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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해도 좋아지지 않는 아빠... 제가 못된걸까요

ㅇㅇ |2019.08.12 19:37
조회 16,596 |추천 60
우선 방탈 죄송해요.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게시판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했어서....

저는 올해 갓 스무 살이 된 대학생입니다.
본가는 강원도에 있고, 대학생활은 서울에서 하고 있어요.

제 고민은... 보시는 제목 그대로입니다.
어릴 때부터 받은 상처가 많아서.... 아버지가 좋아지질 않아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상처를 받는 상황이세요.

그럼 제가 왜 이렇게 아버지를 싫어하게 됐느냐하면...
아주 사소한 이유들이 쌓여서예요.

저는 어린시절, 아버지랑 친한 기억이 없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제가 아주 어릴때부터 밖에서 장사를 하셨고, 늦은 시각이 되서야 집으로 돌아오셨습니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저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셨고, 많은 대화를 나눠주셨어요. 저는 어머니에겐 숨기는 거 없이 다 말하고 전적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절.. 아버지는 일이 힘들다는 이유로 집에 돌아와도 저와 오빠 (위로 오빠가 한 명 있습니다)에게 얘기 한마디를 걸지 않으셨고, 거실에서 티비만 보셨습니다. 너무 대화를 안하다보니 가끔씩 아버지가 말을 걸어오면 긴장됐고, 존댓말과 반말이 섞어 나오곤 했어요.

아버지는 제 학교생활 등등에 전혀 관심이 없으셨습니다. 폭력은 없었지만, 아무런 유대감이 없었죠.... 이때의 어색함이 아직까지도 이어져서, 아버지와 둘이 남겨지면 숨이 막혀옵니다. 또래 친구들이 아버지에게 안겨 애교를 피우고, 편하게 얘기하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어요.

그러다 제가 초등학교 때였어요. 저는 타고나길 문과쪽 머리로 타고난 사람이라, 어릴 때부터 수학을 참 못했어요. 노력을 안한 게 아니었죠.

저에게 관심없던 아버지가 유일하게 관심을 가지는 건, 제 성적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성공하는 사람은 수학을 잘한다는 마인드가 박혀 있었고, 만회하기 위해 다른 과목을 잘 해와도 수학을 못하니 넌 쓸모 없다는 식의 발언만 반복하셨습니다. 성적을 잘 받아오라고 강요한 건 아니었지만, 꼭 제 성적을 확인하셨고 한마디씩 하셨습니다. 아주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셨죠..

저는 이 일로 수학에 대한 큰 트라우마가 생겼고, 급기야 중학교 때까지 수학 시험을 볼때마다 손이 떨리고 식은땀이 나고 눈물이 나는 현상을 겪었습니다. 고등학생이 돼서 청심환 먹어가며 겨우 고쳤지만... 아직도 생각하면 힘듭니다.

그렇게 아버지와는 여전히 데면데면하며 살아가던 저에게... 조금 큰 일이 생깁니다. 저희 집이 장사를 접고 아버지의 직장이 강원도로 옮겨가게 되면서, 저 역시 강원도로 이사를 가게 된 것입니다.

번화한 도시에서 살던 제게 강원도는 낯설었습니다. (강원도 비하 발언은 아닙니다. 어렸던 제가 철이 없었던 거겠죠...) 결국 저는 전학 간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고, 중학교 1학년의 나이에 심각한 우울증을 앓게 됐습니다. 친구가 없었고, 좀비라고 불리며 무시당했습니다.

이 당시에 저희 어머니가 정말 많이 고생을 하셨습니다. 본인도 낯선 지역으로 오셔서 힘든데, 저를 위해 상담센터도 데리고 다니시고, 늘 저와 함께 울어주시고.... 너무 감사했습니다. 다행히 그 다음 해에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 심적으로 회복도 할 수 있었죠.

그런데 이 때에도 아버지는 여전히 제게 무관심했습니다. 어머니가 저와 같이 울어주시고, 제 학교 얘기를 들어주시고, 같이 고민하실때... 아버지는 곁에 없었습니다. 어쩌다 매일 우는 저를 질린다는 듯 쳐다보시며 "엄마 힘든데 적당히 해라" 라고 하실 뿐이었죠.

솔직히 말하면 이때 완전히 맘을 닫은 것 같습니다. 저를 양육해주시고, 절 위해 일하시고 고생하시는 건 알지만... 저는 아버지에게 가족의 정을 느낀적이 없었습니다. 힘들 때 늘 아버지는 제 곁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중학교 생활이 마무리 지어지고... 저는 고등학생이 됩니다. 막상 고등학생이 되니 대학에 가고 싶더군요. 그런데 저는 중학교 때, 여러가지 일들로 공부에 소홀했고... 기초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제게는 어릴때부터 바래왔던 꿈이 있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선 공부를 열심히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작정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기초가 끊어진 상태에서 ... 아무리 열심히 한들 효율이 오르지 않았고... 새벽까지 열심히 했으나 성적은 초라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어느날은 밥도 안먹고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다 너무 배가고프더군요... 그래서 학원에 가기 전 잠깐 집에 들러 컵라면을 끓였습니다.

그런데 ... 마침 집에 계시던 아버지가 방에서 나오시더니... 저보고 대뜸 한마디를 건네셨습니다. "성적도 안나오는 게 공부하는 척 하지말라"고... 저는 이때 너무 큰 충격을 받았고.... 그 자리에서 엉엉울며 아빠가 나에게 그런 말을 왜하냐고.. 소리쳤습니다.

그때 입도 대지 않은 컵라면도 싱크대에 다 부어버리고... 무작정 뛰쳐나와서 길거리에서 엉엉 울었습니다. 결국 또 위로해준 것은 엄마였죠. 아버지는 나중에 사과하셨지만... 저는 한 귀로 흘렸습니다.

어쨌든 저는 계속 공부하였고... 교내에 소문이 날 정도로 성적이 가파르게 오르게 됩니다. 결국 고2때는 전교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제가 고3때부터 조금씩 친근하게 말을 거시더니.. 나중엔 입시에 대해 이것저것 막 알려주려고까지 하셨습니다. (인터넷에서 나름 알아보신 것 같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말 거는 것 자체가 어색했고... 솔직히 싫기도 했습니다. 내가 알아서 하고 있었는데... 왜 이제와서 엄마도 아닌 아빠가..? 싶기도 했구요

그래서 아빠의 말을 많이 무시했고... 짜증도 냈습니다. 내가 알아서 한다구요. 그러니 나중에 술을 먹고 상처가 되신다 하시더라구요. 자기도 예전에 잘못한 거 안다고... 노력하고 있다고. 엄마마저 아빠가 노력하고 있으니 알아달라는데... 저는 싫었습니다....

어찌어찌 입시를 끝냈고, 다행히도 제가 원하는 과로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인정받는 곳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아빠는 저를 무척 자랑스러워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왜 아빠가 기뻐하실까.. 왜 이제와서..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들고, 아무리 살갑게 말을 걸고 저와 친해지려고 노력하셔도 차갑게 대하게 됐습니다.

대학 때문에 기숙사에 들어온 후에도 어머니에겐 매일같이 안부를 물어도 아버지에겐 먼저 안부전화 건 적 없습니다. 물을 말이 없기도 하고... 저는 여전히 아버지와 대화하는게 힘들어서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젠 모두가 저를 보고 그만 좀 하라고 하네요...
노력하고 있지 않냐고. 이제 친하게 지내면 되지 않냐고...
왜 그래야 하는걸까요.
저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어머니도 아버지에게 자꾸 제가 좋아하는 과자같은 걸 사오라고 시키고... 저와 관계진전이 되길 바라는거 같아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제가 정말 못된건지..
저는 이미 끊어졌던 관계라고 생각하는데...
그냥 예전처럼 데면데면하고 싶습니다.
아버지가 친해지려고 하는게 부담스럽고 간섭처럼 느껴져요.....
추천수60
반대수14
베플이런|2019.08.16 14:02
저희 아빠랑 똑같네여 어릴때 손이 많이 갈 때에는 귀찮으니 모른척 하고 나중에 다 크고 나서 이제 자기 노력이 들어갈 필요가 없고 자기 자신은 도움 받을 시기가 다가오니 갑자기 살갑게 하는 겁니다. 바로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이익' 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글쓴님은 -> 아버지에게 불이익(감정노동 싫음, 징징거리는 거 듣기 싫음..) 어른 글쓴님은 -> 아버지에게 이익(돈,노후대비,병원수발등등...) 엄마는 평생 그렇게 살아 오셔서 안 고쳐지십니다 일종의 스톡홀름 증후군이죠 오랬동안 같은 상태에 계셨기 때문에 그게 '당연하고 정상적인' 것이고 님만 비정상이라 이겁니다.
베플ㅇㅇ|2019.08.16 14:08
싫다는데 감정을 강요하는것도 또 다른 폭력이죠. 이제와서 남들보기에 번듯한 가정이 갖고싶어 ''너 하나 참으면 다 괜찮아''라는말 같네요. 근데 나 하나 참으면 나빼고 다 괜찮지... 쓰니 아버지 쓰니가 잠깐 주춤하면(취준으로 고생한다던가) 또 자존심 뭉개는 막말할텐데.. 지금부터라도 서서히 독립 준비해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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