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안의 첫째로 태어나서 동생 3명 그리고 엄마아빠랑 산다.
어릴때부터 엄마랑 아빠한테 어리광도 못피우고 양보만 하며 살았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써준 생활기록장에도 양보잘한다는 얘기만 가득.
첫째다보니 초1때부터 매일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공부를 강요받았다. 지금 놀고있는 내 동생들보니까 좀 서럽네 그때의 내가.
나도 그때 친구들이랑 다같이 미술학원 등록하고 운동방과후도 같이 하고싶었는데.
또 한번은 초3때였나 고모부가 요리하고있는 동안 동생들이랑 사촌동생이 방 어질러놨을때 동생 관리 안한다고 혼낸게 아직도 기억난다.
어릴때는 내가 첫째니까 그래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 어린애한테 뭘 바랐나 싶네. 그렇게 동생이라는 책임을 등에 업고 살다보니 난 어릴때 어리광도 못피우고 어릴때부터 의젓하게만 컸던 것 같다.
나도 동생들처럼 어른들의 우쭈쭈 받고싶었는데 내가 다컸다고 생각했다. 사실 아닌데.
어릴때의 나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옛날의 사소한 경험들은 쌓여서 현재의 나와 동생들의 성격을 만들어냈다. 난 동생들과 달리 몸에 밴 생활애교도 없고 발랄하지도 못하다. 그래서 가족들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동생들을 더 좋아하는게 느껴진다.
어릴때의 그 책임들이 이렇게 돌아올줄은 몰랐는데. 난 왜 첫째로 태어난걸까
요즘은 엄마때문에 너무 힘들다. 사춘기도 한참 전 지났지만 많이 싸운다. 성격이 달라서겠지.
엄마, 엄마 나 싫어하는거 다 티나. 동생만 체크카드 만들어준것도 다 알고 동생이랑만 옷사러간적도 있는거 다 알아.
나빼고 애들이랑 아빠데리고 놀이공원 간 적도 있었지? 그리고 다 기억 못할거라 생각하나본데 나 엄마가 옛날에 했던 나쁜말들 다 생각나.
나가 죽어라 니아빠랑 이혼하면 니랑은 안살거다 니랑 안살고싶다 난 니를 살갑게 대하지 못하겠다 니 불편하다 난 너한테 투자하는거다 등등..
이말 듣고 아무 반응도 안했고 오히려 화난척했지만 엄마, 나 방에 처박혀서 맨날 울었어. 엄마가 뭐라한 날이면 새벽에 이불속에서 몇시간을 울었고 혹시 흐느끼는 소리라도 들릴까봐 입막고 코막고 울었다 그리고 나 초등학교때부터 유서도 엄청 많이 썼었는데.. 혹시라도 내가 이러다 죽을까봐..
아침에 눈이 너무 부어서 친구 웃으라고 부은 눈 사진찍어 보내줬는데 힘들면 말하라는 친구 메시지에 아침에 혼자 펑펑울었어
그리고 아빠한테 뺨맞았을때 기억나? 그후로 나랑 가족들사이에 냉전 계속돼서 다 나 무시했었는데. 나가도 잘가란말 없고 들어와도 인사없고 아침도 혼자 마늘에 밥먹고 일찍 나갔다가 저녁엔 내 밥만 없어서 굶었었는데. 나 그때 매일 울었고 청소년 보호소에도 연락할까했고 자살시도도 했었는데...모르지? 친구들만 나 걱정해주더라
그리고 나 남앞에서 절대 안우는데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고민 말하다가 울음 참느라 눈이 시뻘개졌어.
혼자 이렇게 버티면서 공부도 열심히해서 여고에서 전교 13등으로 1학년 끝내고 이제 2학년 올라가네. 앞으론 더 열심히해서 5등안에 들거야. 난 내가 꽤 괜찮은 딸이라고 생각하는데..내가 감정표현이 많이 서툴러서 엄마는 내가 맘에 안드는거겠지? 그밖에 많은것들이 있겠지만..뭐 방 안치우고 아침에 혼자 못일어나는거..
내가 나 힘들게 깨우지 말고 그냥 나한테 물만 뿌려달라고 했을때 엄마가 내가 너한테 그렇게까지 해야겠냐고 힘들다고 한거 기억나? 그때 나 내 친구엄마랑 엄마랑 사실 속으로 비교좀했어 미안
그런데 난 엄마 사랑해
엄마가 나한테 모질게 굴어도 난 엄마 죽을때까지 사랑할거고 엄마가 죽으면 제일 많이 울거야
혹시 엄마랑 아빠랑 이혼해서 같이 못살아도 난 엄마가 나 잊는동안 혼자 안잊고 맨날 보고싶어하면서 울거야 맨날 아빠얼굴 보면서 엄마얼굴 상상할거고 아빠가 해주는 아침밥을 먹으면서 엄마가 해줬던 샌드위치를 생각할거야. 엄마가 없어서 어질러져있을 내 방을 보면서 엄마를 그리워할거야.
왜냐면 난 엄마때문에 많이 힘들었지만 엄마 덕분에 신나고 기쁜 적도 많았거든.
날 귀여워했던 엄마가 담겨있는 2000년대의 사진과 동영상들을 보면 엄마가 좋아져. 내 학원비 내주려고 열심히 일하는 엄마를 생각하면 힘이나. 용돈은 거의 안줘도 끼니는 못거르게 하는 엄마를 보면 속이 든든해.
엄마는 내가 엄마 제일 싫어하는 줄 알지? 난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 지금 이렇게 새벽까지 글쓰는거도 엄마가 알면 화내겠징..?
새벽에 질질짜면서 글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