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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이 된 우리아빠

우리아빠 |2019.08.24 13:38
조회 2,256 |추천 10

안녕하세요. 그냥 털어놓을 곳이 없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무슨 이야기부터 꺼내야할지 막막하네요.
우선 저는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엄마 밑에서 자란 고등학생입니다. 저는 현재 엄마와 살고 있고 아빠는 몇 년동안 얼굴 못보다가 어제 봤습니다.

중환자실에서요.. 네. 저는 평생 들어갈 일 없다고 생각했던 그곳이요. 약을 먹고 쓰러졌다고 합니다.
몇년만에 본 아빠는 흰머리가 더 많아져 있었고
말도 못하고
손 하나 움직이는 것도 마음대로 안되며
호흡기를 떼면 삶을 장담할 수 없고
10일째 아무것도 먹지 못해 광대뼈가 다 튀어나와있었으며
몸에는 수많은 호스가 꽂혀 있고
삐쩍 말라 가슴뼈가 다 튀어나와 있었으며
눈도 저를 향하지 못했습니다.

몇 년을 못 봤는데도 아빠의 형제이신 작은 아빠가 중환자실 두 바퀴를 돌아도 못찾은 아빠를 단번에 찾고 오열했습니다. 난 그동안 뭐하느라 아빠 얼굴 하나 못보고 살았나 싶고 나는 이렇게 잘살고 있었는데 아빠는 왜 이렇게 됐나 죄책감이 들어 하염없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저께까지도 의식 없이 눈도 혼자 못감아 24시간을 뜬 채로 있었다고 했는데 어제는 저희를 기다리셨나 봅니다.
엄마가 말씀하시니 쳐다보지는 못하지만 눈물도 흘리고
눈물을 닦아주니 눈을 감고
손 잡아보라니까 약하게나마 힘을 주고
제가 사랑한다고 말하니 있는 힘껏 끄덕였습니다.
저만의 착각이겠지만 저를 보려고 눈동자를 돌리려고 하는 것 같았고
말을 하고 싶어 입술을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어른들은 아빠를 보낼 것이냐, 안보낼 것이냐로 싸우고 계십니다.
아빠는 수술을 해도 식물인간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큰아빠의 입장은 평생을 반불구로 살아도 정상적으로만 살 수 있다면 희망을 가지고 당연히 수술을 할 것이지만 식물인간이라면 보내주는 것이 맞다.
작은아빠는 어떻게 사람의 생명을 그리 쉽게 결정하냐. 나는 내 장기를 팔아서라도 우리 형 얼굴 며칠만 더 볼 수 있다면 살리고 싶다.

저는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당연히 큰아빠 의견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는 금전적인 것도 큰 문제니까요.
그런데 감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어 작은아빠 편이 되고 싶습니다.
물론 저는 결정할 힘이 없지만요..

두 분 다 가슴이 찢어지게 슬프신거 알죠..
어떻게 같은 핏줄이 아빠를 죽이는 것에 찬성 하겠습니까

그런데요..
아빠 얼굴 한 번 더 보고 싶은게 죄인가요..
아빠가 그리 아픈데 안보내주고 붙들고 있는 것이 죄인가요..
제 짧은 인생의 반을 함께 했는데 제가 어렸을 때 추억을 붙들고 있는 것이 죄인가요..

저는 아빠 얼굴 봐도 아무 생각도 안들 줄 알았어요.
엄마를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알고
나를 보러 오지도 않고
보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고
아빠가 없는 삶이 익숙해져 있었으니까요.

근데 왜 이렇게 슬프죠
왜 아무 생각 안하려고 해도 머릿속에서 아빠의 모습이 떠나지 않죠

죽을 때가 되서야 저희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준 아빠가 너무 미워요
드라마에서 가슴을 치면서 우는 이유를 알게 해준 아빠가 정말 미워요
딸아, 정말 사랑해 한마디를 못하고 병실에 누워있는 아빠가 너무 미워요

제발 누가 시간 좀 돌려놔주세요

추천수10
반대수0
베플ㅇㅇ|2019.08.24 13:56
보내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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