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객관적으로 사실만 열거하겠음 좀 길어요
30대 초반이고 10년 이상 친하게 지내는 동창 친구들이 있음
서로 다 멀리 살지만 미리미리 약속 잡아서 잘 만나고, 안 나오는 애도 없음. 어쩔 땐 동네친구보다 자주 만나기도 함
이 가운데 친구 a가 우리 중 가장 처음으로 결혼하게 됨
만난지 백일 좀 안 된 남자인데 아기가 생겨 급하게 하게 된 결혼임. 그래서 남들 코로나 때문에 미리 예약해놨던 식장도 취소하는 마당인데 얘는 코로나 제일 심했던 시기에 결혼식을 함
친구들이 다 다른 지역에 살아서 갑자기 만나기는 좀 어려움
그리고 임신 중인데 코로나 때문에 직접 만나기도 좀 그러니까(a가 한 말) 청첩장을 카톡으로 보내준다고 함
며칠 뒤 카톡으로 모바일청첩장을 보내줌
그런데 모바일청첩장을 뭐 별다른 말없이 정말 청첩장 하나만 딱 보냄. 우리 친구들은 매일 연락하고 친하니까 그렇다치고.. 다른 동창들에게 모두 그렇게 보냄
동창들 몇년 동안 연락 없던 a에게서 모바일청첩장을 받고 몇몇이 나한테 "a 결혼하냐"고 물어봄
맞다고 대답하니 너무 뜬금 없어서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안 열어봤다고 함. 최소한 잘 지내냐는 인사 한 마디는 하고 청첩장을 보내야 하는 거 아니냐며 결혼식 참석은커녕 a랑 다신 연락 안 하겠다고 펄펄 뜀(이 사실은 a는 모름)
친구들이 사는 지역에서 a가 사는 지역까지 가는데 소요시간은 빠른 애가 2시간 나는 4시간 걸림
전날 야근하고 다음날 새벽에 출발함
신부대기실 가서 인사하는데 a가 마스크 쓴 나를 보고 다짜고짜 이따 사진 찍을 땐 벗으라고 말함
이때 말투가 좀 신경질적이라 나는 기분이 상했는데, a도 그걸 느꼈는지 신혼여행 다녀온 후에 와줘서 고맙다면서, 그날 하객이 생각보다 많이 안 와서 예민했다면서 자기가 기분 나쁘게 한 게 있으면 미안하다고 사과함
결혼식 전날 야근하고 있는데 a가 전화를 해서 나보고 부케를 받으라고 함
원래 a의 다른 친구가 받기로 되어있었는데 일이 생겨 못 온다고 했다고 함
나는 남친도 없고 결혼생각도 딱히 없고, 나서는 자리가 조금 부담된다고 말했음
그랬더니 a가 울면서 자기 사는 지역이 멀어서 선뜻 오겠다는 친구가 몇 없다며 결혼 예정이 없더라도 친한 친구라면 부케를 받기도 하니 본인 생각해서 좀 받아달라함. 결국 알겠다고 했고 실제로 내가 부케를 받음
부케를 받은 게 처음이라 어떻게 처리를 해야하는지 모르겠어서 일단 집에 모셔둠
그냥 놔두고 잊고 있었음
한두달 지난 후 a가 임신 안정기도 됐고 결혼식 뒤풀이도 따로 못했으니 만나자고 해서 약속을 잡고 다같이 만남
좋은 식당 가서 식사했는데, a가 먼저 만나자고 했고 청첩장도 직접 주지 않았으니 당연히 a가 사는 자리일 거라 생각했는데 더치페이했음
카페로 자리를 옮겨서 얘기하다 내가 부케 받은 얘기가 나옴
a가 잘 말리고 있냐 물음
응 말라도 예쁘더라 라고 대답함
a가 담에 만날 때 들고 오라고 함
내가 그게 무슨 말이냐 물으니 그거 원래 예쁘게 말려서 꾸며가지고 신부한테 돌려주는 거잖아 라고 함
뭘 또 그런 걸 해야 하냐?고 했더니 a가 얼굴이 확 빨개져서는 무슨 말을 그런 식으로 하냐며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화를 냄
순간 욱한 나는 너야말로 이런 식으로 하는 거 아니다 라고 말함
a가 울면서 자기가 우리 중에 처음 결혼하는 건데, 다른 애들 보면 친구들이 먼저 이것저것 해주고 한다던데 너네는 그런 것도 없고 당연히 해주는 거까지 왜 해야 하냐고 말하니 어이없고 회의감이 든다고 말함
친구들이 a가 임산부임을 고려해 다급히 우리가 그런 생각을 못했다고, 미안하다며 진정하라고 달래줌
친구들은 다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유하게 생각하는 애들이지만 나는 그렇지 않음... a가 나중에 또 부케 얘기를 꺼냈지만 무시하고 연락 오는 것도 씹음
그래서 결론은 부케 말려서 돌려주는 게 맞나요
나는 성격 상, 그리고 친구의 결혼 과정에서 겪은 일들을 생각하면 안 하고 싶지만(기분 같아선 축의금도 아까움.. 많이 했는데) 부케 돌려주는 게 사회 통념 상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지 정말로 모르겠어서;; 물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