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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 잘해드리고 싶어요

|2020.05.18 02:06
조회 7,098 |추천 62

안녕하세요.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저희 아빠에 대해서 긴 얘기를 해보려고 해요
너무 길어도 한번 들어주세요.




저희가족은 평범하게 화목한 가족입니다.
가끔씩 외식도하고, 공휴일에는 사촌들끼리 만나기도하고, 어렸을때는 아빠가 엄마랑 오빠랑 함께 4년동안 외국에 보내주셨어요. 생활비는 물론 아빠가 한국에서 일하시면서 보내주셨고요. 너무털털하신 나머지 욱하시기 하지만 가정적이신 아빠와 성격이 무르시지만 할말은 다하시는 제법 강단있으신 저희 엄마 아래에서 나름 부족함없이 잘살고있어요.


그리고 저희 아빠는 택배기사에요.


원래는 명품브랜드에서 일하셨었는데
저희아빠가 나이가 좀 있으셔서 그런지 그일은 저희가 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얼마안가 그만두셨어요.
그렇게 3년정도 저희집에서 직업을 가진 사람은 없었어요. 그동안의 생활비는 모아둔 돈이 있었는지 대출을받았는지 어떻게 잘 살고있었고요.

그러다가 아빠가 저 중3때부터 택배기사일을 하기 시작하셨어요. 처음엔 몇가지 자격증을 따오시더니 결국 택배기사가 되신거죠. 아직도 후회되네요. 아빠가 자격증을 들고와 저한테 보여주실때 좀더 많이 기뻐하고 축하해드릴걸 그냥 웃으면서 넘겼었어요 그땐. 제가 집안에선 좀 무뚝뚝한 딸이거든요.

아빠의 하루는 이랬어요. 아침 6시에 일어나셔서 하루종일 일하시다가 저녁 10시에서 1시 사이에 들어오셨어요. 평소에는 10시나 11시에 들어오시는데 일이 많으신날인지 끝나고 쉬다들어오시는지 가끔씩은 12시나 1시에 들어오셨고요. 식사는 엄마가 싸주시는 도시락을 항상 챙겨가셨어요. 그도시락은 수제 토스트와 육계장 사발면 하나랑 흰쌀밥에 김치였어요. 엄마가 무심하거나 귀찮아 하시는분은 절대 아니에요. 6시에 일어나시는 아빠보다 항상 30분 먼저 일어나셔서 도시락싸시고 아빠를 깨우고 나가시는거까지 보신다음 다시 잠에 들라해도 못드시는 분이에요. 엄마도 8시쯤 일하러 나가셔야하니까요. 시간이 애매하기도 하고 이미 잠이 다 깨버려서 못주무셔요. 그렇게 도시락을 챙겨가셔도 아빠는 남겨오는 날이 있었어요. 택배기사 일을 하시면서 밥먹을 시간도 부족하셨던거죠
어느정도 살집이 있으셨던 아빠는 어느새 홀쭉해지셨어요. 볼도 팔도 다리도.

저는 다 알고있었어요.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수백개가 되는 물품을 뛰어다니시며 나르시는것도, 하루한끼가 똑같다는것도, 살이 점점 빠지다못해 홀쭉해지시는것도, 일이 끝나고 들어오면 모두가 자고있을 시간이여서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다는것도,
이 모든일을 저희 먹여살리기위해 꿋꿋이 하시는것도.

다알면서도 전 아빠한테 수고하셨어요 많이 힘드셨죠 같은 말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어요. 제가 늦게까지 안자서 아빠가 집에들어오실때 드리는 인사는 다녀오셨어요 뿐이였어요.
초반부터 전 이랬어요. 아빠가 첫 택배기사일을 하고 오신날에는 아마 자고있었던거 같고 그다음날에는 다녀오셨어요 그다음날도 다녀오셨어요 었어요.
심지어 아빠가 유일하게 쉬는날인 일요일일때 주무시느라 예민하셨을텐데 제가 빨래를 잘못돌려서 아빠가 예민하신대로 이거하나 못돌리냐는식으로 화내신적이 있는데 전 또 그말에 마음이 상해 아빠한테 한동안 냉랭했던적도 있었어요.
그런 제 모습에도 부모님은 항상 우리딸 성인되기전까지 방 하나 줘야되는데 못주고있네, 엄마(아빠)가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같은 말을 하셨어요.

저한텐 위로 2살차이나는 오빠가 있어요.
지금은 나아졌지만 미성년자였을때는 오빠가 철이 좀 많이 없었거든요. 공부 못하는건 기본이고 성격도 괴팍한데다가 돈도 흐지부지 잘쓰는 사람이였어요. 그런 오빠덕에 전 또래에 비해 좀더 철이든 쪽이였죠.
저도 공부를 못했어요. 대신 다른쪽에선 곧잘하곤 했어요. 학교생활, 인간관계, 엄마아빠가 집에 안계시면 제가 항상 밥을차리고, 정리하고, 가정일을 도맡아했어요. 친구들에 비해 용돈이 적으면 적은대로
모자름 없이 잘 생활했고 평생 제방을 가져본적이 없지만 없는대로 잘 살았어요. 용돈이 적다고 내방이 없다고 제가 모자르게 자라진 않았거든요.


아빠가 고생하신만큼 제가 힘이 되어드리진 못하지만
일상속에서 제 나름대로 노력중이였어요. 아빠가 용돈을 계속 올려주시려 할때마다 괜찮다고하고, 사고싶은거나 갖고싶은게 있을땐 용돈을 모아 샀었고,
겨울에 친구들이 롱패딩을 브랜드별로 입고다닐때 전 제용돈으로 나름 따듯하고 쓸만한 패딩을 장만했어요. 심적으로 힘이 되어드리지 못한대신 이렇게 일상속에서라도 하나씩 노력해보자 라는 생각이였죠.

근데 딱 거기까지였던거에요 전. 더 잘해드리지도 못해드리지도 않는.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아빠를 위해서 해드리는 일은 그거밖에 없었어요.
엄마랑은 많이 친해서 이번 어버이날때 소소하게 엄마가 좋아하는 타르트를 사서 드렸는데 아빠한텐 아무것도 해드린게 없어요. 아빠가 뭘 좋아하시는지도 딱히 모르는 제자신이 너무 속상했어요. 그런데도 전 아무렇지 않게 평소랑 똑같이 아빠를 대해요. 아빠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이 없어져서지 아니면 그냥 제 성격탓인지 아빠랑은 엄마랑 다르게 어색한 사이가 된지 오래에요. 그래도 아빠가 항상 저에게 장난식으로 말을 걸곤 하시는데 역시 그것도 거기까지에요. 몇마디 주고받곤 끝이죠.

그리고 어제 일요일날 가족이 다같이 외식을 했어요.
아빠가 재난지원금으로 오랜만에 다같이 외식하자고 나간거였죠. 그렇게 무한리필 고기를 먹으러 가서 맛있게 먹다가 고기굽는 아빠손을 봤는데 온갖 굳은살과 많이 상한 손톱이 보였어요. 순간 속상해서 아빠한테 손이 왜그러냐고 물었더니 아빠가 좀 신나신 톤으로 저한테 이런저런 설명을 하시더라고요. 설명하시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제자신한테 너무 한심스럽고 속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평소에도 아빠한테 이런 시덥지 않은 질문들좀할걸 안부좀 더 물을걸 싶었어요.


이렇게 좀더 잘해드리고 싶은 아빠한테 제가 할일이 뭐가있을까요? 다가오는 생신때도 손편지말고 더 특펼한걸 해드리고싶은데 모르겠어요. 아빠랑 사이가 돈독하시거나 친하신분이 계시면 조언좀 해주세요.


그리고 저처럼 아빠가 택배기사나 힘든 일을 하시는 분이거나 부녀관계가 서먹하신 분이계신다면 저와 함께 아빠한테 어떻게 더 잘해드리면 좋을까라는 고민을 같이 해보는게 어떨까 싶어요. 전국에 계신 택배기사님들을 비롯한 힘든 일을 하고 계시는분들 너무나도 응원하고 감히 수고하신다고 전해드리고싶어요. 항상 감사합니다.

추천수62
반대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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