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간 알바를 해 오며 느낀 것이 하나 있다면
손님들이 제일 만만해 하는 건 편의점 알바인 것 같다.
물론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라는 것을 알고 과장하는 부분도 있지만
진짜 근 2년 동안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다른 어떤 알바에서 보도듣도 못한 인간들을 한꺼번에 경험했다.
'니가 아니라 그 사람들이 모자라서, 딱 거기까지 밖에 안 돼서 그런거다.'
'경찰에 바로 신고하거나 지지 말고 따박따박 맞받아쳐라.'
정신병이 오기 직전에 인터넷에 올라오는 갑질 손님들에 대한 수많은 조언들을 찾아보곤 했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물론 나도 머리로는 잘 알지만,
편의점 알바를 그만둔 지 2년이 지나도 그 인간들에 대한 상처가 도무지 가시지를 않는다.
달에 한두번씩은 기억 속에서 떠올라 가슴을 후벼파는, 손님을 가장하여 그깟 돈으로 남 상처주려는 못된 인간들의 행동을 여기에라도 속 시원하게 털어놔야 살 것 같다.
유형 1. 사려는 담배 이름 직접 말하면 큰일나는 사람
편의점에 처음 온 사람보다는 몇 번 왔거나 단골인 사람들의 경우가 많은데
말그대로 에쎄 수 0.1을 살 때 '에쎄', 레종 썬프레쏘를 살 때 '레종'.
여기까지 밖에 말 못하는 끼새들이다.
놀랍게도 처음온 끼새들도 이렇게 랄지하는 경우, 많다.
이 사람들이 왜 문제냐면 지가 가 족같이 말해서 빨리빨리 못 주는걸 도리어 승질낸다.
유형 2. 편의점알바 은행 직원으로 승진시켜 주는 사람
몇백 년 묵은 저금통에서 꺼내 온 동전들 마냥
10원, 50원, 100원, 500원 짜리를 카운터에 쏟아붓다 못해 바닥에까지 흘러넘치도록 한다.
비하하는 건 아니고, 보통 폐지 같은 것을 바꿔 동전으로 받으시는 어르신들이나 그런 분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젊은 사람들도 더러 있음.
뭐 편의점 안에 사람 별로 없으면 그냥 하지만
손님들이 줄을 계속 서 있는 미치도록 바쁜날이면 진짜 멘붕온다.
실제로 올 10원짜리로 만원 이상 사가시는분 정말정말정말 많이 받아봤다.
유형 3. 이런 사람들이 흔하다는 게 진짜 미친 세상 인 것같은 집에 거울없는 사람
뭐, 그렇다.
외모지적하는 인간들.
팩트는 그 인간들도 별반 잘나지 않았다.
유형 4. 편의점을 술집으로 개조시키는 사람
손님이 편의점에서 술 마시는거 누가 신고하면 점주 잡혀간다.
근데 꼭 편의점 안에서 술을 마셔야 하는 인간들 아니지 끼새들이 있다.
여기서 술 드시면 안된다고 정중하게 말하면
내가 산 술 내가 마신다는데 왜 안되냐고 되물으시는데
경찰서가서 나보다 법잘알이신 경찰관님한테 제발 물어봤으면 좋겠다. 발씨.
유형 5. 카운터에 있는 라이터를 꼭 써야만겠는 사람
진짜 놀랍게도
자기 라이터 다떨어졌다고 카운터에 진열된 라이터로 칙, 불붙이고 가는 인간들 있다.
돈 받고 파는 상품을, 실내에서 불을 붙여서.
라이터가 다떨어졌으면 돈을 주고 라이터를 사서 바깥에서 불을 붙이는 것이 상식이라 알고 있었던 내게 새로운 세상을 펼쳐주고 간 끼새들이다.
유형6. 욕설, 폭력하는 사람
알바생이 잘못했으면 욱 하는 마음에 그럴 수 있다 쳐도
나 같은 경우엔 아는 사람의 가게였고 동네 단골들 위주의 가게 였기 때문에 손님들한테 싸가지없게 할 수가 없었다.
이 사람은 내가 유일하게 그 모든 걸 잊고 한바탕 소리지르게 한 사람인데
전자레인지에 냉동음식을 직접 안 돌려준다는 이유로
그 다돌려진 뜨거운 음식을 나한테 던지고,
나는 물론 우리 부모님한테까지 욕설을 퍼붓고,
주먹을 휘둘렀던 사람이다.
인터넷에서 본 대로 이 사람이 도를 지나치자 나도 지지않고 맞받아쳤는데
뭐 아저씨가 내가 여자애라서 만만해서 그랬나 더 폭력적으로 굴더라.
손님들은 계속 들어왔다 나갔는데 신고해주거나 말려주는 사람도 없고 이대로라면 내가 이 격분한 사람한테 정말로 칼빵 맞을수도 있을것같다는 생각에 정말 공포스러웠다.
카운터 밑에 경찰에 신고하는 벨이 달려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나도 참 미련하지만 그래도 아는 사람 가게 이미지 안 좋아질까봐 경찰에 신고도 못함...
저 인간 가고 나서 몸도 머리도 굳고 눈물도 멈추지 않고 손도 계속 떨려서
잠시 가게 문 잠그고 골목 구석에서 펑펑 울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청각이 좀 안좋으신 장애인이셨는데 내가 자기 무시한다고 생각했다함--
빨이씨.
이 사람말고도 욕하고 폭력적인 사람들은 종종 있음.
그래도 2년이나 지났다고 다 생각나지는 않는다.
확실한 건 이 다섯 유형들은 새발의 피라는 것.
뭐 굳이 써놓지 않은 반말, 성희롱, 물건 던지기, 돈 던지기 등은 그냥 숨쉬듯이 즐비하다.
편의점 알바를 그만둔 뒤
대인기피증도 생기고 정확히는 사람에 대한 공포가 생겼던 것 같다.
인간의 밑바닥 본성을 확인한 기분이었달까...
정신이 너무 파헤쳐진것 같아서 좀 나아질려고 대우 좋았던 알바도 그만둔건데
2년이 지난 지금도 이따금씩 그 기억들이 가슴을 후벼판다.
정말 알바생분들...
제가 겪은 것보다 더한 거 많이 겪으신 분들도 정말 많을거라 생각해요.
저는 지금도 알바를 하고 있고
추후 몇년간은 알바를 더 해야합니다.
다른 말은 못 건네겠네요,
하지만 당신의 그 아픔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