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애들 의견도 들어보고 싶어. 그래서 늘 눈팅만 하던 네이트 판에 처음으로 글을 써볼게.
우선 나는 여자친구가 있는 스물셋 남자야. 여자친구도 나랑 나이가 같아. 군대 가기 전부터 사겼고 지금은 3년 정도 됐어.
3년간 연애를 하면서 늘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냐. 서로 서운할 때도 있었고 안 좋은 날도 있었어. 하지만 그때마다 대화하고 잘 풀었어.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가면서 잘 사겨왔어.
그런데 오늘 여자친구한테 너무 큰 서운함을 느꼈어. 이렇게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건 처음이라 화해도 타협도 잘 못할 것 같아.
여자친구랑 나는 학교가 달라. 그리고 여자친구에겐 아주 친한 남사친 후배가 있어. 그 친구는 스무살이고, 남자인 내가 봐도 아주 매력있게 생긴 친구야.
평소 둘이 너무 친해서 속으로 질투를 많이 했어. 하지만 그래도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어. 여자친구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으니까. 여자친구가 참 사교성 좋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달래곤 했어.
오늘 약속이 생겼어. 여자친구와 나와 그 남자애 셋이서 치킨을 먹게 된거야. 사실 난 단 둘이 보고 싶었는데 그 남자애가 끼어든 것부터 살짝 서운함을 느꼈어. 그래도 내색은 안 했어.
문제는 치킨이 나온 후 발견됐어. 식기가 빤히 수저통에 있는데, 그 남자애가 치킨을 손으로 집어 먹는 거야. 처음엔 되게 꺼림칙 했지만 그래도 참았어. 식당에서도 치킨 손으로 먹는 사람 있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나도 집에서 먹을 땐 깨끗이 씻은 손으로 먹을 때도 있으니까.
그런데 이 친구가 치킨 무도 손으로 집어 먹는거야. 참다 못한 내가 말을 꺼냈어. 화를 내거나 지적하는 말투는 사용하지 않았어. 그냥 차분하게 말했어. "누구누구씨 젓가락 드릴까요?" 라고.
젓가락 드릴까요,라고 질문을 했지만 사실 저 말의 의미는 질문이 아니라 젓가락으로 먹으라는 의사표현이었어. 하지만 아랑곳 않고 계속 손으로 집어 먹더라.
결국 참다참다 내가 말해버렸어. 다른 사람들 생각해서 위생적으로 젓가락 사용해달라고. 근데 그 남자애 반응이 "아 뉘예뉘예~"이런 식이었어. 난 너무 기분이 상했어.
똑같이 돈내고 먹는데 왜 불쾌하게 먹어야하는지 이해가 안갔어. 그래서 말했어. 돈 내는건 똑같은데 왜 누구누구씨는 편하게 드시고 우리는 찝찝한 기분 느끼면서 먹어야하겠냐고. 젓가락 좀 사용해달라고.
근데 여자친구가 그 남자애 편을 들더라. 나보고 왜그렇게 예민하냐고 물었어. 순간 너무 섭섭했어. 맨날 그 남자애랑 장난치고 카톡하는 것도 너무 질투나고 서운한데, 데이트가 될 수 있는 약속에 그 남자애를 끼고 나오고, 분명 그 남자애가 이상한데 내 편을 안들어주니까.
하지만 별로 싸우고 싶진 않았어. 그래서 내가 그냥 오늘 힘든 일이 있어서 잠시 예민했나봐라고 말하고 수습 했어. 그리고 그 남자애는 뭔가 자기때문에 분위기가 서늘해진 걸 느꼈는지 먼저 가보겠다고 하고 가더라. 여친도 잡진 않았어.
그 남자애가 사라지자, 여자친구는 나더러 그 남자애한테 왜 그러냐고 물었어. 나는 오늘 그 남자애의 음식 먹는 태도를 비롯해 그동안 내가 느낀 감정을 말했어. 그랬더니 여친은 3년이나 사겼는데 아직도 질투를 하냐고 말하더라. 아까 그 남자애는 아직 군대도 안 갔다 온 앤데 그렇게 어린 동생한테 질투하지 말라고 했어.
그 말을 듣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 앉으면서 가슴이 차가워지더라. 그리고 내가 듣기에도 싸늘할만큼 차갑게 말했어. "질투를 안 느낄 때가 됐으면 헤어져야지."
여자친구는 대답하지 않았어. 내가 오늘은 그냥 여기서 해산하자고 했어. 여자친구 집에 바래다 주는 도중에도 여자친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
침대에 누워서 생각하는데 이 연애는 끝난건가 싶어. 여친이 카톡은 4통 보냈던데 확인은 안 했어. 지금 읽어봤자 다 핑계로 보일 거 같거든. 어쩌면 이별 통보일지도 모르지.
내가 잘못한걸까? 내가 더 참아야했나?
그냥 모르겠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