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집에서 마시는 혼술이 싫증 날땐
사람 구경도 할겸 또 사람들은 어떤 일상을 살아가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혼자 가는 술집이 있다.
번화가다 보니 분위기 있거나 혼자가서 술을 마셔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곳들이 많다. 거의 동네 사람들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4년 전 지금 사는 거리로 이사오면서 우연히 찾게 된 선술집.
늦은 시간 피곤에 지쳐 터벅터벅 걸어가던 도중 발을 멈추게 한 곳이 있다.
사람이 너무도 그리워 밖에서 살짝 쳐다본 것 뿐인데
술을 마시던 그 가게 손님들도 종업원도 들어와 앉으라 큰소리로 반기는 그 목소리들이 나도 모르게 안으로 들어서게 했다. 뭔가에 홀리듯...
그 땐 아마도 상당히 사람이 그리웠던 것 같다.
늘 마시는 니혼슈.
늘 먹는 참돔 칼파쵸.
늘 먹는 참돔 회.
낯설은 이방인인 내게 술을 권해주는 사람들.
여자 혼자 왔다고해서 이상하게 보거나 추근대거나 하지 않아 편하게 생각나면 곧 잘 들른다.
좁은 공간임에도 난 마음에 든다.
좋아하는 술과 안주를 차례로 주문하고 기다리다 보면 나란히 앉은 사람들의 일상이 들려온다.
아참! 이곳에선 난 그저 일본어 잘 못하는 외국인이다.
어쩌다보니 그리 됐다.
이곳 메뉴가 손으로 휘갈겨 쓴 것을 복사해서 내놓기 때문에 처음 들어왔을 때 도무지 읽어내기가 쉽지않아서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앉아 있으니 일본인이 아님을 알고
어렵게 설명해 주는 종업원들을 비롯해 옆에 앉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주문한 뒤로는 그냥 아무말도 안하는게 더 편해서 굳이 얘기하지는 않는다.
종업원들이 청량고추를 먹고 거의 기절 직전이라 나에게 전부 달라해서 미소에 찍어먹으니 모두 멍~ ^^
배고파 오차즈케(밥에 여러가지 부재료를 넣고 차에 말아먹는)를 만들어 받았다.
혼자 가도 나도 잘 못하는 영어로 종업원들이 열심히 말도 걸어주고
주위의 다른 손님들도 친절하고 집도 가까워 안심하고 가는 편이다.
그곳에서 나는 나의 일상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살짝씩
들려오는 일상을 들으며 몰래 웃기도 하고 공감도 해가며
홀짝홀짝 마시다 보면 어느새 술병은 늘고 나름의 스트레스도 풀린다.
하루종일 종종거리며 일하다 때론 내가 그 반대의 입장에서
그들을 볼 때 약간은 이색적인 느낌도 든다.
요즘엔 굳이 한국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친절하기도 하지만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혼자 조용히 술을 마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약간은 뿌듯하기도 하다.
배척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사심없이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것을 보면.
누군가들은 또 말할 것이다.
혼자 분위기 잡고 앉아있다고^^
뭐 어떤가 나만 좋음 되지.
어릴 때나 지금이나 술집 혼자 다니는 건 변함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