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막바지..먼 미래의 막연한 걱정을 뒤로하고 용기내어 다섯 살 어린 너를 만났다.우리가 시작하기 전, 이번에야 말로 나는 많이 성숙해졌고 또 한없이 베풀 준비가 되어있다고 스스로 믿고있던 상태였다.역시나 이번에도 자만이었다.
인정하기 싫었다.맞지 않는다는 걸.내게 처음보는 색깔로 찾아온 불같은 이 사랑이 궁금했고, 또 니가 존경할만한 인격을 가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우린 늘 새로웠고, 충만했다.농담을 센스있게 받아치는, 나를 좋아하는 순수한 너의 모습을 보며나 또한 조금 세련되고 진실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좋았다. 완전한 사랑이 조금만 더 앞으로 가면 손에 닿을 것 같았다.
나이를 핑계삼고 싶지 않았으면서 오히려 우리가 겪은 서로에 대한 미칠 듯한 답답함과 대화의 어긋남 같은 문제점을너의 어린 나이에 미뤄두었다.시간이 지나면 너도 자연히 깨닫게 될 거라 생각하고 깊이 고민하지 않으려 했다.아주 괜찮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충분한 사람이니까.어찌됐든 관계를 위해 자기 방식대로라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았기에 앞으로가 희망적이라 믿었다.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지금 당장 우리 관계를 더 나아지게 해주진 못했다.
너는 오렌지고 나는 포도다. 우리의 신분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왜 이해되지 않는 서로를 그렇게나 이해해보려 애쓰고, 날 이해해주지 않는 서롤 이해시키려 발버둥쳤을까.마냥 상대가 원하는대로만 바뀌지 않으려 애쓰며 그걸 못 해주는 마음은 뭐가 또 그리 아팠을까.
시작할 땐 그렇게 뜨겁고 매력적으로 보였지만상처를 줄 뿐일 사이라는 거... 이제 보인다.
우리가 끝낼 수 있을까?
니가 날 놓아줄 수 있을까?
벌써 니가 보고싶다.하지만 너보다 결말을 조금 더 잘 알 것 같은, 이제 30을 바라보는 내가 이 연애를 계속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