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이였던 나와, 대학생이였던 너.
8개월 전 시작했던 우리의 연애.
시작은 심플했다.
나는 네가, 너는 내가 마음에 들었다.
지금 군 복무중이라는 내 말에
차라리 더 좋다며 활짝 웃던 너와,
예상치 못한 대답에 기쁜표정을 숨길 수 없던 나.
가끔 다투긴 했어도 많이 행복했던 연애.
물론 우리의 행복은 과거형이다.
우리가 헤어진 표면상의 이유,
그러니까 네가 친구들에게 떠들고 다녔던
그 이유는 나의 소홀함이었다.
나는 군인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보고싶을때 찾아가지 못하니 늘 말로만 '보고싶다' 반복할 뿐이었고,
싸웠을 때는 직접 찾아가 미안하다 얼굴보며 사과도 못해 항상 내 미안한 마음은
수화기를 통해 전달 할 수 밖에 없었다.
온종일 기다려 하루 4시간 쓸 수 있던
휴대폰의 존재 목적은 너와의 연락이였지만,
많이 부족했을 것이다.
니가 비교하기 좋아하던 주변 친구들에 비해.
받자마자 전화하지않는다고, 운동을 하러간다고, 하루종일 기다렸는데 카톡을 하다
꾸벅 졸았다며,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는다고,
혼자 연애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며
서운해 하던 네가 기억난다.
나도 내 처지를 잘 아니까.
나는 나를 항상 '을'이라고 생각해서
너에게 모든걸 맞춰주려고 노력했고
싫은말 한번, 화 한번 내지 못했는데.
여자인 친구들에게 연락하지 말라던
너의 말을 듣고 연락을 끊으면서도
그걸 족쇄라고, 집착이라고 생각한적 없는데.
내 행동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의심을 하고,
화를 내고, 내로남불을 시전하던
너의 성격을, 네 행동들을 참을 때 마다
수십번 마음을 삭히고 아무렇지 않은 척 웃던
내 속을 너는, 알고 있었을까.
나는 단 한번도,
너에게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았다.
우리가 싸우지 않으려면
적어도 나는 참아야 하니까, 내색하면 안되니까.
너는 꿈에도 몰랐을 거다.
물론 지금까지도.
휴가 때 마다 여행을 다니고,
서로의 친구들에게 소개도 시켜주고,
기념일에는 선물도 챙기고,
예쁜 사진들도 많이 찍고.
서서히 곪아가던 내 속을 숨기고 함께한
너와의 순간들을, 남들이 보기엔 꽤나 괜찮은, 어울리는 연인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너도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았으니까.
우리가 멀어진 계기가 네가 너의 친구들에게 떠들고 다니던 내 소홀함 때문이 맞을까.
너의 이기적인 행동과 생각 때문일까.
너와 나 사이에 있던 시한폭탄에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건 정확히 어디 부터 였을까.
너의 집에서 하루 자고 갔다던 친구가 남자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부터?
군인이던 나의 면회를 온 너를,
차로 데리러왔던 남자인 친구와
어색한 인사를 했을 때 부터?
너를 몇년동안 따라다녔다던
남사친을 포함한 친구들과
1박2일로 여행갔을 때 부터?
그것도 아니면, 내가 이 세명의 남자가
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부터?
너의 그 신경쓰이는 남사친이 나타나 눈에 띄게 알짱거리기 시작했을 때 모든게 꼬이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사소한 일로 가볍게 다툼을 했는데, 평소와 달리 시간을 갖자던 너.
휴가에 시간을 맞춰 만나서 이야기 하자는
내 말에 너는 듣기싫다며,
헤어지자는 말만 계속 해댔다.
앵무새처럼.
내가 차근차근 되짚어보며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일주일이 채 지나기 전에.
너는 저 질문의 주인공들과
새로운 연애를 하고 있었다.
나는 군인이라,
부대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못했다.
너와 이야기 한마디 나누는 것도,
찾아가서 매달리며 붙잡는 것도.
마지막으로 나와 친하게 지냈던
너의 주변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보았지만,
돌아오는건 요즘 연락을 안해서
'잘 모르겠다'라는 대답 뿐이었다.
하루 전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는
글과 사진을 보고 연락을 했던건데.
얼마 뒤,
몇년을 돌고 돌아 결국 만나게 되었다던
감성에 젖은 척 하는 역겨운 너의 글을
곱씹고 나서야, 나라는 존재가
너희 두 사람의 아름다운 인연을 위협하는 악역에 불과했다는걸 깨달았다.
내 존재 자체가 부정이고,
거부되는 느낌을 받았다.
네가 그렇게 노래 부르던 행복한 연애.
우리가 했던 그 행복한 연애의 끝이 이렇게까지 더럽게 허무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너라는 사람과 함께했던 내 군생활이
전부 흔적도 없이 날아간 기분이 든다.
원래 없었던 사람처럼 사라진 너의 자리는
내 속을 몹시 울적하고 공허하게한다.
순진한 척 짓던 너의 눈웃음 뒤에 숨겨진 망치에 뒤통수를 얻어맞고 나서야,
나는 이제 정말 아무도 믿지 않기로 했다.
환승이별이라는 선물을 주고 간 너에게, 떳떳하고 당당하게 본인은 잘못이 없다
합리화를 하고있는 너에게.
내가 줄 수 있는건 이런 의미없는 글과,
닿지 못할 악담밖에 없을 것 같다.
네가 앞으로 웃을 일이 없었으면,
행복하지 않았으면,
내게 준 고통을 너도 꼭 겪었으면.
아직도 전역을 하지 못한 나와,
아직 졸업을 하지 못한 너.
1년을 채우지 못한 채,
너와 나의 연애에 마침표가 찍힌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