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서 왔는데
노잼이라고해서 급 시무룩해졌다
[15]
내 손을 잡은 선배는 깍지 낀 손을 집에 가는 내내 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선배의 진심이 무엇인지
오늘의 우리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봤다
선배가 했던 그 많은 말 행동 뭐 다 제껴두고
딱 그 깍지 낀 손에 자꾸만 의미를 부여하는 내가 혼란스러웠다
선배를 어떤 얼굴로 봐야하나
우리가 무슨 사이가 된건가?
다음날 여느날과 다르지 않았다
선배에게선 밤새 전화나 카톡따윈 오지도 않았고
학교에 가 주변을 아무리 두리번거리고 찾아도 선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어젯밤 일이 뭔가 잠깐 꾸었던 꿈인가 싶을만큼
내 일상은 달라진게 전혀 없었다
내가 먼저 연락을 해봐야하나
선배 집에 찾아가볼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어제의 그 일들이 선배에겐 그냥 자주 있는 흔한...일 가운데 하나
선배 주변에 있는 수 많은 여자들 가운데 그냥 한사람
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고작 깍지 낀 손 하나에 큰 의미를 갖다 붙이고
무언가 기대를 했던 내 자신이 웃기기까지 했다
오전 수업을 들을때까지만해도 내내
선배가 보고 싶고 어떤 얼굴로 선배를 마주해야할까
우리가 사귀는 사이가 된건가 고민했다
그런데 딱 밥을 먹고 나니 정신이 차려졌다
선배는
나에게...
술김에... 그리고 그냥 적당한 호기심
이었으리라
살렸던 선배의 연락처를 다시 차단했다
어차피 연락도 오지 않을거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그 연락을 기다릴 내가 너무 딱하니까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강의실을 지나다 선배와 비슷한 사람을 보았다
어제까지만해도 그런 사람을 보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는데
뭐 이제는 아무렇지 않네
혼자 생각했다
친구들과 떠들면서 가던길을 가는데
누가 내 이름을 불렀다
뒤돌아 보니 아까 얼핏 본 사람
선배와 비슷한 사람이 아니고 선배였다
어쩐지 좀 많이 닮았다 싶더라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 했다
딱히 뭐 할말이 없어 인사만 하고 뒤돌아 섰는데
내 앞으로 와서는
인사 끝?????
끝!
할말 없어?
선배 오늘 과하게 멋부리셨네요
투머치예요
픽
내말에 대꾸없이 흘리는 선배 특유의 바람빠진 웃음
아씨 왜 귀엽고 지롤이야
자존심 상한다
나 얼빠야 뭐야 지금 이상황에서 왜 저인간이 귀엽게 느껴지는건데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나와 선배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내 친구들
셋 모두가 눈으로 넌 언제 저 선배랑 친해진거야 묻고 있었다
일단 선배를 보내고
친구들에게 설명을 해야했다
가세요
선배를 보내는데 가질 않는다
가세요
두번 말했는데 여전히
가라니까 가지는 않고
또 차단?
입모양으로 나에게 선배가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나도 입모양으로
너 차단 이라고 대답해줬다
네 차단?
너 차단?
선배가 갑자기 육성으로 물었다
아까 입모양으로 말한건 분명 너였는데
선배가 그걸 알고 묻는것 같아 급 쫄려서는
네 차단이라고 대답하고 선배의 눈치를 슬쩍 봤다
선배가 또 픽 웃었다
와씨 자꾸 웃지말라니까
저 인간은 어떤 포인트에서 여자가 지한테 넘어오는지 아는 것 같다
약아빠진...
저 여자 홀리는 웃음에 넘어가면 안되니까
빨리 떠나야겠다
대충 또 꾸벅 인사하고 뒤돌아서 가려는데
어깨에 맨 내 가방으로 뭔가가 빠르게 들어왔다
어...어???? 핸드폰......아........ 선배...
당황해 말까지 더듬는 나를 남겨두고
선배는 지 핸드폰을 내 가방에 휙 넣고는 강의실로 쏙 들어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