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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33. 결혼10년. 극심한 권태기가 왔습니다...

온실속화초 |2019.12.16 16:21
조회 70,653 |추천 61

  

 

 

안녕하세요.

정말 어디에도 이야기할 곳이 없어

이렇게 익명의 힘을 빌어 이곳에 한번 써내려가 보려 합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하는지.

많은 인생 선후배 여러분께 도움을 요청합니다....

오늘 저는 엄마든 아내든 그 어떤 타이틀을 거부하고

그냥 저라는 한 사람으로 글을 써내려가 볼겁니다.

긴 글이 되겠지만 꼭 읽어보시고 조언해주세요.

 

 

2009년 23살이 끝나가던 겨울, 25살이던 남편을 만났습니다.

꿈에 그리던 이상형 같던 남편이었고,

불화에 허덕이던 부모님의 늪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저는

다음해에 남자친구였던 남편을 설득시켜

양가에 결혼을 선언하고 다행히도 축복 속에 결혼하게 됩니다.

그때 제가 대학교 3학년이었고 남편은 졸업반이었죠.

돈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둘다 몇천원 들은 체크카드 한 장씩 들고 결혼했으니까요....

신혼집은 원룸형 풀옵션 오피스텔. 그것도 월세45만원.

남편 첫 직장 첫 월급은 105만원.

24살 26살 소꿉장난 하듯이 그렇게 살았습니다.

어린나이에 둘이 살다보니 모자른 것도 모르고 그냥 재밌다고 하하호호 살았네요..

 

광고디자인 계열에서 일을 했던 남편은 늘 바빠 평일엔 얼굴보기 힘들었고

지방에서 올라와 이방인처럼 서울에서 결혼생활을 해야했던

저는 외로움과 싸우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그래도 홀로남은 집에서 늘 남편 저녁상 차리는 재미로,

점심값이 부담돼 도시락싸는 재미로,

블로그 뒤져가며 베이킹 하나씩 해보는 재미로,

남편 회사에 간식 챙겨주는 재미로,

식물키우는 재미로, 집꾸미는 재미로,

책읽고 글쓰는 재미로, 그렇게 몇 년은 혼자놀기로 버티며 살았습니다.

한결같이 무심했던 남편은 하루에 전화한통 없었네요..

이제와 생각해보면 제가 먼저 결혼하자고 했던 탓이었을까요..

재미있게는 살았지만 그다지 사랑받으며 살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남편은 열심히 일했고 저는 10년째 매일 도시락 싸주며 열심히 내조했고

남편 월급은 차차 올라 200만원, 300만원.....

그보다 더 올라 지금은 말하면 누구나 알아주는 대기업 과장이 되었네요.

저도 대학을 졸업하고.. 아이를 가지고.. 이제는 6살이 된 남자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중간에 집에서 쇼핑몰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매출도 괜찮아

남편보다 더 벌기도 하고 덜벌기도 하면서 재산을 늘려갔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알뜰살뜰모아 차도 사고 집도 샀습니다.

풍차돌리기 적금도 몇 해가 돌아와 예금도 많이 늘었네요.

남편은 월급 전부를 제게 가져다 주었고

저는 천원도 아껴가며 적당한 시기에 필요한 것들을 채워가며

열심히 가계를 꾸려온 결과입니다.

 

 

 

저는 사회생활을 해본적이 없습니다.

나름 학벌도 좋고 배움도 있었으나 워낙에 적성이 현모양처였기에

그냥 집에서 남편 내조하며 아이키우며 살았네요.

한때 승무원이 되는 것이 꿈이어서 국내 대형항공사에 면접보러 다녔지만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사회생활을 못해봤으니 당연히 그 흔한 회식도 워크숍도 야유회도 해보지를 못했네요..

대학다닐때는 왜 MT같은델 따라가지 않은걸까요.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갈증이 뒤늦게 몰려옵니다.

서른셋이나 되어서 말입니다.

 

남편도 열심히 살아왔을 겁니다.

105만원이었던 월급을 서른다섯이라는 어린나이에 세배 네배 올리느라 수고많았을겁니다.

남편도 결혼 초 빠듯한 살림 탓에 용돈이 늘 부족했을 겁니다.

자주 갖지 못한 술자리 때문에 공식적인 회식이나 워크숍 야유회는

어쩌면 남편한테는 단비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마다 갓난아기와 나를 두고 연락이 단절되는 남편을 미워하고 원망하면서

외로움을 눈물로 호소해도 외면하는 남편을 보면서

따뜻한 말한마디 해주지 않는 남편옆에서

지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이 그렇게 우리를 떠나갔나봅니다..

그렇게 무미건조한 우리가 된것도 벌써 몇해가 지났네요..

 

 

친정은 멀고 시댁은 차갑습니다.

친구는 멀어진지 오래고

아이는 기관에 맡길 자신이 없어 5살이 될 때까지 홀로키웠습니다.

기관에 안다녀 혹시나 부족할까

한글이며 영어며 만들기 그리기 종이접기 매일한가지씩 가르치며 열정적으로 키웠고

드디어 6살이되어 병설유치원에 다닙니다.

 

이제야 저도 제 삶이 조금 생겼는데.

갑자기 공허함이 물밀 듯이 밀려옵니다.

23살에 만난 남편과 결혼했으니

가슴뛰는 사랑을 못해본지도 꼭 10년이 되었네요.

회사생활도 해보고싶은데.

남편이 달갑게 여기지 않네요.

아이를 단 한시간도 부탁할 곳도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새장같은 집에서 오늘도 아이를, 남편을 기다립니다.

더 이상 제가 쓸모있는 곳은 별로 없습니다.

아이도 점점 저를 떠나 친구들과의 삶속으로 멀어져 가고

남편도 10년만에 여유가 생기니 친구도 만나고 퇴근후 게임도 합니다.

저도 이제 한끼 밥상차리는 것도 내공이 생겨 별로 힘들지도 않습니다.

할 일도 하고싶은 일도 없습니다.

남편과는 한마디 따뜻한 대화도 오가지 않네요.

하루종일 웃을일조차 없습니다.

남편은 회사에서 많은 사람들과 하하호호 이야기하며 스트레스를 풀겠지요.

아이친구들 엄마들과 어울려 커피마시는 일은 제가 좋아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남편은 자꾸 그 일을 하라고 합니다.

집에서 혼자 그러고 있지말고 나가 엄마들과 소통하라합니다.

난 나를 찾고 싶은거지 여기저기 어울려다니며 시간을 허비하고 싶은게 아닌데 말입니다....

 

 

이혼을 하려고 합니다..

근데 용기가 나지를 않습니다.

모든걸 다 이루었는데.

다내려놓고 처음으로 돌아가려니 용기가 나지않습니다.

너무 예쁜 아이에게 상처를 줄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살 자신도 없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겨우 숨한가닥 붙어있는 시체처럼

새장속 새처럼

목줄감긴 강아지처럼

동물원 원숭이처럼

온실속의 화초처럼

자존감 없이 무의미하게 살아야하는걸까요.

몇 년더, 아니 몇십년더, 이렇게 나를 잃고 살면 행복한 걸까요?

행복하려고 이혼하는건 정말 멍청한 짓일까요?

다른 사람도 만나보고 싶습니다.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싶습니다.

밥도 먹고 영화도보고 이 답답한 집이 아닌 밖으로 나가

세상속에서 웃어보고 싶습니다.

남편을 다시 사랑하려고 몇 년을 노력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절대 할 수 없는 일이 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버티고 살아야할까요..

용기내 한걸음 나아가 볼까요.

 

 

제가 정말 제정신이 아닌게 분명합니다..

다들 미쳤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자꾸만 세상밖으로 나가고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애도하고 일도하고 활기차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부디 도와주세요.

 

 

 

 

 

 

 

 

 

 

 

 

 

 

 

 

 

추천수61
반대수258
베플헤이|2019.12.16 22:15
쓰니야, 지금 그런 마음으로 이혼하면 또 도피하는거야. 차라리 워킹맘으로 사회도 알고 일도하고 그러면서 이혼이 확고하다면 모르지만 사회가 만만치않아. 무엇보다 이혼하고 확실한직장, 자기의지를 가지고 있지않는한 대부분 후회할일이 더많아. 더 나쁜 남자 만나거나 안좋은 쪽으로 빠지기도 하고. 지금은 이혼보단 파트타임으로라도 일을하던가 쓰니가 하고싶은 미래를 위해서 학원다니던가 자기미래를 생각해봤으면 좋겠어.
베플|2019.12.17 03:17
부모 불화때문에 힘들어서 도피로 결혼했으면서 ㅡㅡ가정깨서 자기애한테도 결핍을 주려하네...남편이 바람펴서 혼인관계유지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지가 결혼하자 그래서 남편도 어린나이에 결혼해서 그 나이에 즐길수 있는 것들 다 포기하고 외벌이로 처자식 먹여살리는데...철이 없어도 저렇게 없나..남편은 ATM기 말고는 삶이 없냐? 지금 당신 남편나이에 결혼하는 사람들도 많아 남편은 꿈도 로망도 없고 자유에 대한 갈망도 없다 생각해? 남편도 당신이랑 결혼 안했으면 더 좋은 집에 살고 더 조건좋고 가슴 설레는 사랑하게 해줄 여자 만났을 수도 있어 정신차리세요 한심한 사람아...
베플ㅇㅇ|2019.12.16 17:55
이미 이혼까지 생각을 하셨다면 정말 터놓고 남편분과 이야기를 해보시는건 어떨까요...? 참 우스운게 말로 생각을 꺼내놓지 않으면 절대 모르는 일들 투상이더리구요. 난 지금 이런 싱태인데 넌 어떻냐. 어떻게하면 이 상황을 서로 잘 풀어나갈 수 있을까 혼자하는 고민보다 둘이 좋지 않을까요? 힘내세요 토닥토닥
찬반ㅇㅇ|2019.12.16 23:14 전체보기
배부른 소리하고 자빠졌네 으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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