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방탈 죄송합니다
결시친판이 화력이 쎄기도 하고 세상 경험 많으신 분들이 많다고 들어서 부득이하게 여기에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올해 21살이고 현재 대학교 재학 중입니다.
현재 저희 집은 세 명이서 살고 있어요. 아빠, 남동생, 그리고 저 셋이서요.사정을 말씀드리자면 제가 고3일 적에 (2018년) 엄마가 지병으로 돌아가셨어요.한여름에 돌아가셨고 워낙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지셔서 돌아가신 거라 저에게도 큰 충격이었죠. 당장 수능 D-100일을 바라보는 시점에 이렇게 되어버렸으니까요.보통 여름방학쯤 되면 슬슬 진학할 대학교를 정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수시파인데다 수도권 대학은 충분히 노릴 수 있을 정도의 성적이었고, 저 역시도 지금 살고 있는 대구를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서울에서 살아보는 것이 제 꿈이었거든요.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빠께서 저보고 더러 대구에 머물라고 하더라구요. 대구경북권 대학만 가주면 소원이 없겠다구요. 그당시 저는 서울 쪽으로 가고픈 맘이 굴뚝같았지만 아빠의 바램도 있고, 저 혼자 달랑 서울로 가버리면 남은 가족들이 슬퍼질 것 같았어요. 남동생도 공부를 꽤 잘해서 특목고에 진학하기로 결정했기에 (지금 다니고 있습니다) 남동생의 기숙사 입사도 있고 하니, 본집에 남는 사람은 아빠 혼자뿐이거든요.그래서 서울로 가겠다는 꿈은 산산조각난 채, 원서 접수 일주일 전에 재빨리 제가 갈 수 있는 대경권 대학을 알아보고 준비하여 결국 경북 어느 곳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등록금도 싸고 그렇거든요. 위치를 언급한다면 대충 유추가 가능하기에 개인정보이므로 딱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만 대구에서 자차로 30분이면 가는 곳입니다.
이 학교도 다녀보니 충분히 좋은 대학이기에 대학에 관해서는 수도권이 아니라는 것 빼고는 별로 미련이 없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제 상황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엄마 노릇을 하는 시중 드는 딸이자 누나일 뿐입니다.
이러한 상황의 낌새는 고3 가을쯤부터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원래 내려던 대학은 수능 최저가 있었기에 수시지만 수능 전까지도 열심히 공부를 했어야 했는데, 급하게 변경을 한 대학들은 다들 수능 최저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상향도 아닌지라 웬만하면 합격 안정권이었구요. 그래서 적당히 공부를 하며 집을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2학기부터는 야자도 안 하고 저녁만 먹고 집에 와서 가족들의 밥을 챙겼습니다. 물론 청소, 빨래도 제가 했어요. 그러다 수능이 가까워졌을 땐 그래도 공부는 해야 하니까 독서실에 다니면서 학업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때부터였을까요, 아빠의 잔소리는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 그때는 그나마 덜했네요. 고3이라는 초강력 방어템이 있으니까요.
수능이 끝나고 수시도 합격한 저는 이제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수능 끝나고 대학교 입학하기 전까지는 신나게 놀아야 하잖아요 ㅋㅋㅋㅋ 그래서 못해본 염색도 해보고, 예쁜 옷도 사고 친구들과 같이 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저에게는 암묵적으로 주어진 일이 있었습니다. 집안일이요. 밥은 아빠가 늦게 올 때 동생이랑 같이 먹는다고 하는 거 빼고는 주로 아빠가 했습니다만, 나머지 청소, 빨래, 설거지, 쓰레기 버리기 같은 모든 집안일은 저의 몫이었습니다. 이 때는 한가하기도 해서 그냥 해줬어요. 어차피 할 것도 없고.... 틈틈이 운전면허도 땄네요
그러고 저는 대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아까 자차로 30분이면 가는 곳이라 첫 학기는 통학을 선택했어요.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통학버스로 통학했습니다. 아빠가 집에서 다니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어요. 새내기인데다 공대라 술을 먹을 일이 잦았습니다. 아 그렇다고 맨날 마시는 건 아니고, 일주일에 1번 정도요. 9시가 통학버스 막차라 술을 먹은 날 집을 가려면 기차를 타고 대구역에 내려서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합니다. 지하철 막차가 11시 반이기에 그걸 탈려면 최소한 밤 10시에는 술자리에서 출발해야 아슬아슬하게 지하철을 타고갈 수 있어요. 솔직히 10시면 이제 막 이야기도 무르익을 시간인데, 항상 저는 통학러라는 이유로 빠지니 제가 봤을 때 저는 갑분싸를 만드는 사람인 것 같았어요. 친구들은 항상 저를 통학이라는 이유로 술자리에 안 부르기 일쑤였고, 보통 술자리에서 친해지고 이야기거리가 생기기 마련인데 저는 거기에 끼지 못해서 같이 다니지만 겉도는(?) 그런 사람이 되고 말았어요. 거기다 아빠는 여자가 밤늦게 집에 안들어오고 뭐하냐는 식으로 말을 하시고, 조금만이라도 늦으면 맨날 화를 내셨습니다. 가뜩이나 공대라 여자도 적은데, 그렇게 되니까 왠지 모를 외로움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항상 학과 생활, 동아리 생활을 안 하다 보니 저는 학교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었습니다. 거기다 평소에 집에 도착하면 7시쯤 되는데, 오자마자 쉴 틈도 없이 청소와 빨래, 저녁식사 후 설거지를 했습니다. 시내버스도 아니고 고속버스로 시 경계를 넘어서 통학을 하는데, 당연히 녹초가 되겠죠. 집에 오면 집안일 하고 밥 먹고 씻고 나면 어느덧 잘 시간입니다. 당연히 공부할 시간은 남아나질 않죠. 특히 그다음 날이 1교시 수업인 경우엔 만약 과제를 해야 한다면 2시까지 밤 새고 6시에 일어나 7시 반도 안된 시간에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갑니다. 이러한 패턴이 계속 반복되니 저는 번아웃이 와서 성적도 바닥을 쳤고, 우울증이 오고 말았습니다. 거기다 예전에도 안 그랬는데 샤워할 때마다 엄마가 돌아가신 그 순간이 떠올라서 계속 자책을 했습니다. 의사선생님 말로는 PTSD의 한 증상이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꾸준히 약을 먹다가 그것마저도 귀찮아서 지금은 약을 안 먹고 있습니다. 그래도 버틸만 하더라구요.
우울증, PTSD가 왔다는 사실은 아빠한테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왜 걸렸냐고 닦달할 게 뻔하거든요. 그래서 속만 삭히다가 빡쳐서 2학기부터는 기숙사에서 살려고 몰래 기숙사 신청을 넣어서 합격한 후에 '이번엔 기숙사 신청 자동으로 되는 거라 합격했으니까 기숙사 갈꺼야' 라고 해서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기숙사 들어가겠다고 말하면 절대 안 들어줄 게 뻔했거든요,
그래서 기숙사에 드디어 들어갔습니다. 저는 단지 집에서 해방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자유를 되찾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빠는 계속 저에게 주말에 내려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호구인 저는 매주 주말마다 대구에 가서 또 시중을 들었죠. 오라는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자기는 밖에 나가서 골프치고 노니까 저보고 동생 밥도 챙기고, 집안일도 하라는 뜻이죠. 덕분에 매달 교통비로만 10만원이 넘게 나갔습니다. 기차값은 저렴했지만 시내버스 무료환승 적용이 안 되는 도시라 시내버스 비용으로만 매달 5만원이 넘게 나왔습니다. 그 돈은 다 제가 냈구요. 용돈에서 다 빠져나가서 실질적으로 제가 쓸 수 있었던 용돈은 20만원도 되지 않았습니다. 너무 궁핍한 나머지 꼭 참석해야 할 술자리도 자주 빠졌고, 친구들하고 노는 것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당장 제가 먹고 살기 바쁘니까요. 그나마 알바를 하면서 추가 수입이 생겨 살만해졌습니다. 그러자 아빠는 알바를 한다는 이유로 용돈을 삭감해 버렸습니다. 원래 알바비는 용돈이랑 별도라고 들었는데..... 바보인 저는 그걸 또 곧이곧대로 받아들였죠.
방학은 누군가에겐 행복한 기간이겠지만 지금 저에겐 끔찍한 기간입니다. 여름방학 땐 계절학기를 안 해서 그 고통을 기간 내내 받아냈고, 이번 겨울방학은 계절학기를 해서 원래는 방학이 1달이지만 코로나 때문에 무기한으로 길어지고 있네요....ㅎ
방학 때는 집안일은 오롯이 제 몫입니다. 이번 방학엔 더 심해졌어요. 아빠가 퇴근하시기 전까지 청소기로 바닥을 쓸고, 밀대로 바닥을 닦고, 아침에 아빠가 먹고 간 식기를 설거지하고, 점심 알아서 먹고, 또 설거지하고, 빨래 돌리고, 빨래 걷고 개서 정리하고, 밥도 미리 지어놔야 합니다. 아빠가 오시면 알게 모르게 검사를 합니다. 안 하면 저를 경멸하듯이 대합니다. 뭘 조금이라도 안 하면 "쟤는 할 줄 아는 게 뭐니?", "너 누나는 왜 저러고 살까?", "너거 누나는 철이 언제 들까?", "누나는 장학금도 못 벌어오고, 공부라도 열심히 하면 좋을텐데..." 라면서요.
저는 열심히 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이렇습니다. 한 번도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이젠 칭찬이 어색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저 말을 듣고 있으면, 자연스레 동생은 저를 뭐라고 생각할까요? 당연히 누나는 하찮고 열등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에는 자기 방에 들어가 있는데, 심심해서 방에 들어가면 나가라고 삿대질과 함께 소리를 지릅니다. 그러면 저는 깨갱 하고 나가죠. 이 아이는 집안일에 1도 관여를 하지 않습니다. 원래 이 아이는 쓰레기 처리 담당이지만, 항상 안 해서 쓰레기가 산으로 쌓여 있습니다. 악취는 덤이죠! 결국 제가 잔소리를 몇 번이나 해야 버리러 나갑니다. 물론 저와 함께요. 혼자서 할 수 있는 양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저녁식사 후 설거지는 암묵적으로 제 담당입니다. 제가 교정기를 끼고 있어 남들보다 밥 먹는 속도가 느린 건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당연하게 여겨 아빠와 동생은 저녁식사가 끝나면 식기를 치우지도 않고 그냥 아빠는 거실 소파에, 동생은 자기 방에 들어가 버립니다. 식탁엔 저 혼자 남죠. 그럼 설거지는 당연히 제 담당입니다.
설거지거리는 항상 산더미입니다. 왜냐하면 저녁식사 준비 담당은(밥 제외) 아빠거든요. 항상 의문이 드는 거지만, 만들어서 개판 만들어놓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습니다. 분명 별 거 아닌 메뉴인데도 설거지는 산더미입니다. 제가 똑같은 메뉴를 만들어도 그 정도로 나오질 않습니다. 여하튼 그렇게 각자 설거지는 나 몰라라 한 채 제가 30분 정도 설거지를 합니다.
이제는 돈 문제입니다. 저번 달과 이번 달엔 아빠가 저에게 용돈을 주지 않으셨습니다. 저번 달엔 알바비 30만원과 함께 아빠 카드가 있어서 그걸로 버텼습니다. 물론 제 알바비부터 먼저 소진한 후 아빠 카드를 사용했고, 꼭 필요한 것만 사서 별로 쓰지도 않았구요, 이번 달은 알바비만 받았고 용돈은 감감무소식입니다. 일단 제 알바비로 생활을 하긴 했는데, 마침 이번 달에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아서 나온 환불 비용이 제 계좌로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이걸 용돈삼아 쓰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그 돈을 보시고는 돈을 내놓으라는 겁니다. 일단 돈을 주면 용돈을 다시 주든 할테니 돈을 달래요. 제가 그걸 어떻게 믿습니까? 맨날 용돈 날짜 밀려서 줘놓고는, 그래서 제가 안 준다고 버티니 그걸로 제 전공책을 다 사라고 합니다. 원래 등록금과 교재비는 아빠가 다 내십니다. 1학년 때는 국가장학금이 나와서 전액감면되어 등록금을 안 내고 교재비만 내고 다녔지만, 올해는 분위가 많이 올라가버려서 국가장학금에 탈락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아르바이트가 4대보험 적용이 안되기에 소득이 실질적으로 잡히지 않습니다. 그러면 소득분위가 올라간 원인은 아빠 때문이죠.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장학금이 안 나온다고 저한테 난리를 칩니다. 아니 그게 제 잘못인가요..... 아빠가 월급이 올랐거나 뭘 잘못 했겠죠........ 전공책만 해도 다 원서인데다 공대라 20만원 가까이 드는데, 저는 그걸 부담할 금액이 없습니다. 저거 낸다고 매월 저축하던 적금도 깰 수는 없는 노릇이고요.
이제는 저의 태도 하나하나를 지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2학년이 되고 해서 대외활동을 지원해서 합격하여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이게 기사도 쓰고, 유튜브 크리에이터처럼 영상 제작도 해야하는 활동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번에 처음 미션이 나와 열심히 만들고 있는데, 그런 걸 하는 저를 매우 한심하게 바라보십니다. 저는 이력서 한 줄 채우려고 이렇게 열심히 밤을 새가며 영상 편집과 촬영을 하는데, 그렇게 바라보니 정말 제 마음이 무너져 내릴것만 같습니다. 이럴 거면 왜 하는 걸까 하는 회의감도 드네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제 삶은 불행해졌습니다. 하고싶은 것도 못하고, 꿈도 이루지 못했으며, 바닥난 성적을 메꾸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거기다 아빠의 경멸과 동생의 무시는 저에게 말할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이젠 하도 타격을 받아서 눈물이 나지도 않아요. 눈물날 일도 이젠 울지도 않습니다. 매일매일이 우울합니다. 당장 보따리 하나 싸서 떠나고 싶어요. 남자친구도 군대에 가서 연락도 잘 되지 않아요.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요. 친구들에게도 매번 털어놔서 이젠 더 털어놓기도 미안해져요. 제발 개강하면 좋겠어요. 원래같으면 지금쯤 개강해서 학교를 다니며 집안일에서 해방했을 텐데, 저는 이게 뭔가요. 언제까지 시중 들며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이제 어엿한 성인인데,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나름 꿈이 있고 생각도 있고 계획도 있는 사람인데, 집에만 처박혀 있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너무 잔인해요. 저는 여기서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언제쯤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