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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전 엄마에게 이렇게 편지를 써도 될까요?

ㅇㅇ |2020.03.07 02:44
조회 1,159 |추천 3
안녕하세요 저는 독립을 앞두고 있는 20대입니다.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편지를 통해 해도 되는 말인지 망설여져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두서 없는 글이더라도 꼭 끝까지 읽으시고 조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래 전부터 고민하던 것이라서요.

우선 부모님께서는 제가 어렸을 적 이혼하셨고, 저와 동생은 엄마의 지원으로 살고 있습니다.아빠와는 연락을 끊은 상태이며, 엄마는 제가 당신을 싫어하기에 집이 불편하다며 현재 같이 안 살고 있는 상태입니다. (어디서 지내시는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엄마에게는 애인이 있습니다. 동생과 제게는 삼촌이라고 부르라고, 당신과 친구 사이라고 말하지만 애인이에요. ( 아직 아빠와 제가 연락할 당시 아빠한테는 본인처럼 친구 없냐며 그 분을 애인이 아닌 친구라고 칭하셨어요. 그러나 엄마 지인분들이 그분을 너의 신랑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이 살 맞대고 찍은 사진을 여러번 봤습니다. 그래서 애인 그 이상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엄마가 언제부턴가 딸(=저)이 당신에게 막 대하는 것 같다고 본인을 싫어하는 것 같다고 제게 말씀하셨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엄마가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렇게 느껴지는 거라며 그냥 매순간 상황을 회피하기 바빴어요. 근데 저렇게 부정했지만 저 정말 엄마에게 실망을 많이했고, 그녀를 싫어하는 것 같아요. 부모로서의 권위는 사라진지 오래인 것 같아요. 여기까지가 제 상황 설명이고요. 이제 엄마에게 쓰고 싶은 내용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을게요.

엄마 솔직히 말하면 엄마가 삼촌이라고 부르라고 한 그 사람이 난 싫어. 처음에 엄마가 그 분을 우리에게 소개했을 때부터 내가 싫어하는 거 여러번 티냈잖아. 그 분을 왜 그렇게 싫어했는지 당시에는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알 것 같아. 그 당시 나는 아직까지 아빠라는 사람이 내 마음에 있는데 엄마가 억지로 아빠를 밀어내고 그 사람으로 하여금 아빠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것 같아서 나는 너무 싫었어. 그리고 초반에는 내 눈치를 보면서 우리 만날 때 그 사람을 점점 안 부르다가 어느새 다시 부르더라. 그리고 만나기 전에 그 사람이 나온다는 걸 내가 알면 내가 안 가니까 뻔뻔스럽게 말 안 하고 그 사람과 같이 우리 데리러 오고. 내가 그 사람 앞에서 대놓고 다시 안 봤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 안 하니까 그랬겠지. 근데 나는 나름 배려였어. 내가 그러면 엄마가 난처할걸 아니까 그리고 내가 말 굳이 안 해도 내가 그 사람 싫어하는 거 엄마가 아니까 그런 자리가 줄어들겠지 하는 생각으로 말 안 했어.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이 부분은 잘못한 것 같아. 사실 배려가 아니라 그런 껄끄러운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내 이기심일지도 모르지. 그리고 그거 알아? 엄마와 아빠의 결혼 생활은 전부터 불안불안했지만 이혼의 도화선은 엄마라는 걸. 엄마가 시댁 환경과 식구들때문에 엄청 몸고생 맘고생하고 아빠가 IMF 당시에 돈 못/안 벌고 집에만 있을 때 엄마가 혼자서 엄청 고생했다는 것도 알아. 아는데 그래도 그날 그러면 안 됐다고 나는 생각해. 부부 싸움하고 어디 간다하고 다른 남자(위에서 말한 엄마 애인말고 다른 사람이에요) 차 탄 거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엄마가 털털한 성격이라 엄마 주변 지인들은 다 이해한다고 해도,,,, 내가 너무 유교사상에 매여있는지 난 아직까지 이해 못하겠고, 그 날의 엄마가 원망스러워. 엄마가 그러지 않았다면 혹시나 우리 가족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까 싶어서. 지금에서야 아빠의 잘못도 보이지만 그 당시에는 엄마가 바람펴놓고 이혼하자는게 난 너무 어이가 없었어. 왜그러냐며 이혼하지말자고 되려 매달리는 아빠가 애처러울 정도로. 아빠가 한때 가정폭력을 행사하기도 했고, (엄마가 네 식구 불러 놓고 피해자인 저와 동생 앞에서 가해자인 아빠에게 폭력 여부를 물었고, 아빠가 아니라고 말한 후 그 뒤로 제 기억상 엄마는 방관했어요. 엄마가 외출하고 집에 없을 때 저희를 때렸거든요.) 변변치 않게 돈을 벌어올 때도 있었지만 솔직히 엄마한테만은 잘했잖아. 연애 결혼은 아니었어도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확실했고, 쉬는 날이면 알아서 집안일도 다 하고. 아빠랑 헤어졌으면 그리고 재혼 안 한다고 애인 안 만들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만난 남자였으면 좋은 사람이라도 만나지. 그 아저씨는 아니라고 생각해. 종종 서비스직한테 반말 툭툭하고, 엄마 가방끈 짧다고 무시하는 것처럼 가끔 자기 말이 다 맞고, 엄마는 하나도 모른다는 것처럼 엄마 무시하고, 나한테도 꼰대스럽게 끝까지 자기 말 인정해줄 때까지 우기고. 그리고 최악인 건 내가 예전에 원피스 입고 차에 탈 때 시선이 아래로 향하더라 다행히 안에 반바지를 입긴했지만. 엄마한테 돈 안 쓰는 것도 난 좀 그래. 같이 밥 먹을 때마다 엄마가 다 계산하고 엄마가 아저씨한테 받는게 많다고는 하지만 내 눈에는 엄마 안 사랑하는 것 같아. 내 기억으로 딱 한 번 외할머니와의 식사 자리에서 돈 썼는데, 그조차 돈 아까워하면서 가능한 싼 메뉴 주문하고. 총 오천 원 차이였을 뿐인데 엄마가 나중에 그에 대해 뭐라고 하니 에둘러 얼른 다른 화제로 넘어가고..... 외할머니 제외하고 그 아저씨랑 같이 있다가 외갓집 식구들 마주칠 것 같으면 엄마 항상 피하잖아. 그건 엄마 스스로도 떳떳하지 않다는 거 아닐까? 마지막으로 그 아저씨가 이혼한 상태가 아니라면 불륜이니 그만 했으면 해. 그 아저씨와 우리 계속 만나게 하는 거 동생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큰 상처야. 엄마는 그 아저씨 자식들 안 만나는 것 같던데 걔네들한테는 상처 안 주면서 왜 나한테는 그래? 학교 다닐 때 선생들 다 나 불쌍하게 보더라. 담임 아닌데도 우리집 이혼가정인 거 다 알고있어. '그런' 환경에서도 잘 버텨줘서 대견하대. 근데 나 하나도 온전치 않았어. 부모님 인생이니 이혼 의사를 존중한다고 말했지만,,, 학교에서 엄마에게라는 노래를 다 같이 듣는데 얘들이랑 다 같이 울었어. 다른 얘들은 엄마에 대한 미안함으로 울었겠지만 나는 뒷 배경으로 나오는 행복해보이는 가족 사진이 너무 부러워서 눈물이 나더라 하염없이. 그리고 엄마는 몰랐겠지만 그 아저씨 포함해서 엄마 친구들이랑 놀러갔던 날 텐트에서 엄마 허리를 뒤에서 감싸 안으며 자고 있던 두 사람 모습, 이혼 숙려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아저씨랑 여행갔던 엄마 그리고 엄마 방에서 발견했던 콘돔들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 생생히 기억하고 있어. 큰 상처였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나 이번에 독립하면 정말 엄마한테서 벗어나고 싶어. 늘 우리 하고 싶은 대로 하게뒀다는 엄마지만 정말 중요한 순간에서는 맘대로 결정해버리는 엄마였어. 그 아저씨랑 살림차려야 하는데 안 떠나고 집에 있는 나를 골칫덩어리로 엄마가 생각하는 것 같았어. 이쯤이면 내가 왜 변했는지 엄마가 알까? 그리고 노후에 우리한테 손 안 벌리겠다고 했으면서 최근에 말 바꿨잖아. 미안한데 나 엄마 지원 안 해줄 것 같아. 미성년까지는 엄마의 의무였다고 생각하고, 그 뒤로는 나 생활비 내면서 지냈으니까 내가 여유롭지 않은 이상 엄마 지원 못 해줄 것 같아. 성인이 된 이후에 엄마랑 아저씨가 나한테 줬던 용돈 총 이백만원은 나중에 갚을게. 그리고 성인되면 무조건 독립하라고 했던 건 듣기 싫다고 해도 엄마가 매번 했던 말인거 기억하지? 최대한 그대로 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한테 너무 매정하다고 섭섭하다고 하는 엄마가 난 더 싫어. 사람이 한 번 싫어지기 시작하면 모든게 싫어진다고들 하던데 정말 그런가봐.

여기까지가 몇개월 동안 생각했던 엄마에게 하고싶었던 말이에요. 물론 따로 어디에 메모해두지 않고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아왔던 걸 지금 쏟아낸거라 누락된 말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이런 내용으로 엄마에게 편지를 쓰면 회복할 수 없는 관계가 된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끼지만 그렇지 않고서 이 상태로 남은 여생을 살 수 있을까요? 결혼 생각이 없다가 요즘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제 이런 집안 이야기를 알고도 저를 안아줄 배우자가,시댁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저런 말을 속에 두고 살다보니 점점 엄마를 싫어하면서도 밤낮 없이 일하는 엄마 등골 빨아먹고(생활비 내며 살긴했지만 생활비보다 제가 썼던 비용들이 더 많을 것 같아요), 집에서 내쫓아낸 제가 비정상 같아요. 엄마의 사랑을 조용히 바라보며 그냥 떠나야할까요? 아니면 떠나기 전 엄마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과연 써도 될까요?최대한 절제하며 썼지만 엄마 혹은 엄마 지인분들이 알아볼까 두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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