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 평범한 여고생입니다
편하게 음슴체로 쓸 거니까 이해해주세요
나에게는 7년 정도 된 친구가 있음
고등학생이라서 다른 친구들은 자주 만나지도 못 하니까 거리도 가까운 그 친구랑 자주 만나기도 하고 연락도 자주 하고 해서 다른 친구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친한 친구임.
그 친구를 ㅇㅇ이라고 하겠음.
나는 평소에 ㅇㅇ이를 아주 신뢰하고 내 얘기 다 하고 그 친구 얘기도 들어주려고 아주 노력함.
그 친구의 가정사도 최대한 열심히 들어주고 그 친구의 진로나 성적 또한 기분 나쁘지 않을 선에서 최대한 도움 주려 하고
내가 좋은 자료 얻으면 공유해주고 그럼. 그럴 만큼 난 그 친구를 아주아주 좋아함.
그 친구도 내 얘기를 잘 들어주고, 자주 만나자 하고, 만나서도 잘 놀고 자기 속 이야기도 종종 하기 때문에 나는 내가 그 친구의 가장 친한 친구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음.
근데 내가 엄청 예전에 그 친구의 페이스북 메세지 계정을 얻은 적이 있었음.
친구가 내 핸드폰으로 자기 계정 들어갈 때 삭제가 안 되고 남아 있었나 봄.
진짜 그러면 안 되는 짓인 걸 앎. 하지만 나는 ㅇㅇ이가 다른 애들에게 내 얘기를 어떻게 하나 갑자기 궁금했음.
왜냐면 ㅇㅇ이가 엄청 친한 친구가 두어 명 정도 더 있는데, 종종 나한테 그 친구들 얘기를 하기 때문.
페이스북 메세지에는 키워드를 검색해서 그 키워드를 사용한 대화만 모아서 볼 수 있는 기능이 있음.
그래서 난 거기에 내 이름 석자를 쳐 봄.
그랬더니 내 욕이 막 수두룩하진 않았지만, 나랑 친구 끊고 싶은데 학교에 친구가 없어서 어쩔 수 없다는 둥, 얘 너무 남자 밝힌다는 둥, 토나온다는 둥 X같다, 친구 하나 더 만들어야 하냐, 이런 X을 못 버리고 있어서 힘들다 등등... 너무 충격적인 말들을 발견해 버림.
남자 밝힌다는 맥락을 좀 살펴보면, 공학이었는데 내가 반에서 남자애들한테 별 거 아닌 이유로 왕따 비슷한 괴롭힘을 당했었음. 난 처음 당해보는 일이었기에 너무 상처였고 매일을 울었음. ㅇㅇ이도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앎.
근데 그 상황에서 다른 반 남자애가 대놓고 날 좋아한다고 한 거임. 그 애를 ㅁㅁ이라고 하면, ㅁㅁ이는 반에서 날 괴롭히는 애들과 친한 애였음. 나는 자존감이 바닥을 친 상태였기 때문에 ㅁㅁ이가 진심인건가, 아니면 날 놀리는 건가 싶어서 쳐내지도, 받아주지도 못함. ㅁㅁ이가 좋지 않았지만, 철벽치는 것처럼 하면 뭔가 더 욕 먹을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음. 그리고 다른 남자애들은 내가 거리 둔답시고 ㅁㅁ이한테 정색하면 날 보고 더 비웃었음. 그게 진짜 싫어서 내 행동 하나하나에 엄청 예민해졌었음.
너무 힘들어서 ㅇㅇ이에게 털어놓았더니 ㅇㅇ이는 내 앞에서는 남자애들을 욕해주고, 위로해주고 그랬음. 근데 저런 식으로 자기 친구에게 내가 선을 안 긋는다며, 내가 남자 밝힌다며, 내가 그 상황을 즐긴다며 내 욕을 심하게 한 거임.. ㅋㅋ
내가 너무 힘들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날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까는 걸 알고 나니 믿어왔던 시간이 너무 허망함.
내가 남자를 밝혔으면 남자들이 다 나 쳐다보고 괴롭히는 그 시간마저 좋아했을 거임. 관심 가져주는 거니까. 근데 그 당시 난 남자애들이 나한테 말만 걸어도 화장실 가서 울었음 무서워서. 주제에 벗어나니 자세히는 말 안 하겠지만 거의 남자 공포증 생길 정도였음. 그걸 ㅇㅇ이는 다 알고 있었음.
안 그래 ㅇㅇ아? 넌 날 이해하는 줄 알았는데
세상에 아무도 없는 기분이네
근데 그렇게 따지면 남자 진짜 밝히는 건 너 아냐? 넌 니 친구가 그렇게 괴롭힘 당하는데도 내 앞에선 걔네 정떨어진다 욕 해 놓고 학교에서는 걔네랑 장난치고 잘 지냈잖아, 지금도 내 욕 하고 다니는 남자애 어이없다 해놓고 걔랑 엄청 친하지 않아?
이제라도 너 말고 다른 친구들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너가 이젠 나에게 좋은 감정만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찌됐든 나는 한 번도 널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말하지 않았어. 좋게 말했다면 말했지.
넌 내 약점이 보이거나 내가 너 맘에 안 드는 행동을 하면 또 그 친구들에게 날 마구 욕할까 무섭다.
내가 남자를 밝힌다? 난 그 때 학교에 매일 쌩얼로 나갔고 남자애들한테 먼저 다가가본 적도 없어 ㅋㅋㅋㅋㅋ 안 그래? 꾸몄다면 너가 꾸몄지~
내가 네 페이스북 대화를 함부로 본 건 잘못이 맞아. 네 사생활이니까 네가 내 욕을 하는 것도 자유지.
차라리 내가 알지 않는 게 좋았을 것 같기도 해.
네 계정은 그 내용을 보자마자 삭제했어. 다른 내용 볼까 봐 걱정 안 해도 돼, 어짜피 이젠 궁금하지도 않거든.
난 평소처럼 너랑 잘 지낼게. 어쩌면 너가 어른이 되면 ‘남자 밝히는’ 나랑 손절 할 수도 있겠다~ 아직 너에겐 학교에서의 친구인 내가 필요하니깐.
새학기 들어가서는 너 말고 다른 친구들도 많이 만들게. 너도 많~이 만들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