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195번째울림
2019. 09. 19. 오전
<사랑>
이별의 이유 중에 상대가 너무 편해져서 헤어졌다는 말이 있습니다. 착각도 저런 착각이 없습니다. 팩트 폭격을 하자면, 당신은 상대가 편해진 게 아닙니다. 당신은 상대가 만만해진 겁니다. 당신은 한번도 생각 안 해봤을 겁니다. 당신을 그만큼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 상대가 얼마나 노력하고 애썼는지. 당신은 한번도 상상 안 해봤을 겁니다. 상대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당신만 위하는지. 흡사 부모의 사랑처럼 당신을 사랑해주는 상대를 보면서 당신은 아마 이렇게 느꼈을 겁니다.
“지겹다”
그렇게 느끼기까지 수많은 시간과 돈과 애정을 당신에게 쏟은 그 사람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당신은 절대 깨닫지 못하고 당신은 그저 상대를 ‘다 잡은 물고기’로 여길 겁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상대가 편해진 게 아닙니다. 만만해진 겁니다. 착하고 호구 같이 당신을 사랑해주는 그 사람이기 때문에 당신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중 하나인 연인 관계에서 상대를 동등한 위치로 못 봐주고 갑의 위치에서 을 보듯이 보는 겁니다. 그러면서 당신은 얼마 고민 좀 하다가 상대에게 결국은 이렇게 말하겠죠.
“너가 나에게 해주는 만큼 내가 너에게 못해주는 게 미안해서 헤어지고 싶어.”
당신은 이렇게 관계에서의 책임으로부터 회피합니다. 이건 당신이 갑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짓입니다. 저 말을 들은 상대는 하염없이 울면서 바짓가랑이 붙들고 당신을 붙잡고자 노력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랑하는 당신의 그 마음마저 이해해주려고 자기자신의 조각난 마음을 붙여가면서 끝내 이별을 받아주겠죠. 이 또한 상대가 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이해해주려고 자기 마음을 해치는 겁니다. 속으로는 당신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자신을 위해서 노력해주기를 끊임없이 바라지만, 그냥 놔주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애쓰는 당신 모습 보는 거조차 미안해서.
상대방이 몰랐을까요? 연애에서는 갑과 을이 생기면 안 된다는 사실을 그 or 그녀는 과연 몰랐을까요? 이미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주변에 친구가 있다면 분명히 말해줬을 것이고, SNS를 했다면 당연히 봤을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그 사람도 동등한 위치에 있고 싶었을 겁니다. 그러나 결국 사랑하는 마음이 큰 사람이 언제나 약자가 되는 법입니다. 가정을 보면 그렇습니다. 모든 가정이 그런 것은 아니나 보통 자녀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부모의 마음에 상처를 냅니다. 늦게 들어오는 자녀가 걱정돼 전화하는 부모에게 ‘내가 알아서 한다’고 말하면서 짜증을 내고, 건강 걱정해서 해주는 건강식에 밥투정을 하는 식의 철없는 행동입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쯤, 그러니까 부모를 잃게 되는 상황을 마주하는 순간을 맞이해서야 하염없이 후회하겠죠.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내가 그래서는 안 됐는데.”
이렇게 후회하고 우는 자녀를 보면서도 부모는 죽어가는 와중에 괜찮다며, 사랑한다며 당신 손을 잡아줄 겁니다. 마치 당신이 헤어지자고 했던 그 사람이 당신 마음을 이해해주고 이별을 홀로 받아들이고 한참을 우는 그 모습처럼. 부모의 마음처럼 당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당신은 나중에 깨닫겠죠. 얼마나 상대가 좋은 사람이었는지. 얼마나 당신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줬는지. 대게 부모를 잃은 자식이 부모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그 사람을 다시 좋아하진 않을 겁니다. 왜냐면 좋은 사람임을 깨닫더라도, 그 사람은 당신에게 을이거든요.
맞습니다. 이걸 보면 사랑에는 갑과 을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을이 한없이 불행해지고 마침내 갑도 그렇게 썩 행복해지진 못하니까요. 하지만 어떻게 사랑이 평등하겠습니까? 당신을 사랑하는 누군가는 오늘도 상처받겠죠. 당신을 좋아하는 누군가는 오늘도 울고 있겠죠. 그러니 당신 같은 사람은 애초에 연애를 하지 마십시오. 당신을 사랑해주는 상대방의 소중함을 모르는 당신은 연애 같은 거 하지 마십시오. 만약 그래도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이 생겨서 연래를 할 거라면, 당신을 사랑해줬던 그 상대방에게 가서 무릎 꿇고 미안하다고 한마디라도 해주십시오.
“날 사랑해줬던 그 큰 마음을 내가 나 편하자고 짓밟아서 미안해.”
그렇지 않겠다면, 상대방은 당신도 그 기분 똑같이 느끼라고 원망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아니 근데 사실, 당신은 이런 기분 느껴봤을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사람일 겁니다. 당신도 그만큼 사랑해줬던 상대에게 상처를 받았고, 하염없이 울어봤던 사람일 겁니다. 그런데 그런 경험을 해봤던 사람이 오히려 더욱 당신을 사랑해주는 상대를 쉽게 여깁니다. 자기 아팠던 시절 생각은 못하고, 자기 힘들었던 시기는 기억도 못하고, 당신 힘들게 했던 그 사람처럼 상대를 똑같이 힘들게 하는 겁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상대한테 당신 힘들게 했던 사람 욕도 했을 텐데. 당신에게 차인 상대는 그 말을 떠올리면서 어떤 기분이 들까요?
“자기도 힘들어봤을 텐데, 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나?”
아마 저런 생각 하면서 당신을 원망도 할 겁니다. 그러나 결국 갑을 사랑했던 을은 끝내 당신을 미워하진 못할 겁니다. 결국은 시간이 약이라는 말만 믿어가면서 당신 하나를 지워내려고 수많은 시간을 보낼 겁니다. 울고, 술 마시고, 자고, 아무 일도 못하고. 얼마나 상대방은 당신 하나 지워내려고 노력해야 할까요? 사랑했던 죄밖에 없는데 거기에 대한 형벌은 가혹하기 그지없습니다. 아니, 사랑이 죄라고 느끼게 만든 실제 범죄자는 당신인데, 왜 피해자가 형벌을 짊어져야 하는지, 당신은 그 이유를 알긴 알까요?
상대방이 그렇게 형벌 속에서 힘들 때 몇 번 울면서 죄책감이 덜어진 당신은 잘만 살 겁니다. 상대에게 받던 사랑이 족쇄처럼 여겨졌었는데, 풀리고 나니 자유로워져서 이것저것 다 해볼 겁니다. 거리낄 필요 없으니까 놀기도 놀고, 새 사람도 만나보려고 하고, 그러는 와중에 티는 또 다 낼 겁니다. “나는 너 없어도 괜찮다~”라면서요. 상대방 두 번 죽이기도 여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니, 두 번이 아니라 백삼십팔 번 정도 될 거 같네요. 어떻게 이런 당신이 상대에게 그런 큰 사랑을 받았을까요? 사랑해줬던 상대방이 먼저 당신을 차지 못한 게 불쌍합니다.
그러니 부탁입니다. 연애하지 마십시오. 특히나 당신이 먼저 좋아했고, 그래서 먼저 고백했다면, 그럼에도 당신이 찬 거라면, 당신 사랑한 상대방 한 명의 마음을 죽인 당신은 살인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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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공감가는 글이라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