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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어릴때가 갑자기 생각나서

솜사탕 |2020.06.02 00:03
조회 13,925 |추천 42
헉 자고일어났더니 오늘의 판 뭐야 나 처음해봐 좋은거야?

댓글들 읽어보니까 다들 나랑 비슷한거 한두개쯤은 있구나,,, 누구는 무용, 누구는 유학, 누구는 장난감, 누구는 햄 ㅎㅎㅎ 맞아 나도 어릴때 요술봉도 갖고싶고 햄도 좋아했는데 많이 못 먹었어. 근데 유독 솜사탕이 남더라 이상하게 ㅎㅎ

지금 와서 보면 진짜 별거 아니지.. 근데 어릴땐 그런 사소한거 하나가 상처 되는 경우 많이 있잖아.
물론 나이 먹어서도 별거일 수도 있어! 댓글 처럼 유학도 쉽게 갈 수 있는건 아니니까 말이야! 상처가 되는데에 크고 작은건 없으니까.
뭐 찌질하다 이딴거갖고 그러냐~~ 는 사람도 있는것같은데 그 사람들은 부족한거 없이 컸나봐 그래서 남들 아프고 안타까웠던 경험에는 공감을 못 하는거겠지? 부럽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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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까 길어져서 맨밑에 요약해놨어. 글 길다고 욕하진 말아주라 ㅠ 어디 얘기할곳이 여기밖에 없어서 그래...

너네도 유년시절 못 해본 것들중에 유독 못 박히는게 있니?
나는 하나 있다. 몰랐는데 내가 있더라.

아 그 전에 나는 20대 후반이고 대학 멀쩡히 졸업해서 대기업 멀쩡히 다니다가 하고싶은게 생겨서 회사 때려치고 편의점에서 알바하고있어.
회사 다닐때보다 월급은 거의 반토막인데 원래 돈 잘 안 써서 부족하진 않아. 모은 돈도 거의 손 안 대고... 아무튼

나는 솜사탕을 엄청 좋아하는 편은 아니야... 맛은 있지만 먹을때 손이며 입이며 끈적해지는게 싫어서 잘 안 먹게 되더라

근데 나는 이걸 20대 초반에 알았다. 대학교 가서 친구들이랑 공원같은델 놀러갔는데 딱 파는거야. 근데 그때 먹었던 솜사탕이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거였어. 당시에 천원 천오백원밖에 안 했는데 그때 처음 먹어본거였다. 친구들한테 얘기하니까 엄청 놀래더라구 ㅋㅋ 어릴때 놀러가면 팔지 않냐구... 부모님이 안 사주셨냐면서 ㅋㅋ... 맞는데.. 안사주셨는데..

어릴때 솜사탕이 그렇게 먹고싶더라고. 하늘하늘한 실타래가 살랑살랑 나와서 구름처럼 몽실몽실 커지는데 색도 분홍색 하늘색 흰색 세가지 뿐이었지만 어릴때라 엄청 크고 너무 예뻐보이는거야. 외갓집 가면 솜사탕 파는분이 계셔서 갈때마다 사달라고 떼 썼는데 절대 안 사주시더라.
사달라고 할 때마다 이 썩는다고, 돈 없다고, 절대 안 사주셨는데, 그게 뒤늦게서야 서러운거야.
먹어보니까 진짜 별거 아니더라고, 그냥 설탕 맛...

근데, 너네도 그런거 있지않아?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전에 부모님한테 용돈받아서 쓸 때 과자같은거 사먹을때도 싼거, 아이스크림도 싼거, 빈츠 이런거 먹고싶은데 비싸서 포기하고.. 그러다가 성인 되어서 돈 벌기 시작하면서 삼천원짜리 과자, 오천원짜리 투게더(요즘엔 안 사먹어봐서 요즘도 이 가격인진 모르겠다) 같은거 쯤은 크게 잴 필요 없이 사먹을 수 있는거, 학원가서 저녁 챙길때도 맨날 650원짜리 육개장컵라면만 먹다가 커서는 가끔 기분내고 싶을 때 퇴근하고 한끼에 2~3만원 하는 초밥이나 파스타같은거 먹는거. 이런게 어른이구나 느낄 때

돈 좀 벌기 시작한 뒤로는 길 가다가 솜사탕 파는거 보면 습관적으로 사먹었어. 끽해야 천원, 이천원 모양 좀 들어가고 예쁜건 삼천원 진짜 얼마 안 하는거야... 근데 나는 이게 뭐라고... 울 어무니는 이게 뭐라고 한번도 안 사주고... 서러운거 있지

물론 지금은 나도 알아, 안 사주신게 아니라 못 사주신거라는거. 우리집, 아부지는 급성 심근경색 수술 한번, 일터에 불 나서 사람들 구하시다가 화상 크게 입으셔서 피부이식수술도 받으셨었고, 이래저래 험한 일 하셔서 병원도 자주 다니시고 간장에 밥 비벼먹을정도로 가난했어. 나 막 걸음마 하고 배변교육 하고있을땐 아부지가 간신히 마련한 우리집이 옆집에 난 불이 옮겨붙어서 홀랑 날렸었거든. 나 성장하면서는 옷 살 돈이 없어서 성별 다른 형제옷 물려받아 입고. 10살짜리 여자애 몸에 15살짜리 남자애가 입던 티셔츠 입으니까 거의 원피스인겨 ㅋㅋ 울오빠 체격이 좀 컸거든. 지금은 그런거 안 따지지만 그때는 나도 분홍분홍한거, 레이스 프릴 달린거 예쁜거 입고싶었는데 돈 없단얘길 하도 많이 들어서 사달라고는 못 하고, 그냥 큰 옷 입는게 편하고 좋다고 그렇게 오빠가 입다가 안입는 옷 가져다 입고 그랬었어
나중에 어무니랑 간장밥이랑 집에 불난거, 옷 물려입은거 얘기했었는데, 울먹거리시더니 펑펑 우시더라고... 어무니도 내색은 안 하셨는데 많이 미안하셨었나봐. 마음아프게. 가난했던게 어무니 탓이 아니라는거 아는데.

암튼... 쓰다보니까 엄청 길어졌네. 편의점에서 일하는데 신제품으로 솜사탕이 들어오길래 생각나서 푸념좀 해봤어. 참고로 매장에 들어온 솜사탕은 구입해서 맥주 타마셨다 ㅎ 존맛탱


요약
1. 나 어릴때 솜사탕 너무 먹고싶었음
2. 그러나 가난한 우리집, 어무니가 절대 안 사주심 ㅠㅠ (못사주심...)
3. 성인되고 돈벌면서 고삐 풀린 나, 지금은 맥주에 솜사탕 타먹는 어른 됨


+나 맞춤법 그렇게 많이 틀렸니...? 알려준건 일단 다 고쳐봤는데 또 있니...?
추천수42
반대수0
베플ㅇㅇ|2020.06.03 15:28
요술봉 장난감 한번도 못가져본거, 유치원때 왜 애들 선물 보내잖아 부모가, 다른 여자애들은 요술봉 장난감 받고 그랬는데, 난 무슨 수첩인지 노트인지..-_-.. 아직도 요술봉 같은거 보면 갖고싶다..
베플마리|2020.06.03 16:04
난 첫째고 부모님이 나 초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 맞벌이하셨는데 다른건 다 괜찮았거든. 그런데 비오는 날 친구들처럼 엄마가 우산들고 학교로 데리러 왔었으면.. 하는거 그거 하나는 지금 나이 서른둘인데도 마음속에 남아있네. 별것도 아닌데 그게 너무 부러웠나봐. 어른되고서 내가 우산들고 엄마 데리러 엄마가게 마중나가고 했는데, 그건 또 그거대로 좋더라.
베플ㅇㅇ|2020.06.03 16:09
난 반대로 어릴 때 아빠가 해 준 토스트 너무 먹고 싶은데 지금은 돌아가셔서 못먹어... ㅠㅠ 토스트용 식빵도 아니고 옥수수식빵 같은거에 계란구워서 올리고 햄이랑 흉내내서 토스트처럼 만들어 주셨는데 그땐 너무 못생기고 맛 없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지금은 그 토스트 먹어 볼 수만 있다면... 아무리 지나가다 토스트 사먹어도 아빠가 해준 그 토스트 맛이 안나더라... 한번 만 딱 먹어보고 싶다... 보고싶어 아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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