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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에 대한 나쁜 마음을 먹는 제가 너무 괴물 같아요.

쓴글이 |2019.08.27 01:30
조회 14,703 |추천 37

안녕하세요 20대 대학생입니다.

제가 5살쯤 되었을 때, 부모님은 이혼하셨고 아빠 손에 자랐습니다.

아빠와 살았다고 해도 저의 어린 기억은 전부 조부모님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항상 해외 장기출장으로 인하여 아빠와는 1년에 몇번 정도 보는 사이였습니다.

혼도 많이 나고 추억도 많이 쌓았지만 그때 당시 할아버지께서도 일을 나가셨기 때문에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할머니와 보냈기에 할머니에 의한 추억이 가득합니다. 물론 좋은 일도, 나쁜 일도요.

그러다 제가 청소년이 되었을 때 아빠는 저의 미래를 위하여 새엄마와 재혼하셨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이 아닙니다.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집안이 화목하기 때문이죠.

 

그 이후로 할머니, 할아버지를 자주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추석, 설날, 할아버지 생신, 할머니 생신 때만 간지 몇년이 지났어요. 심지어 지금 저는 지금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고 심지어 대학교를 재학 중에 동시에 준비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나지 않아 더욱 찾아 뵙지를 못했습니다. 5년 전부터 할머니의 몸상태가 많이 좋지 않아지셨습니다. 걷는 것도 힘들어지시고, 음식도 잘 드시지 못하고 , 예전보다 잘 듣지도 못하시고 기타 등등 잔병치레도 많아지셨습니다.

 

 

제 고민은 지금부터입니다. 할머니를 뵐 때마다 속상합니다. 너무 아파하시는 게 보이는데 항상 그 아픔을 "나는 이제 죽어야지", "이렇게 살아서 뭐하냐", "아파서 죽을 거 같다", "차라리 곱게 죽으면 낫지" 등등 자꾸 죽음과 연결 지으세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진짜 그런 말 좀 안 하셨으면 좋겠지만 항상 그런 식으로 말씀하세요. 얼마나 아프시면 그런 말을 하실까 싶지만, 이런 말을 계속 주기적으로 만날 때마다, 전화 할 때도, 전해듣는 이야기도 항상 이런 이야기면 화가 나요. 화가 치미는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화가 납니다. 제 이런 감정이 도대체 무엇일까요?

 

사실 이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러한 말을 반복적으로 들어서 이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걸 듣기에 제가 귀찮음을 느끼는 거 같습니다. 진짜 이렇게 생각하는 제가 병신같아요. 진짜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다고 그 말을 또 들으면 화를 내게 됩니다. 그런 말 좀 그만해달라고... 처음에는 "할머니가 왜 죽어, 내가 취직하는 것도 보고 시집가는 것도 보고 내가 딸, 아들 낳으면 증손주도 보고 가야지" 라고 하다가 이제는 "이제 그만 좀 해! 왜 자꾸 그렇게 말하는 거야?" 라고 성질을 내게 됩니다.

 

오늘 이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오늘 아침에 할머니께 연락이 왔습니다. 왜 이렇게 연락이 없느냐고 내가 너무 아프다고 너랑 너희 아빠랑 다 똑같다고 나 죽으면 그때서야 울면서 후회나 하라고 이런 말씀을 하시는데 순간적으로 또 욱해버렸습니다. 왜 또 그런 말을 하냐고. 진짜 여기서 더 진짜 제 스스로 혐오감이 드는 게 이 전화가 귀찮다고 이런 말 들을 거면 빨리 끊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손주로써 자격이 없는 걸까요?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걸까요... 얼마나 아프면 아프다는 전화를 하는 걸까... 마음이 아프면서 동시에 그 상황에서 귀찮다고 생각하는 제 스스로가 괴물같습니다. 괴물같은데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추천수37
반대수2
베플|2019.08.28 14:29
너무 보고싶은데 노인네들이 표현하는데 익숙하지가 않으니 돌리고 돌려서 말한다는게 나 죽으면 올래? 이런식으로 나옵니다. 자주 찾아뵈세요.
베플|2019.08.27 01:36
할머니들 다 똑같나봐요 다 그 말 하시던데요ㅋㅋ 할머니는 그냥 손주가 보고 싶은 거예요 외로우시거든요. 왕래도 자주 못하고 돌아가시면 스스로 가슴에 한이 맺힐 게 뻔해서 더 아프기 전에, 보고 싶다고 하시는 거예요. 글쓴이도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자각하지 않아서 죄책감이 드는 거구요. 할머니 말씀대로 돌아가신 뒤에나 찾아뵈면 할머니도 후회하시고 글쓴이도 후회하게 되는 거예요. 분노로 욱 한 것은 할머니가 자꾸 글쓴이의 죄책감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베플ㅇㅇ|2019.08.28 14:12
그냥 전화통화나 보고싶단 연락을바라는걸 아프다라고 표현한다 생각하세요. 그리고 늙으면 죽어야지는 반어법인거같더라구요. 저희할머니보니깐 죽는게 뭐가 무서워, 곱게 가야하는데 등등 말씀하셨지만 치매에 자질구레한 병에 자식도 못알아보셨으면서도 살고자하시더군요. 어렸을때 죽는게 뭐가 무서워 이런말하셨을땐 아 나이가 들면 죽음에 초연해지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순간이 오니까 보인행동을 보니 사실은 그게 아니라 나이가들어도 죽는건 무섭고 싫구나...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낫단말이 맞구나란 생각이들었어요. 암수술하시고 치매왔다 호전되고 다시 심해지고 이렇게 10년은 더 지내다 가셨으니깐... 그냥 그런말하시면 대꾸하지마시고 화제돌리시던가하시고 안부전화나 자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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