락하겠지만 네가 먼저 괜찮아진다면 네가 연락을 먼저 해줄 수 있을까?
그냥 나는 이 말이 너무 하고 싶었어. 기다릴테니 연락해달라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