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연애를 4년이나 해버렸어요
한날 진창 싸웠는데 잘 안 풀리대요?
어 평소처럼 싸웠는데 왜 안 풀리지? 하고 있는데
남친이 갑자기 헤어지재요
3주 후에 전화해보니 이유가 권태기였네요
권태기가 왜 생긴 건지 이유를 상세하게.. 듣고
가망 없다 싶어서 헤어졌어요
전화로 2번 정도 잡는 말 했는데 과하게 잡진 않았어요
저는 오히려 헤어졌을 때 원망스러운 마음이 너무 커서
(권태기를 3-4달 동안 숨겨온 상대에 분노 ㅋㅋㅋㅋ)
마지막 통화에서 상대를 잡기보다는 니가 나보다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있겠냐는 폭언을 주로 퍼부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내 곁에 있어주겠다더니 결국 니도 권태기냐
그깟 감정 하나 컨트롤 못하는 충성스럽지 못한 새끼를
믿은 내가 바보다!!! 하고 뚝 끊었던게 1년 전이네요
돌이켜보면 시간이 약이다 싶지만...
헤어지고 딱 2주는 정말 가관이었어요
매일 새벽 4-5시 즈음에 숨이 벅차 올라서 깼어요
내가 혼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무서워서
서른 다 돼가는 나이에 안방 침대로 가서
엄마 등에 손 얹고 엄마 체온 느끼면서 잤네요
엄마도 본인이 이별한 것 마냥 힘들어 하고...
그냥 너무 무서웠어요
엥간히 슬픈 일이면 식욕이 없는데
이건 슬픈 감정이라기 보단...
태어나 첨 겪어보는, 생명에 위협을 느낄 만한 두려움이라
잘 안 먹으면 죽을까봐 무섭더라고.. 그래서 억지로 먹었어요
밥이랑 고구마 먹을 때 목 막히니까 물과 함께 억지로 씹어 삼키고
영양제 2-3종 사서 매일 식후 무조건 털어넣고
그렇게 2주가 지났는데 내 몰골을 보니까 너무 불쌍해서 어떻게든 독해져야 겠더라구요.
필라테스에, 헤어클리닉에, 소개팅 여러탕에, 자존감 높이기 위해 별걸 다했어요
그리고 남친이 말했던 단점들 메모장에 리스트업해서
이거 극복해서 다른 사람 앞에 더 나은 사람 되겠다고 미친듯이 노력했어요
4년 만난 남친이랑 헤어졌다고 하니까, 남자들 대시도 많이 받고
4년간 한 남자 얼굴만 보다가 다양한 사람 만나니까 재밌대요?
근데 너무너무 삶이 재밌는데..
시간이 지나도 이놈의 전남친 새끼는 매일 생각나고 잊혀지지가 않는 거예요
그래서 한 10개월까지는 롤코 탔던 것 같아요
연락이 3개월엔 오겠지 6개월엔 오겠지 9개월엔 오겠지 내 생일엔 오겠지, 4주년엔 오겠지... 크리스마스엔 오겠지...
근데 안 오니까 일주일에 2-3번은 술먹고
가슴 쥐어짜면서 울었던 것 같아요 걔가 준 올라프 인형 부둥켜 안고서...
그러다 저는 남친이 생겼구요. 전 그걸 인스타에 티냈어요. 왜냐면 전남친이 제가 올리는 스토리 염탐하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전남친한테 그 즉시 후폭풍이 오대요.
프사를 미친듯이 바꿔대질 않나, 상메를 우는 이모티콘 해두질 않나...
서로 아는 친구가 1명 있는데 걔 맨날 술먹고 다니더라란 소식도 들었구요.
그러면 뭐해요. 나는 새 남친 만났고,
그렇다고 걔가 나한테 연락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다보니까 무뎌지고
원망은 사그라들고 그 아이의 행복을 아주 조금씩 빌어줄 무렵,
새 남친이 좋은 사람이라 어케든 관계를 이어보려 노력했지만
결국 전남친 만큼 맞지 않아서 2달 전에 헤어지고,
그 사람과도 정이 들어선지 힘들었고, 연애에 대한 현타 또한 더불어 강하게 찾아 왔어요.
과연 나랑 잘 통하는 사람 만날 수 있으려나?
이 모든 현타 증상은 다 전전남친 새끼 때문이다
네 이놈이나 그만 염탐하고 지워버리자. 라는 심정에서
딱 지난주에 전전남친 인스타를 차단해 버렸거든요.
근데 바로 다음날 밤 10시에 낯익은 번호로 전화가 오는 거예요
술을 약간 마신 상태였고, 사귈 때 장난치던 것처럼 대화를 이으려 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잘 받아주면서 멀쩡하게 사귀던 때처럼 2시간 통화했어요.
언젠가는 연락하려고 했었는데 그게 오늘일 줄은 몰랐대요.
철통 같은 자존심을 나에 대한 그리움이 이길 줄은 몰랐는데. 똥존심 진짜 세고, 매달리는거 못하고, 전여친이랑 헤어지면 뒤도 안 돌아볼만큼 노력 다하고 헤어지는 애라서 나랑도 그럴 수 있으니까 헤어지자 한거겠지 싶었는데
이렇게 연락이 오니까...
묘한 승리감은 잠깐이고
왜 우리가 이렇게 헤어져서는 각자 불행하게 살아야 했을까. 서로가 짠하더라구요.
그래서 친절하게 대해줬구요. 미움보단 고마움이 커서 너 전화 받을 수 있는 거라고 했어요.
이것저것 서로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주고 받다가 제가 그랬어요.
난 너가 너무 그리웠고, 차단 직전까지 너 프사고 상메고 인스타고 다 확인할 정도로 너의 부재가 힘들었지만, 널 다시 만날 만큼 감정이 있지는 않다고.
내가 너를 다시 만날 수 없는 이유는 딱 잘라서
너는 내가 가장 힘들때 옆에 있어주지 않았다고.
6개월 전에만 연락했어도 좋았을 텐데 너무 늦었다고.
그리고 만약 다시 만난다 해도...나에겐 엄청난 보상심리가 생길 거라고.
너 연애 초에 내 마음 얻으려고 미친듯이 구애하지 않았냐. 내 마음 열려던 노력의 50배는 노력해야 너가 나랑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생각엔 그 노력할 힘을 새로운 더 좋은 여자 찾는데 쓰는게 쉬울 것 같다고.
이렇게 말했어요.
통화한지 2시간이 조금 넘었을까...
밤 12시가 되었고 해서 담날 출근해야 되지 않냐며 끊으려 했더니 조급해졌나봐요.
간간히 연락하는 건 안되는지도 묻고
안될 것 같으니까 일년 후에 연락하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니가 정 원하면 밥 한번 먹는거 나는 괜찮은데
먹고 나서 니가 더 힘들면 어쩌냐고 했어요. (헤어질때 통화에서 제가 헤어지더라도 밥한번 먹자고 하니까 상대가 그러면 안되지 않겠냐고 말했었음 ㅋㅋ)
막상 그립던 목소리 들었는데 끊어야 되니까 당황했나봐요.
애가 못 끊어하길래 자라고 달래듯 보내주고 휘리릭 끊었어요.
마지막 통화로 권태기라는 말 듣고 끝낸지
딱 1년하고 7일 만에 온 전화였네요.
차이신 분들, 찬 분들, 합의 하에 헤어지신 분들
상대한테 연락이 올지는 정말 아무도 모르지만, 그냥 연락 언젠가 올 거라고 생각하고 할일 하세요.
잠 못자는건 어쩔 수 없어도 밥은 미친듯이 꾸역꾸역 다 드세요. 지금 종사하고 계신 분야에서 어떻게든 더 잘하셔서 사회적으로 발전하세요.
그토록 바라던 전화가 막상 온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냥 한번 헤어진 건 영원히 헤어진 거구요. 전화가 오든 말든 그 때의 연애로 다시는 못 돌아가는 것 같아요.
한가지 분명한 건 우리가 이렇게나 아팠던 만큼 액땜이 되어서, 이 아팠던 일에 상응하는 좋은 일이 분명 앞으로 생길 거라는 점이에요. 그러니까 이성에 의존하지 말고, 관계에 의존하지 말고, 나 중심적으로 더 예쁜 삶 살아가시길 바라요...
정말 인연이면 전화가 언제 오든 둘은 이루어지고,
인연이 아니면 전화가 와도 그냥 끝나요.
제 전전남친은 아마 또 연락이 오겠지만, 저는 연락이 오든 말든 제 할일을 열심히 할겁니다.
제가 어떤 모습이든 제 옆에 있어주는 가족과 절 아끼는 주변인들을 생각하면서 오늘도 힘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