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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랑으로 잊는 거니까

ㅇㅇ |2019.10.06 01:18
조회 1,451 |추천 1

이게 내가 오빠랑 이별 한 후에 느낀 거야. 오빠 내 성격 알지. 정 되게되게 많아서 처음에 정 안 줄려고 하는 거. 근데 있잖아. 나 오빠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정 많고 구질구질하다? 어느정도냐면 그러니까 작년에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어. 고작 51일 사귄 남자친구. 근데 걜 1년동안 못 잊어서 부끄럽지만 나 좋다는 남자얘들 다 제치고 걔만 바보같이 좋아했어. 중간에 걔가 여자친구가 생겼는데도 좋아했어. 걔 때문에 힘들었는데 그래도 조금 무뎌질 때 쯤 오빠가 내 앞에 나타났어.

오빠는 날 예쁘다고 첫눈에 반했고, 혼자 날 짝사랑 중이였지. 근데 오빠 있잖아. 오빤 몰랐겠지만 나도 오빠 좋아했다? 그냥 보고 ‘오 잘생겼네??’라고 생각했고 그 뒤로 쭉 눈이 갔어. 근데 오빠가 자꾸 수업시간에 핸드폰을 보면서 웃더라고. 사랑하는 누군가와 연락하는 것 처럼. 그래서 ‘아, 여자친구가 있구나.’라고 생각했고 바로 포기하려했어. 근데 또 내가 정이 너무 넘쳐서 쉽겐 안되더라고. 한 마디도 섞어보지도 않았고 서로 다른 학교에다가 난 오빠 이름 엄청 늦게 알았다? 근데도 포기가 안 되더라고.. 바보같지.

근데 나한테 되게 마법같은 일이 생겼어. 같이 다니던 친구한테 오빠가 학원 끝나고 나 남자친구 있냐고, 연락하는 남자얘 있냐고, 내가 좋아하는 얘 있냐고 엄청 꼬치꼬치 캐물었잖아. 나 진짜 당황했어. 그때 나는 학원을 가지도 않았을뿐더러 언니랑 뮤지컬을 보고 나와서 핸드폰을 확인하니까 그 친구한테 엄청 연락이 와 있었거든. 친구한테 자초지종을 들으니까 뭔가 설레기도 하고 친구한테 물어본 게 좀 기분이 나쁘기도 하고 뭔가 좀 복합적이였던 것 같아.

그러다가 오빠가 나한테 연락을 걸었고 오빠랑 연락하다보니까 오빠는 너무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란 걸 알게되었어. 나도 모르게 오빠한테 마음이 가버렸고 그 전남친? 그냥 사라져버렸어. 1년 동안이나 좋아했는데 고작 일주일 연락하고 몇 번 만나고 오빠가 나한테 공부하느라 수고한다고 사탕이랑 뭐 젤리 같은 것도 사줬을 뿐인데 오빠만 보면 설렜고 아침에 오빠가 연락 온 거 보면 설렜었어. 이제 그 전남친 생각은 안 났고 오빠랑 사귀고 싶은 마음만 들었어.

우린 처음부터 호감이 있어서 사귀게 됐어. 하루에도 백 번씩 보고싶었고 보고있어도 보고싶었어. 사귄지 이틀이 되던 날 나는 오빠에게 나도 모르게 뽀뽀했고 오빠의 얼굴과 귀는 엄청 빨개졌어. 기억나? 그거 내 생애 첫 뽀뽀였는데. 내가 야자를 끝내고 셔틀을 타고 집 앞에 내릴 때면 항상 오빠가 버스 앞에 서있었고 집 가는 길이 항상 오빠와 함께였고 시험기간이라 독서실을 갈 때면 오빠도 그 독서실을 함께 끊어서 12시가 넘는 늦은 시간에도 오빤 날 집에 항상 데려다주고 집에 가곤 했어. 아 그리고 나 진짜 생각나는 거 있는데. 내가 항상 야자 끝나고 나면 배고프다고 그랬었잖아. 그 말 하고 며칠 있다가 오빠가 나 야자 끝나고 데러왔을 때 나 먹으라고 마카롱 10개 사다준 거 기억나? 나 진짜 너무너무 고마웠어. 마카롱 맛이 내가 안 좋아하는 맛이였음에도 내가 다 먹었어. 오빠가 준 건데 어떻게 다른 사람이랑 나눠먹어. 너무 맛있었어. 정말.

우리 120일 정도 사겼잖아. 우리 그 동안 거의 한 번도 안 싸운 거 알아?? 투닥투닥거리고 내가 서운한 걸 말하긴 했지만 우리 엄청 싸운 적은 없다? 생각해보면 너무 잘 맞았기도 했지만 서로를 너무 잘 이해해준 것 같아. 고등학생이니까 공부한다고 하면 서운한 티 없이 괜찮다고 해주고, 피곤해서 깜짝 잠들어서 잠자기 전에 사랑한다고 말을 하지 못 해도 자나보다하고 이해해주고. 너무너무 행복했고 너무너무 좋았어.

근데 내가 너무 바보라서 너무 멍청이라서 오빠에게 헤어지자고 했어. 내 예상과는 다르게 오빤 나에게 쿨하게 알겠다고 하더라. 사실 조금 서운했다? 헤어지자고 한 거 오빨 안 좋아해서 사랑하질 않아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지쳐서 그랬던 거였거든. 이기적이게도 오빠가 날 잡아주길 바랬어. 오빨 안 사랑해서 헤어진 게 아니고 오빤 나한테 너무 고마운 사람이라서 헤어진 동안에 너무 그리웠었어. 그래서 눈 딱 감고 오빠한테 잘 지내냐고 보냈고 오빤 그냥 반갑게 맞아줬어. 우린 연락하면서 아직 서로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알게되었고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재결합을 하게되었어. 나 되게 행복했다?

근데 있잖아. 우린 운명이 아니였나봐. 아니면 그냥 오빠가 지친 걸까? 잘 만나다가 갑자기 오빠는 하루 동안 연락이 안 됐고 너무 걱정이 됐던 나는 오빠 친구한테 연락했어. 오빠 연락 안 되는데 혹시 연락 되냐고 말야. 오빠 친구가 그러더라. 걔 자기랑 아침에 그날 저녁에 피씨방가기로 연락했다고 말야. 그 말 듣고 눈물도 안 나왔어. 그냥 나를 피한 게 되는 거니까. 너무 맘이 아팠고 오빠한테 뭐하는 짓이냐고 물어봤더니 그제서야 오빤 연락을 봤어. 내가 그 전날에 얼마나 많이 보냈는데 그제서야 봤냐??? 그리고 오빠는 내 예상과는 많이 다른 대답을 했어.

나보고 오빨 정 때문에 만나냐고 물어봤잖아. 오빨 좋아하긴 하는 거냐고. 진짜 보고 어이가 없었어. 오빤 되게 큰 오해를 하고 있더라고. 그리고 나에게 너무 상처가 되는 말을 했어. 나보다 친구가 더 좋다고. 나랑 연락 안 되는 동안 너무 편했다고. 자기는 연애랑 안 맞는다고 말야. 그런 하나같이 가시 돋힌 말에 나는 충분히 상처를 받았음에도 나는 바보같이 아니라고 난 오빨 너무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헤어지기 싫다면서 자존심 싹싹 긁으면서 말했는데도 오빤 날 떠났어. 그리고 오빠는 나한테 “나 때문에 너 자존심 버리는 거 싫어. 그만해. 그리고 너가 나한테 이러면 이럴 수록 나 너 더 싫어질 것 같아. 미안. 좋은 사람 만나.” 라고 말하더라. 그리고 그거 알아? 오빠 나한테 헤어지자는 소리 한 적 없다? 나한테 하라고 강요했지 직접 헤어지자고 한 적 없어. 뭐, 그냥 알았으면 해서. 나 오빠랑 헤어지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스트레스 때문에 위염도 걸리고 계속 울어서 눈도 탱탱 부어서 엄마가 안과 가자고 할 정도였어. 위염 때문에 밥도 제대로 못 먹어서 살도 빠졌고 밤이 되면 흔히 새벽감성이라고 하잖아. 그 세상에서 제일 싫은 감성 때문에 이별 노래 들으면서 배게에 얼굴을 파묻고 엄청 울었어. 생각하니까 나 되게 힘들어했던 것 같네.

근데 있잖아. 이렇게 힘들어 했던 내가 새로운 사람이 생겼어. 수학여행 가서 만났거든. 뭐, 아직 사귀는 사이는 아니야. 그 사람은 날 너무 잘 이해해주고 매일매일 전화해줘. 오빠는 내가 전화하자고 하면 10분 정도가 끝이였지만 지금 사람과는 기본 1시간은 해. 너무 잘 맞는 것 같아. 처음에만 예쁘다고 해준 오빠와는 달리 항상 예쁘다고 해줘. 뭐하냐고 물어보면 내 생각한다고 하고. 오빠에게 습관처럼 말했던 “내 꿈 꿔”라는 말을 오빠는 반응 없이 그냥 웃었지만 그 사람은 웃으면서 “알았어. 꼭 꿈 속에서 너 볼게” 라고 대답해줘. 별 거 아닌 말이지만 그런 말 해준다는 마음 자체가 너무 예뻐서 그 사람이 너무 좋아.

지난 한 달 동안 오빠와의 이별 덕분에 너무 아팠던 내가 새로운 사람으로 인해 상처가 가려지고 있어.

근데 상처가 없어지진 않고 있어. 그 상처가 오빠와의 즐거운 추억과 기억으로 뒤덮여 있거든. 마지막에 들었던 말들이 내 마음 속엔 너무 큰 상처인데 오빠랑 했던 시간들이 그 상처를 이길만큼 내가 행복했나봐.

지금 날 너무 예쁘다고 해주는 사람이 날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고 오빨 잊게 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였나봐. 이걸 쓰면서 오빠를 또 생각했잖아. 되게 아이러니하다.

근데 오빠를 잊어야겠지? 한 번에 잊는 거는 내 성격상 어렵고 음.. 자연스럽게 잊어볼게. 가끔 생각나도 ‘미련’이 아니라 ‘회상’ 정도로 느껴지도록 말야. 왜냐면 날 지금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한테 상처주긴 싫거든. 당분간은 그 사람이랑 사귀게 된다고 한들 오빠가 생각날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래도 많이 하진 않을게. 그 사람이 상처받지 않을만큼. 내가 아프지 않을만큼 할게. 아니 그냥 안 해보도록 노력할게.

오빠. 나의 사랑이자 아픔이였던 우리 오빠. 내가 너무 사랑했고 너무 미워했어. 철 없고 너무 힘들었던 날 웃을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고마워. 많이 사랑해. 내 사랑아.

추천수1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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