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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다들 외제차 사나봐요..

뽀로리링 |2020.06.11 03:53
조회 18,384 |추천 40

처음으로 글을 써봐요.

두서 없어도 이해해 주세요.

 

저희 엄마는 생존률이 극히 낮다는 췌장암 환자입니다.

운이 좋게 원래도 엄마가 병을 찾아 다니시는 분이라 배가 아프고 소화가 안된다며 내과에서 괜찮다고 몇달을 계속 그냥 소화제만 주는데 우겨서 소견서를 받아내서 CT촬영을 했고 췌장암 2기 판정을 받고 부랴부랴 수술을 하고 항암 치료를 받았어요. 항암이 끝나고 대략 6개월쯤 지나고 다시 아프기 시작해서 응급실을 통해 다시 CT 를 찍었더니 재발이 되었더군요. 더 이상 잘라 낼 수 없어서 항암 치료만 받으면서 맞는 항암약을 찾고 있습니다. 항암 말고는 이제 방법이 없고, 연세가 있으셔서 매주 너무 힘들어 하세요. 음식도 잘 못 먹고, 각종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말라 가고 있어요.

 

환갑도 훨씬 넘기신 연세고, 38kg 몸으로 버티기 힘드신 모양이에요.

 

제가 이동하면서 수업하는 프리랜서 강사다 보니 차 없이 일 하는데 28살이 되었을 때, 일은 계속 들어오는데 이동 시간 때문에 한계가 오더군요. 신도시라서 버스가 자주 있지도 않고, 택시도 늘 콜을 불러야 하고 콜비도 따고 받는데다 가까운 거리는 가 주지도 않구요. 이렇게는 늙어서 굶어 죽겠다 싶어 면허를 부랴부랴 따고 모아둔 돈 한 푼 없이 차를 구매하게 되었어요. 차에 대해 잘 모르기도 했지만 3만키로 미만으로 사야 한다는 얘기만 듣고는 중고차를 알아보니 아주 저렴하지는 않더라구요.. 중고차는 캐피탈을 껴야 해서 이자까지 계산해 보니 거의 새 차 값이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혜택을 받고 새 차를 사기로 결심했어요.

그때, 제가 모아 놓은 돈도 없이 덜컥 차를 산다고 하니 엄마가 엄청 말리셨구요. 기왕 사는거 아반테를 사려고 했는데 하도 말리셔서 할 수 없이 가장 저렴한 경차를 구매하게 되었어요.

 

차가 생긴 덕에 수입도 많이 늘어서 면허 따고 1년 지난 후 제주도에서 렌트카로 엄마랑 여행도 하고, 오키나와도 운전해서 여행하고, 동해도 가고 서해도 가고 할머니 산소에도 가고 정말 못해 본 여행을 실컷 했어요. 물론 엄마가 췌장암에 걸리기 전까지지만요.

 

엄마가 같이 타고 다니시다 보니, 경차가 고속도로에서 정말 위험하고 사람들이 끼워 주지도 않고, 큰 음식점이나 까페에 가서 주차를 할 때에도 주차 요원들이 보기에도 좁아 보이는 구석에 가서 하라고 하는 모습도 보면서 괜히 아반테라도 사게 둘걸 말렸다고 후회하시더라구요.

 

제 차를 타고 주마다 항암을 가시는데 늘 차 얘기로 미안해 하세요. 그때 뜯어말렸던게 한이 되신다구요.

 

엄마가 평생 탄 가족 차라고는 제 모닝이 전부고. 저도 엄마가 남은 인생 더 좋은 차에서 편한 차에서 드라이브 하고, 선루프로 하늘도 보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나중에 팔고 다시 저렴한 차로 바꾸게 되더라두요. 

 

지난 주 금요일 국립암센터에서 항암 치료가 끝나고 폭스바겐에 가 보았어요. 처음 가 본 차 매장이라 무지 신기해 하셨어요. 티구안 뒷좌석에 앉아 보시더니 너무 편하다고 하시고, 너무 너무 좋아하시더라구요. 폭스바겐 로고가 찍힌 쿠키가 있는데 너무 귀엽다고 말씀하시니 직원분이 와서 가져가시라며 한웅큼 챙겨주시더라구요. 자세한 설명도 해주시고 다른것 보다도 엄마에게 너무너무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정말 바로 살 뻔 했네요. 하지만 제가 운전하기에는 조금 큰 거 같아서 조금 더 알아보기로 했어요.

 

SUV 차를 타고 싶다고 하셔서 엄마를 댁에 모셔다 드리는 길에 풍동쪽에 자동차 매장이 많길래 거기를 들러 보기로 하고 챙겨주신 쿠키와 책자를 들고 나왔습니다. 새차도 안한 모닝을 타고 나오는데 차를 안전하게 빼게 도와주시고 꾸벅 인사까지 해 주시더군요.

 

그 다음 푸조에 가 보았어요. 2008을 보고 싶었는데 지금은 없다고 하더라구요. 모닝 타고 내리는것도 뻔히 보셨는데 역시 여기도 정말정말 친절했어요. 3008 옵션도 자세히 설명 해 주시고 피아노 건반처럼 생긴 버튼들이 저도 신기하더라구요. ㅎㅎ 책자들과 견적서도 받고 문앞까지 인사도 해 주시고 차를 보면서 마실 거 드릴까요 물어봐 주시고 ㅎㅎ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기아에 가 보았어요. 니로가 보고 싶어서요. 

문제는 여기서 생겼어요.

아무도 나와 보지도 않더군요. 손님도 아무도 없었어요. 직원 둘이 카운터에서 엄청 웃고 떠들기만 하고요. 궁금해서 저희가 알아서 뒷자리 열어보고 앉아보고 스포티지도 저희가 열어 보고 앉아보는데 하하 눈길 한번 안 주더군요. 가끔 힐끔 쳐다보기는 했어요.

 

나오면서 스포티지랑 니로 책자를 좀 받을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모든 차량 가격표가 있는 책자를 주더라구요. 니로와 스포티지 옵션별로 설명 되어 있는 책자를 달라고 했더니 "아 그것도 필요하세요?" 라고 하더군요.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눈도 안 마주치고 휙 주고는 자기들끼리 하던 얘기를 마저 하더라구요. 명함 한 장 안주고요 ㅎㅎㅎㅎㅎ 

 

네. 그날 저희 엄마가 예약이 9시40분이였고 7시 40분까지 암센터로 가서 채혈을 해야 했거든요. 그날 제가 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암센터에서 바로 만나기로 해서 엄마가 콜택시를 부르셨는데 택시가 바로 오는 바람에 아무 모자나 대충 눌러 쓰고 부랴부랴 옷만 대충 걸치고 나오신 날이였어요.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이 없어요)

 

돈이 많아 보이는 모습은 아니였겠죠.

아마 저희가 기아를 처음 갔다면 아 불편할까봐 원래 이런가보다 했을거예요. 엄마는 자동차 대리점을 처음 간거니까요. 그런데 폭스바겐과 푸조에서 손님 대접 받다가 기아에서 사람 대접도 못받고 나오니까 정말 제가 너무너무 민망했어요. 엄마도 신나 있다가 시무룩해져서 나오시구요.

 

이래서 주차장에 그렇게도 외제차들이 많았나 싶었어요. 괜히 기아에 모시고 갔다가.... 엄마 주눅들게 만든 거 같아서 맘이 안 좋아졌네요. 사람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거 아닙니다. 부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디 가서 사람 대접 못 받을 만큼 남한테 해 끼치며 살지도 않았고 못 입고 못 먹고 살지 않았어요.

 

속상해서 하소연 해봤어요. 큰 맘 먹고 항암 받으시고 힘든데도 날 잡아 따라오셨던 건데 정말 속상하네요. 풍동 기아 대리점에 사과하라고 하고도 싶었지만 뭐 그게 의미가 있을까요... 어차피 그런 사람들 뒤에서 진상이라고 욕이나 더 하겠죠.....ㅠㅠ

 

맘이 씁쓸하고 속상한 날이였어요. ㅠ  두서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모두모두 암 없는 세상에서 행복하시길 ㅠㅠㅠㅠ

추천수40
반대수35
베플ㅇㅇ|2020.06.11 15:53
그건 딜러들 마인드에 따라 달린거지 수입/국산 차이는 아니지 싶은데요
베플ㅇㅇ|2020.06.11 10:14
수입차 매장 중에, 허름한 옷 입고 가면 상대도 안해주는 곳 많아요. 상대를 안해주는 걸 떠나서, 바라보는 표정이 "네 까짓 것이 수입차 매장에 왜 왔냐? 는 식.
베플ㅇㅇ|2020.06.11 10:14
현대기아 대리점에서 그런 식으로 무관심한 듯이 보이는 것은 손님 중에 상당수가 옆에 붙어서 밀착마크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런 면도 있어요. 무시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구애받음 없이 자유롭게 실컷 구경하시라는 뜻입니다. 설명을 해달라고 요청하면, 친절하게들 잘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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