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 온다고 해놓고
기습적으로 왔다가는 센스 부려봅니다
지난 글 보시고 하루 마무리가 잘된 것 같다고 써주신 댓글
뭔가 제 기분이 몽글몽글해졌습니다
한분의 소중한 하루 끝맺음을 하찮은 제가 즐겁게 해드렸다니...
감사합니다
[25]
내 남자가 친절과 매너를 탑재하고 있다는 것은
대부분 호감으로 작용하지만
때로는 날 매우 스트레스 받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했다
선배가 그러하다
주변에 여자가 끊이지 않는 원인?
선배는 매너가 좋았다
아...잠깐 가슴 스크래치...
속쓰리지만...
여자를 많이 만나봐서 그런건지
선배는 그냥 몸에 배어있는 기본적인 친절
거기에 한번씩 씨익 웃는 웃음이
폭발적인 시너지를 발휘하는 듯 했다
나도 그거에 혹한거니까 뭐 할말은 없다만
선배 친구들과 내 친구들이 함께 음료를 마시는데
친구 하나가 긴 손톱 때문에 캔을 따지 못해 낑낑거리며
선배들한테 도움을 요청했다
다른 선배들은 약한척 하지말라면서 웃고 떠드는데
굳이 선배가 그 캔을 가져가 따줬다
주면서 씨익 웃긴 왜 웃나
언짢다
나랑 엄청 친한 친구도 아니었고
그냥저냥 아는 사이
이놈저놈 프리하게 연애하는 아이였고
나랑은 좀 성향이 맞지 않는다 판단했던 애인데
굳이? 선배 니가? 왜?
캔을 받은 친구는
고맙다면서 선배에게 눈웃음을 날려주었다
더 언짢다
밥을 먹는데
걔가 재빠르게 나를 제치고 가더니 선배 옆자리에 앉았다
얼떨결에 뭐지?
친구들과 내가 약간 벙찐 사이
나 구석자리 좋아해서 라며 눈웃음을 날렸다
확 저거 눈 웃음...
밥을 먹고 잠깐 앉아서 떠드는데
걔는 선배에게 쉴새 없이 질문을 쏟아 부었다
선배 쟤 어디가 좋아서 사귀어요?
선배는 좀 큐트한 스타일을 좋아하나보다
대부분 남자들은 나같은 섹시한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소수 선호 큐트 스타일이 나고
다수 선호 섹시 스타일이 너냐?
허...어이가 없었지만 뭐
이상황에서 내가 빡쳐보이면 너무 옹졸해보이니까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선배는 걔가 하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딴청을 피웠지만
그마저도 나는 맘에 들지 않았다
꺼져라고ㅎㅎㅎ
명확하게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으니까
아까보다 더 언짢아졌다
오늘 같이 저녁... 갈거지?
저 바쁠 예정입니다!
뭔가 또 내 잘못인것 같은데?
이럴때 눈치가 기가막힌데
왜 아깐 그렇게 눈치 없이 행동한거지?
선배와 같이 있다가는 괜히 화를 낼 것 같아
그날은 일찍 집으로 갔다
다음날 친구가 전해주는
전날의 기가막힌 술자리 에피소드
눈웃음 걔가 선배 옆에 앉았어
엄청 흘리더라 눈웃음을
선배 손 크다면서 대보자하고
어깨 넓다면서 기대려하고
별 개수작을 다 부리더라고
선배는 뭐하든?
자리를 옮기기도 하고
나가기도 하고 손을 뿌리치기도 하대
완전 적극적으로 뿌리치든?
소극적으로 뿌리치든?
아니 그래서 우리가 보다가 미친거 아니냐고
왜 여친 있는 남자한테 치근덕 거리냐고
걔한테 한마디 했는데
술취한척 정신 없는척 하면서
아예 작정을 했는지 아주 대놓고 돌진하더라
그리고 진실게임 하는데 진상진상 개진상
걔가 선배한테 묻더라
선배는 걔로 만족이 되요?
그런 스타일 아닌거 같은데
선배 뭐라든?
윤이 완전 내 스타일인데
너는 완전 내 스타일 아니야 구려
웃으면서 이야기하더라
선배 좀 무섭던데
어쩜 그렇게 환히 웃으면서 자근자근 씹냐
음...약간 마음이 풀어지는군
그렇지만 난 아직 마음이 완전히 풀어지지는 않았다
그럴땐 야 꺼져라고 했었어야지 ㅎㅎㅎ
여튼 난 어제의 일에 대해서 함구했고
굳이 선배가 말 꺼내기전까진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며 선배 핸드폰으로 웃긴 영상을 보고
킥킥 대던 그날 저녁
핸드폰 화면에 뜨는 톡 하나
선배 어디?
이분은 누구신데 이리 반말을 지껄이시는건가요?
이글거리는 내 눈빛을 느낀 선배가
잽싸게 톡의 메시지를 눌렀다
걔!
어제 걔!
날 매우 얹짢고 찜찜하게 만드는 바로 걔였다!!!!
내 눈치를 살피는 선배에게
내가 가진 가장 환한 미소로 살벌하게 웃어주었다
선배는 자기 핸드폰을 나에게 내밀었고
나는 걔가 보낸 톡을 한자한자 정독 후 회신 했다
선배 어디?
아직 학교?
잠깐 봐요!
왜?
할말이 있어서요!
톡으로 해!
톡으로 하긴 좀 애매한데
시간 안되요?
ㅇㅇ
선배 톡은 굉장히 무뚝뚝하시네
실제론 다정하면서
하아...
다정????다정이라고????
선배가 얘한테 다정하게 굴었구나...
별다른 말 없이 난 선배를 보고
입꼬리를 한껏 쳐들어 웃었다
내 웃음에 선배는 신변의 위험을 느꼈는지
날 못움직이게 덥썩 안았다
얘의 톡은 갈수록 가관이었다
까놓고 말할게요
나 괜찮지 않아요?
선배 걔로 안되잖아요?
묻고 싶었다
얘가 제정신으로 이러는건지
너 술먹었어?
아뇨 초저녁인데요
술은 안마셨단다
맨정신에 이러는거란다
얘 더 무섭다 진짜
요점이 뭔데?
선배 저랑 만날 생각 있어요?
굳이 걔랑 헤어지지 않아도 되요
그냥 걔도 만나고 나도 만나고
껄껄껄
어쩜 이렇게 한자한자가 주옥같이 뇌에 때려박힐까
허..실소가 흘러나왔다
내 눈치를 보던 선배는 저 톡을 보고
더 답하지 말라했다
차단하면 그만이라고
난
그래 과연 네녀니 어디까지 가나 보자 싶었다
너랑 바람피자고?
바람은 무슨
그냥 색다른 경험이죠!
걔랑 나랑은 스타일이 완전 다르잖아요!
내쪽이 더 흥미로울걸요?
와 이 자신감!
어디서 썩어나오는 자신감이지?
네녀니 키가 나보다 크긴 하지만
내가 말야 막 더 똘똘하게 생겼고
그래 결정적으로 슴가는 내가 더 커 이녀나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일단 참았다
선배를 향해 다시한번 인자한 웃음을 날려주고
답톡을 이어갔다
난 니가 전혀 흥미롭지 않은데?
일단 시작하면 선배 맘이 달라질걸요?
선배 자취하죠?
주소 찍어요!
아...끝이 없다
얘는 찐으로 미친녀니다
더 이상 상종할 가치가 없으므로
여기서 엔딩을 봐야겠다 싶었다
내 핸드폰으로 톡을 보냈다
야! 나 윤이야
니가 선배한테 보낸 톡 인상적이더라
이제 작작해!
내일 톡 메시지 그대로 대자보 붙는 수가 있어
날 안고 있던 선배를 떼어냈다
마시던 음료의 얼음을 아그작 소리내서 씹으며
선배를 향해 경고를 날려주었다
바람만 피워봐
딴짓만 해봐
이 얼음처럼 사라지게 만들테니까요
살벌한 나의 경고에
선배가 흠칫 놀라는 것 같더니
순식간에 다가와 입술을 대고는
내 입안에 남아있는 얼음을 자기 입으로 옮긴다
뭐하는 건데요?
기사회생!
얼음 죽다 살아났지?
선배! 진짜 바람피웠다 걸리면 기사회생 할 수 있다 생각치 말아요!
바람피우면 두 년..놈 모두 사라지게 만들테니까!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선배는 나의 웃음에서 살기가 느껴진다고 했다
음...그 느낌 아주 정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