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강한 여자는 상처도 큰법
혜림은 아침부터 미끄러지지 않나 스타킹을 짝짝이로 신지 않나 오늘 컨디션이 영 엉망이었다. 조금전엔 주영과 부딪혀 그녀의 치마에 커피를 쏟고 말았다.
너무나 짜증나는 일과가 시작되자 두통이 또 시작되는지 혜림은 머리가 아파왔다.
-띠리리-
“혜림아. 너 찾는 전화왔어”
주영은 곧바로 혜림쪽으로 전화를 돌려주고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여보세요”
“나다.”
낯익은 목소리가 수화기 건너편에서 들려왔다. 친근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혜림의 어머니였던 것이었다.
“엄마. 왠일이에요?”
“혜림아. 미안하다. 흐흐흑”
그녀의 엄마는 말을 잇지 못하고 한참을 울먹였는데 아무래도 자신의 아버지일 때문인 것 같았다.
“아버지가 또 사고치셨어요? 엄마. 잠깐만요. 제가 다시 전화할께요.”
혜림은 곧바로 전화를 끊고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밖으로 나갔다. 순간 옆자리에 앉은 현승은 하던 업무를 멈추고 어두운 표정으로 나가는 혜림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도대체 이번엔 무슨 일이에요?”
“흐흐흑”
“울지만 말고 말씀하세요.”
혜림은 애써 불길한 마음을 떨쳐버리며 물어보았다.
“아버지가.. 집을 담보로 노름을 했다더구나. ”
“뭐라구요?”
갑자기 숨이 막힌 혜림은 자신의 가슴을 치고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
“그 인간은 사람이 아니다. 어떻게 집까지 담보로 걸고 그 짓을 했는지.. 흐흐흑”
“정말 너무 하시네요.”
“미안하다. 너한테 말이다. 민석이 학비까지 낸다고 고생이 많을텐데”
“엄마. 걱정마세요. 제가 일단 생각좀 해보고 다시 전화드릴께요”
그녀는 지긋이 자신의 머리를 누르고는 두리번거리며 앉을 의자를 찾았다.
“혜림아. 지금 말이다..”
“네?”
“네 아버지가.....너한테로 갔다. 그 인간이 너한테 돈뜯어 낼려고 갔단 말이다.”
순간 혜림은 경악을 하고는 아버지가 혹시나 와 있는지 싶어 창문밖 아래를 두리번 거렸다.
“미쳤나보군요.”
“면목이 없구나.”
“일단 알았어요. 저 그만 일하러 들어가봐야해요. 나중에 다시 전화할께요”
엄마와의 통화가 끝나자 혜림은 휴게실자리에 한참을 앉아있었다. 머리가 아파오고 열이 나는 듯 온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오후업무는 하나도 귀에 들려오지 않은체 혜림은 수차례 사무실 창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혹시나 그녀의 아버지가 찾아와 무슨 행패나 부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중이였다.
다행히 7시 업무시간이 마칠때까지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고 안도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현승씨 퇴근 안해요?”
혜림은 자신의 책상을 정리하고는 아직까지도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는 현승을 향해 말을 내뱉었다.
“전 오늘 야근입니다. 오늘 까지 1층디자인을 마무리 지어야 하거든요. 혜림씨 집까지 태워다 드릴까
요?”
그의 말에 혜림은 힘껏 자신의 손을 내젓기 시작했다.
“아뇨 아뇨. 하던 일이나 하세요. 저 먼저 퇴근할께요. .”
“혜림씨 오늘 몸이 안좋아보여요. 집에가서 뜨거운물에 샤워하고 푹 쉬어요”
“고마워요. 주영아 나 먼저 간다.”
“어엉..알았어. 기집애 빨리도 나간다.”
주영은 순식간에 사무실을 나간 혜림을 쳐다보고는 자신또한 집에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혜림은 어디에서 아버지가 자신을 부를까봐 부리나케 사무실로비를 빠져나갔다. 학창시절 내내 그녀의 아버지는 혜림의 학교로 찾아와 행패를 부렸는데 그때마다 그녀는 쥐구멍이라도 들어갔으면 하는 싶은 심정이였다. 그렇게 원망과 증오로 얼룩진 아버지의 존재는 지금까지도 혜림에게 있어서 가슴아픈 상처였다.
“이혜림”
뒤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그 자리에서 멈춘채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어둠속에서 누군가가 자신쪽으로 걸어나오자 그가 누구인지 확인한 혜림은 한숨을 내쉬었다.
“왜 놀라고 그러나. 집까지 데려다줄테니까 타지”
“아뇨. 지하철타고 가면 되요.”
“괜한 고집부리지 말아. 날씨도 춥잖아”
성진은 그녀에게 다가오더니 자신의 걸치고 있던 목도리를 혜림에게 둘러주었다. 그러고는 헤림의 손
목을 잡더니 자신의 차가 있는곳으로 데려갔다.
“괜찮아요."
"한번쯤 내말에 고분고분 할수 없나“
그때였다.
“이놈아. 그 손 놓지 못해!”
갑자기 누군가가 그들에게 뛰어오더니 성진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무방비상태에서 공격당한 성진은 한
두걸음 뒤로 밀려나버렸고 혜림은 차쪽으로 튕겨나갔다.
“뭐지”
기분이 상한 성진은 늙은사내에게 얹잖은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자신의 손을 털었다.
“내가 누군긴 누구야. 썩을..”
혜림은 그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란 것을 알고 부끄러워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저 성진씨 그냥 먼저 가세요. 빨리요.”
그에게 이런모습을 보이는 것이 자존심상해 그녀는 성진에게 눈짓으로 제발 가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먼저 차에 타고 있어. 내가 처리하지”
“아뇨. 부탁이에요. 그냥...가주세요..”
영문을 모르는 성진은 혜림을 쳐다보았는데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가긴 어디가냐. 도대체 우리 딸년이랑 무슨 관계야! 이 못되먹은 놈아”
성진은 이 상황이 이해가 안되는지 혜림과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미친놈일세. 난 이혜림 애비된단 말이야. 그리고 너..서울 올라와서 남자놈이랑 누가 붙어먹으랬냐”
그 남자는 성진을 향해 말을 하더니 곧바로 혜림을 쳐다보고는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이미 고주망태가 된 그녀의 아버지는 술냄새가 곳곳에서 확 풍기고 있었다.
“그만해요. 제발...그만해요. 흐흐흑”
혜림은 참고있던 분노와 눈물을 쏟아내고는 재빨리 앞으로 뛰어가더니 지나가던 택시를 타고 떠나버렸다.
그녀가 떠난뒤 한참동안 그 남자를 쳐다본 성진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정말 당신이 이혜림씨 아버집니까?”
집으로 들어온 혜림은 자신의 방문을 걸어잠그고 한참을 울기 시작했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도 그 남자..한성진이란 그 남자앞에서 무너져 내린것이었다.
머릿속에는 성진이 자신을 얼마나 비웃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는데 평소 그에게 자신은 콧대가 높은여자 만만하게 보여선 안될여자로 행동한 모습들이 떠올라 부끄럽게 느껴지기 시작한것이였다.
혜림은 화장대에 앉아서 멍하니 자신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목에는 아직까지 성진이 매어준 목도리가 있었는데 곧바로 그것을 빼내고는 방쪽으로 던져 버렸다. 그러고는 거울을 쳐다보며 마스카라에 번진 자신의 눈가를 휴지로 닦아 내었다.
조금뒤 참고있던 눈물이 다시 터져나오자 그녀는 소리내어 엉엉 울고는 곧바로 누군가를 생각해내고는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제발...받지말길....
“여보세요”
하지만 그녀의 바램과 달리 신호가 두 번울리자마자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현승의 목소리가 수화기 건너편에서 들려오자 혜림은 목이 메어와 말을 잇지 못했다.
“혜림씨죠. 대답해요. 무슨일있어요?”
“저....흐흑”
혜림은 터져나오는 눈물과 흐느낌을 자신의 손바닥으로 입을 막으며 쉴새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진정하고 얘기해봐요. 거기가 어디에요?”
“흐...흐흑..”
“혜림..말해요. 제가 갈께요. 그러니 울지말고 얘기해요”
“집이에요”
“알았어요. 꼼짝말고 기다려요.”
전화통화를 끝낸 현승은 재빨리 자신의 옷을 집어들고 사무실문을 나갔다. 그의 마음은 그녀의 걱정으로 아무생각이 나지 않았고 제발 무슨이유인지 간에 별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쿡큭큭. 돈이 많나보군.”
혜림의 아버지는 성진의 사무실로 들어오고는 소파에 털썩 주저않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용건만 말하겠습니다.”
“좀 천천히 하지.. 나 목 마른데 음료수 같은거 줄수 있나”
혜림의 아버지만 아니었다면 그 사내는 분명 성진의 주먹에 나가떨어졌으리라. 이를 악문 성진은 인터
폰을 눌러 그녀의 비서에게 마실 음료를 내오라고 일렀다.
잠시후 비서가 오렌지 쥬스를 그 사내앞에 두자 그는 곁눈으로 비서의 몸을 아래위로 훑어 보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그녀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잠깐 잠깐..난 이 음료수를 한모금도 마시지 않았다구.”
성진은 최대한 인내심을 발해 뻔뻔스러운 그를 쳐다보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딸과 결혼을 하고 싶다고? 그래..내 딸이 날 닮아서 잘나긴 잘나지. 하지만 결혼은 한쪽이 원하다고
되지 않아”
“..........”
“내 딸년은 이 애비말을 잘 듣는 착한 딸일쎄.”
성진은 이미 혜림의 아버지에 대한 조사를 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장실장의 보고에 의하면 그녀는 어릴때부터 자신의 아버지에게 매질을 당하기가 일수였다는데 온몸이 퍼런 멍자국으로 가실 날이 없었다고 한다. 그 보고를 듣고나서 성진은 당장이라도 이자를 찾아가 끝장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혜림의 아버지라 차마 그러지 못했다.
“그년의 애비로써 많은 것을 원하지 않아. 난 단지 내 딸이 고생하지 않을 만큼의 뭔가가 있어야 한단 말
이야”
비열하게 웃는 그녀의 아버지는 자신의 외투에서 담배를 꺼내더니 한모금 피기 시작했다.
“얼마를 원합니까?”
“그렇게 쉽게 얘기하면 내가 나쁜애비가 되지 않는가. 난 단지...”
“빨리 말하시오. 난 당신 넋두리를 들어줄 만큼 시간이 한가하지 않습니다.”
갑자기 성진이 자신을 향해 냉혹하게 쳐다보자 무색해진 그 남자는 얼른 다른곳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왜 그렇게 무섭게 쳐다보나. 난 그냥 가게 하나 차릴 돈만 주면 좋겠단 거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대신 앞으로 절대 이혜림을 괴롭히지 마시오. 만약 또한번 오늘같은 일이 벌어진
다면 당신은 아마 철창신세를 벗어나지 못할것입니다.”
“뭐.....”
성진에게 무어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금방이라도 그가 자신의 제안을 거둬들일까봐 말을 멈추고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으로 자네와 난 장인과 사위의 관계과 되겠군..잘 부탁하이. 그럼...”
그 사내는 성진의 눈치를 살피더니 재빨리 그의 방을 빠져나갔다. 그녀의 아버지가 나가고 나자 성진은 말없이 휴대폰을 들더니 다시 내려놓았다. 지금 그가 전화해봤자 그녀에게 상처만 더 입힐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툭-
“뭐야.”
신영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누군가와 부딪쳤는지 짜증나는 소리로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여긴 경비는 도대체 뭐하는 거야. 잡상인이나 들이구.”
“뭐 이년아. 누구보고 잡상인이라는 거야.
술냄새가 확풍기는 사내가 신영쪽으로 한걸음 다가오자 욕을 해대던 신영이 입을 다물었다.
"얼굴도 반반하네"
사내가 자신을 음흉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겁이 난 신영이 그를 한번 노려보고는 뒤를 돌아서서 가 버렸다.
“부잣집 딸련들은 겨울에도 반팔입고 다니군. 쳇 염병할”
현승은 급히 주차장에 자신의 차를 대고는 아파트 계단을 뛰쳐 올라갔다. 이미 그의 이마는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는데 지금 그런걸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곧 혜림의 문앞에 도착한 현승을 벨을 누르고는 다급하게 그녀를 불렀다.
“혜림씨 저왔어요. 문 열어요.”
-덜컹-
곧 문이 열리자 마자 현관으로 들어간 현승은 힘겹게 서 있는 혜림을 쳐다보았다.
“혜림씨”
“현승씨 있..잖아요.”
흔들거리는 그녀는 위태롭게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좀 안아줄래요”
혜림은 말을 잇자마자 앞으로 쓰러졌고 놀란 현승이 그녀쪽으로 달려갔다.
“혜림씨 정신차려요”
^^제 11편 올렸어요~~헉헉...힘들당...그래두 열심히 쓴 만큼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힘이 나는듯 하군요. 앞으로 혜림을 사이에 두고 많은 일들이 일어날것 같아요. 기대해주시구요....
글구 성진과 현승 둘다 제가 사랑하는 케릭이걸라요~~~ㅋㅋ 왠만하면 모두 해피엔딩이 될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그럼 스토리구상하러 이 몸은 또 사라집니다. 좋은 하루 되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