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방탈 사과 드릴게요.어디 말하기 부끄러운 얘긴데 말 안 하면 미쳐버릴 것 같아서 글이라도 씁니다.안녕하세요.세 살 차이 남동생 하나 있는 이십대 후반입니다.얼마 전부터 어머니가 아버지를 자주 만나시더라구요.부부가 만나는게 뭐 별일인가 싶겠지만,아버지의 외도로 별거 상태로 들어선지 근 10년째라 왜 만나시나 했어요.그런데 며칠 전에 저에게 '너도 아빠 있는게 좋지?'이러시더라구요.다른 아빠가 네 친 아빠만 하겠냐면서.그런데 저는 애초에 아빠라는게 필요없어요.그 사람 딸이라는게 싫어요.그 말 들을때까지만 해도 설마했어요.네 아빠는 왜 이혼을 안 해주냐며 화내시던 분이라서,아버지도 자기 인생에 신경쓰지 말라던 사람이라서.애초에 결혼 생각도 없지만 만약 결혼을 한다고 해도 혼주석에 앉히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서.그 사람이 싫거든요,저는.
초등학교 몇학년 때였는지는 기억 안 나는데 친척분이 저희 가족 차를 타고같이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일이 있었어요.승용차라서 운전은 아버지가,조수석에 친척분이 앉으시고 저와 동생,어머니가 뒷자리에 앉았는데 동생이 잠이 왔나봐요.그 자리에서 눕더라구요.그런데 그걸 보신 친척분이 그러시더라구요.왜 내가 불편한건 생각 안 하냐고,왜 아들만 예뻐하냐고.근데 동생이 더 예쁘데요.어머니와 아버지가 싸웠을때 엉엉 울면서 나가지 말라고 붙잡았다고.저는 그냥 울기만 했다고.동생이 동생이라 더 예쁘데요.그걸 그 차 안에서 얘기했어요.내가 다 듣고 있는데.그 이후로 어머니에게 정이 떨어졌는데 오히려 더 치댔어요.혹시나 내가 더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그런데 아니더라구요.고등학생 때 유난히 수학을 못해서 수학 학원에 보내달라고 했었어요.그랬더니 집안 사정탓에 못 보내주겠다고 하더라구요.그런데 동생은 학원에 다니고 있었어요.그럴 수도 있겠죠.하나만 보낼 수 밖에 없었던거겠죠.최소한 생각해보는 척이라도 했다면 덜 서운했겠지만.제가 성인이 되고,동생이 성인이 된 이후의 어느날,집에 카드 연체 고지서가 왔어요.동생 카드 연체 고지서요.핸드폰 요금 연체 고지서도 왔었어요.몇 번.저한테 어떻게 하냐고 물으시더라구요.갚아주지 말라고 했어요.자기가 벌인 일인데 그걸 왜 갚아주냐고.갚아주니까 또 이 ㅈㄹ을 하는거라고.그런데 갚아주시더라구요.돈 없다면서.없다는 돈을 빌려서 해주시더라구요.안 갚아주면 동생이 신용불량자가 된다고.어이가 없어서 그랬어요.동생이 같이 죽어달라 그러면 죽어주실거냐고.그러시겠데요.그 때 확실히 느꼈어요.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동생 발끝도 못 따라가는구나.그래도 엄마라서,외할머니가 내 손 붙잡고 엄마한테는 너밖에 없다고 하시는게속상하고 그래서 못 놓고 있었어요.
아버지는...솔직히 저희 남매한테 뭘 해주신 적이 없어요.몇 번 가족여행 갔던게 다에요.그 이외 기억 나는건 젓가락질 제대로 못한다고 먹던 숟가락으로 머리 맞은거,초등학교 졸업식에도,중학교 졸업식에도 아무도 안 오셔서고등학교 졸업식에는 엄마라도 와달라고 했더니 어머니는 동생 졸업식 가시고졸업식 다 끝나고 나서 아버지 차에서 꽃다발 받고 5분 거리에 있는 중국집 간거,가게 된 대학이 왕복 4시간 거리라서 기숙사비 내달라고 했더니내준다고 해서 등록했는데 그렇게 말해놓고는 연락 끊어버린거.그 기숙사비는 결국 생활비 대출으로 해결했어요.다 괜찮아요.저런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니와 아버지가 별거하게 되신 그 날 그 전화에 비하면.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즈음이었나,아마 그때였을거에요.안방에 TV가 있어서 다 같이 겨울 특선 영화를 보고 있는데 두 분이 또 싸우시더라구요.그런가보다 했어요.꽤 자주 싸우셨으니까.방문을 부수고 칼을 들고...엉엉 울면서 경찰분들한테 우리 부모님 좀 말려달라고 전화하고.정말 그 정도라서 익숙했어요.그런데 바람이래요.다른 여자가 있었데요.그 여자가 전화를 했다더라구요.그 저녁에.어머니가 그걸 보신거구요.모르겠어요.누구였는지는.알고 싶지도 않구요.다만,단지...아빠가 쫓겨나시듯 집에서 나가고 나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건가,앞으로 어떻게 되는건가 하고 있는데 제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어요.그 여자가 저한테 전화를 했더라구요.저는 학교 다니던 동안 반 은따였었어요.그래서 말하는게,친해지는게 무서워요.나의 겨우 한 마디가 남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아니까.그래서 가급적이면 욕설도 안 하고 최대한 좋은 말투로 말하려고 했는데,제 이름을 부르더라구요.전화 받기 전까지만 해도 설마설마 했었어요.설마 미쳤다고 바람 핀 여자가 딸한테 전화를 걸겠냐 하고.근데 제 이름이었어요.흔한 이름이긴 해도 그 늦은 저녁에,내 아버지를 잃은 그 시간에,정확하게 내 번호로 전화해서 내 이름을 부른다.눈이 돌아가서 ㅅㅂ이라고 소리를 질렀어요.그랬더니 어머니가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냐고 하며 방으로 들어오시더라구요.생전 큰 소리 한 번 안 내던 네가 왜 그러냐면서.그래서 저는 아버지가 싫어요.얼굴만 보면 그 때 그 일이 목 끝까지 치고 올라와서.안 믿었어요.믿기 싫었어요.그래도 아빠니까.근데 그 전화를 받는 순간 내 인생에 더는 아빠는 없구나 싶더라구요.그 다음부터 얼굴 보는게 싫어요.힘들어...그 여자한테 문자로 빌었어요.우리 엄마하고 아빠 이혼 안 하게 해달라고.안 그래도 왕따라 힘든데 부모님까지 이혼하면 도저히 못 버틸 것 같아서.세상에...그랬더니 부모님 이혼 안 하실거라더라구요.근데 안심이 됬어요.아,그렇구나 하고...
그래서 내 인생에 더는 아빠는 없구나 하고 동생이 그러니까 그래도 내가 좀 더...하고그렇게 쭉 살아오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그러시더라구요.합치기로 했다고.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네 아빠가 돌아오고 싶어했데요.대체 어디로요?저한테 아빠는 없는데요.그 여자가 내 번호를,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겠어요.저는 그런 사람이랑 같이 못 살아요.내 아빠 아니야,그 사람은.작년 크리스마스에 준 명품 가방을 선물로 받았어요,그 사람한테.그래도 선물이니까 고맙다고 전해달라고는 했는데,솔직히 제 취향 아니었어요.제가 뭘 좋아하는지 알기는 할까요,그 사람.제 나이가 몇인지도 모를텐데.그거 안 받았을거에요.돌아오고 싶다는 뇌물이었다는걸 알았다면 절대로.왜 받았냐면...그 10년간 양육비 못 받았어요,어머니가.그래서 마음속으로 가방 하나쯤은 괜찮겠지 했나봐요학창시절에 아빠랑 잘 지내는 애들...아니,아빠가 있는 애들을 그렇게 부러워하게 해놓곤,매번 거짓말 하게 해놓고는 돌아와요?대체 어딜.
이사 간데요.여기가 싫데요.이사가서 다 같이 살자는데...나는 둘 다 이해가 안 되요.같이 못 살아,나는.나는 그 사람이랑 같이 못 살아.잊어버렸다고,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불쑥불쑥 치고 올라오는데 어떻게 같이 살아.생판 모르는 곳에서 없었던 내 아빠한테 적응하래요.내가 왜...태어나서부터 계속 산 이 동네에서 아빠한테 적응하라 그래도 나는 못해요.어제 집을 보러 간데요.왜 내 말은,내 의견은 들어주지도 않아요...나는 어떻게 해야 돼...싫다고 했어요.그랬더니 왜 반대만 하냐고 하시더라구요.말을 못하겠거든요.도저히 말을 할 수가 없어서.역겨워서.그래서 밤새 울다가 지쳐 잠들었다가 다시 울면서 글 써요.대체 뭘 어떻게 해야 되는걸까요,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