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깊이
최동문
잔디 능선 넘어온 무당벌레
등에 새겨진 검은 일곱 점이
손끝에 닿자 내 이마에도
북두칠성이 찍혔다.
갈밭을 사랑한 익은 황혼
그 숨소리 내 입술에 맺히면
홍시 하나 가슴에 뚝 떨어진다.
새롭게 태어나는 새벽 곁
빛나는 들 위에 일어난
푸른 볏 잎 위로 하얀 입김
허리 굽힌 가을은 서리 빛.
산비둘기 따뜻한 깃털이
논두렁에서 풀숲에서 흔들리는
착한 시절은 바람이었다.
살찌는 손톱에 떨어진
숙인 벼 줄기에게 인사한 이슬
그 맑은 무채색 향기를
손등에 적시는 슬픔,
가만히 흔들리는 들국화 가족
꽃잎은 여문 씨앗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