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참 시원하게 온다. 놀이터 정자에 앉아있는데 처마에서 빗방울들이 똑똑 떨어지고 있다.
남자친구가 지금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피터팬처럼 날아와서.. 나는 지금 환영과 대화한다.
"왔어?"
"응. 기다렸어?"
"아주 많이. 혼자 밥먹었어. 집에서 점심에 리조또 해먹고 방금은 햄버거 먹었어."
"맛있었어?"
"응. 좋았어. 예전에 아빠 일하시는 곳 가면 햄버거도 사주시고 컴퓨터 게임도 많이 하게 해주셨어. 둘다 엄마가 못하게 했던 거라. 자주 놀러갔지. 아빠가 사주셨던 햄버거 생각이 났어. 이젠 아빠가 나이가 많이 드셨어. 네 얘기도 궁금하다.. 상상으론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없네. 오늘 기분 나쁜 일 없었어? "
"응. 너 보러 올 생각에 되게 들떴었거든. 선물도 준비했다. 짠!"
"지갑이네.. 네가 왜 그렇게 지갑 사주고 싶어했는지 알아."
"정말 알아?"
"응. 색깔 마음에 안 들어서지?"
"하하. 맞아"
"농담한거야. 진짜 이유 알아. 고마워"
"모르는 줄 알았는데."
"없는 얘기도 만들어놓곤.. 나 때문에"
"그것도 기억해?"
"너 나 사랑해?"
"여자들은 왜 항상 그런 질문해? 알고 있잖아."
"여자한테 너 나 사랑해란 질문은 .. 나 너 사랑해도 돼? 란 뜻이야. 그래서 물어보는 거야."
"나도 그렇게 물어볼래. 넌 나 사랑해?"
"바보.. 남자들이 왜 대답하기 싫어하는지 알 것 같아."
"나 사랑해?"
"많이. 많이 사랑하고 있어."
보고싶어 남자친구야
내가 널 얼마나 보고싶어 하는데.
"이제 그만 울어. 항상 옆에 있을테니까. 절대 어디 안 갈게."
이렇게 말해줘. 보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