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내 곁에 없는 부산의 밤도 오늘이 마지막이야
2018년 꽃샘추위가 가득했던 날 너를 만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사회에 나갈 나이고 시간이 너무 야속하다 그치 건아?
부산에서 본가까지 7시간은 잡고 가야하는 거리라 집도 자주 못가고 자취방에서 매일 막막한 앞날들 때문에 울던 때 너가 내 눈앞에 나타나준건 내게 너무 벅찬 선물이자 행복이였어 그때 너가 내 눈앞에 나타나주지 않았다면 글쎄.. 지금의 내가 있었을까 싶어..
매일 어디냐 밥은 먹었냐 사소한것들까지 챙겨주던 니 모습에 처음으로 이상하고도 복잡한 감정을 느꼈었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 우린 연인이 되었지 매일 점심을 함께했고 수업도 함께 들었는데 가족보다 더 오랜시간을 함께했던 너랑 나였는데 진짜 사람 일은 모르는건가봐 가장 힘든게 뭔 줄 알아? 내가 너한테 못해준것들만 생각이 난다는거야.. 니가 그토록 끊기 힘들어했던 담배며 술이며 날 위해 다 끊고 얼굴 못 본 날엔 고작 10분 보겠다고 집 앞에 떡볶이 사들고 와선 보고싶었다고 해맑게 웃던 너인데.. 그런 너인데 난 진짜 너한테 해준게 없더라 가정형편이 여유롭지 못했던 나였기에 매일 생활비 조금이라도 보태겠다고 할 수 있는 알바는 다했는데 그래서 우린 밖에서 하는 그 흔한 데이트도 제대로 못했었잖아 그런데도 넌 내게 불평 한 번 안했고 오히려 일이 힘들진 않았냐며 손과 발을 주물러주었잖아 그러다 2주년이 되었고 그 날은 너와 온종일 함께 보내기 위해 알바 다 빼고 모처럼 데이트를 했지 아마 그때부터였을거야 내가 너한테 되도 않는 자존심을 세우기 시작한게.. 너가 밥을 사겠다고 했을 땐 정말 별 생각 안들었는데 영화며 후식이며 니가 자꾸 사겠다고 하니깐 니가 날 이 정도 돈도 쉽게 못쓰는 애로 보는건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들이 자꾸 들더라 너가 나에게 말하길 그냥 순수히 고생했던 날 위에 그 날 하루를 선물하고 싶어서 그랬던거라며 오해하지 말라고 그렇게 느꼈으면 미안하다고 그랬지 그래서 난 니가 더 미워. 화 한번 안 내고 되려 나한테 미안하다고만 하는 니가 너무 바보같고 미안해서 미치겠더라 정말..
고등학교때 돈과 가난때문에 받았던 상처가 너무 커서 돈에 관련 된 일엔 나도 모르게 자존심만 쎄지고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더라
그래도 너한텐 그러면 안되는거였는데 정말..
그 날 이후로도 우린 사소한 일들로 점점 사이가 틀어졌고 넌 우리 관계를 회복하려 노력했지만 난 항상 뒤돌아 있었지
근데 우리 사이가 더이상 이어갈 수 없을거란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그 날 우리가 유일하게 자주 가서 데이트했던 학교 앞 카페에서 너에게 이별을 권했고 마지막까지 미안하다고만 하는 니 모습을 보니 내 결심은 더 확고해지더라 니가 왜 나같이 부족한 여자를 비위 맞춰주며 살아야하나 싶고 그냥 얼른 사라져주고 싶더라
그 후 한 달동안 계속 다시 얘기해보자며 연락이 왔었지만 내가 니 연락을 받지 않은 이유는 널 한번 더 만나면 내가 흔들릴 것만 같아서 그래서 받지 않았어 그렇게 며칠 후 애들에게 들은 니 소식은 날 너무 힘들게 하더라 매일 술과 담배로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니 소식을 듣는데 있잖아 사람 마음이 타들어간다는게 어떤 느낌인지 알겠더라 다시 너한테 연락해볼까도 수십번 아니 수천번 고민했지만
다시 연락하는건 널 위해서도 날 위해서도 아닌 것 같더라 어차피 헤어진 연인들이라면 다 겪는 과정들이라는데 내가 다시 연락해서 널 무너지게 하고 싶지도 않았어 그리고 오늘 날, 난 사회에 나가게 되었고 넌 대학교 4학년이 되었지 글쎄 뭐랄까 기분이 되게 묘하다
널 다시 만날 생각도 연락해 볼 생각도 없어 그냥 우리가 그래도 함께한 시간이 있는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겠어서
난 말이야 너랑 함께한 내 대학생활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
함께 점심을 먹고 수업을 듣던 그 사소한 시간들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그땐 잘 몰랐지만 이젠 알겠더라 내가 원하는건 니가 얼른 날 잊고 좋은 여자를 만나 행복한 앞날만을 바라보는 그런 사람이 되는거야 더이상 나한테 연락하지도 자취방 앞에서 말 없이 기다리지도 마 우리 이제 진짜 끝난 사이야 건아 니가 나때문에 시간을 자꾸 헛으로 쓰는게 난 그게 제일 맘이 아파 니 학업에 충실하게 임해서
성공한 삶 살았으면 좋겠다 너가 나한테 항상 그랬잖아 모두가 워너비로 삼는 삶 살거라고 꼭 그렇게 멋지게 살아 알겠지?
난 이제 내일이면 부산 떠
본가랑 가까운 직장을 얻게 됐어ㅎㅎ..
부산 정이란게 들긴 들었더라 막상 뜨려니 맘이 시원섭섭하네~
내 대학 생활을 함께해줘서 고마웠다
니가 있었기에 내 20대 첫걸음이 빛났어
이런 부족한 나 다 이해해줘서 고마웠다
잘 지내 아프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