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중학생이야. 글은 처음 써보는데 익명으로 조언 구할 곳이 여기밖에 없을 것 같아서..
일단 제목처럼 내 존재 자체가 자기의 우울이라고 말한 친구가 있어서 너무 충격이고 미안하고 슬프더라고. 걔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고 지금까지도 잘 지내던 애였어. 근데 갑자기 어제 나한테 그런 말을 하더라고.
듣고 너무 당황스러워서 이유를 물어보니까 하 그냥 다 잘 하는 게 부러웠고 자기랑 비교가 됐대. 진짜 재수없고 막 이것도 고민이라고 올리나 이런 반응이 나올 수도 있는데 난 진짜 좀 당황스럽고 그렇거든..
이 말이 나오게 된 게 체육시간에 수행평가때문에 2단뛰기 연습을 하고있을 때였어. 3학년은 20개 해야 만점이었고 난 2단뛰기 30개는 하거든. 코로롱때문에 강당은 못 가니까 운동장 나와서 혼자 이단뛰기 연습하고있었는데 걔가 다른 친구랑 벤치에 앉아서 말을 하는거야
'쟤처럼 다 잘하는 애들 너무 부럽다. 미술도 잘 하고 체육도 잘 하는데 공부도 잘 하잖아. 근데 보면 맨날 우리랑 놀잖아.' 그냥 이런 식으로 말 했어
거기다 대고 야 부럽냐?ㅋㅋ 이런 식으로 말 할 수는 없으니까 아니라고 이단뛰기는 나도 못 했다고 연습하면 할 수 있다고 말 했어. 그랬더니 '뭐래~ 너 연습한 거 한 번도 본 적 없거든~' 약간 어이없다는 투로 얘기하더라고.
그 전까진 별 생각 없었는데 거기서 나도 좀 화났어. 근데 친한 친구고 농담으로 넘어갈 수 있는 말이니까 뭐 그렇게 생각해라 하고 넘어갔지.
체육 끝나고 기가시간에 또 수행평가한다고 바느질 하는데 점심시간에도 붙잡고 있었던 터라 바느질을 내가 제일 빨리 끝냈어. 그러니까 또 왜 쟤는 못 하는 게 없냐고.. 그것도 기분 좋게 넘길 수 있는 말이었어 웃고 넘기고 걔 바느질 하는 거 도와주고 했지
난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물어보시는 질문이나 복습 이런 거 다 대답 잘 하고 질문도 하고 이러거든. 근데 걘 그게 좀 싫었나봐. 역사 끝나고 노트 필기 하는 중이었는데 그걸로도 트집을 잡더라고..
그때 화가 나서 수업시간에 수업 열심히 듣고 선생님이 하시는 질문에 아무 대답 없을 때만 대답 하는 건데 그게 그렇게 아니꼽냐고 말 했어. (선생님도 애들 다 마스크 쓰고 있는데 수업에 대답이 없으니까 벽보고 말 하는 것 같다고 좀 웃고 대답도 하라고 하셨어)
내가 거기서 그렇게 날 세워서 말 하면 안되는건데 계속 그렇게 트집잡고 비아냥거리니까 편한 친구사이의 농담으로 넘기기엔 더 참아지지가 않는거야.
걔도 당황했겠지. 솔직히 그 친구 입장에선 그냥 놀리고 농담으로 한 말일 수도 있는데 내가 화..?낸거니까. 그렇게 말 하면서 흐지부지 끝내고 아는 척 없이 집에 갔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까 내 에스크에 질문 와있더라고. 읽어보니까 그냥 걔야 말투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보니까 화낸게 너무 미안해졌어.
걔네 엄마랑 우리 엄마랑 친해서 걔네 엄마가 나랑 걔랑 비교를 자주 했나봐.(우리 엄마가 막 자랑하고 그런 건 아니구) 그게 초등학생 때부터 계속 됐으니까 걔는 얼마나 스트레스였겠어. 그게 자기의 우울의 시작이었는데 그 감정을 말할 사람이 나밖에 없었대. 그게 또 짜증났대. 위로를 해주는 내가 고마우면서도 밉고 그랬다는거야. 그러면 그렇다고 말을 하지 왜 말 안하고 있었는지 원망스럽기도 하고 미안하더라
그런데 솔직히 말 하면 난 내 노력으로 이룬 성과들이고 초등학생때부터 미술, 피아노, 독서논술, 토론, 한자, 수학, 영어, 빨간펜 이런 거 진짜 많이 했거든. 다 기본적으로 5년 이상 씩 배웠었고. 미술도 중학교 들어오면서 예고 입시 준비 생각하다가 사정이 있어서 끊었고 한자 토론 논술 수학 영어 이런 건 아직도 계속 하고 있어.
걔도 내가 노력하고 그 성과로 성적이 나온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봐. 아직 고등학생도 아닌데 성적으로 친구를 잃을 것 같다는 게 이해도 안 돼.
친오빠도 나한테 너 중학교때부터 그렇게 공부하면 고등학교 올라와서 후회한다고 좀 놀라고 말 할 정도로 공부 하거든. 남들이 보기엔 화장하고 놀러가고 아이돌 좋아하고 콘서트 다니니까 노는 애처럼 보일 지는 몰라도 그런 거 한 번씩이지. 시험기간동안 학교 학원 마치고 독서실가고 친구도 없는 학원에서 언니오빠들 사이에서 나 혼자 공부하고 그런단말이야. 그걸 내 제일 친한 친구가 몰라준다, 이게 화나고 짜증나고 원망스럽고 다 하는데 걔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게 아니라서 더 혼란스러워
나도 위로는 필요하거든. 자사고 특목고 입시 목표로 내신관리 엄청 철저히 했는데 1학년 때 어학연수 간 게 잘 처리가 안 돼서 무단결석 20일정도 찍히고 쳐다보지도 못하고 포기해야했어.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오빠 말 듣고 놀았겠지. 다시 마음 잡고 공부하는 습관이라도 기르자 하고 열심히 해보려는데 친구한테 '니가 내 우울이다' 라는 말을 들으니까 힘도 안 들어가고 의지도 사라졌어. 내일부터 독서실 끊어놨는데 막막해.
제일 고통스러운 건 내가 누군가의 우울이 될 수도 있다는 거. 의도하지 않아도 누군가은 나로 인해 상처를 받게 된다는 거. 그 누군가가 내 짧은 인생의 반을 같이 보낸 친구라는 거.
어떻게 해야할까? 친구를 기다려야하는건지 사과를 해야하는건지 모르는 척 해야하는건지 모르겠어
두서도 없고 복잡한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사진은 묻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