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너무 깊은 기억으로 남는 가을
김종성
곡식 거둔 빈들의 쓸쓸함과
길 잃은 외톨박이 철새의 조급함
낮은 갈대바람 소리의 공허함
퇴색한 들풀 머리 위로 드러눕는
늘어진 빗방울의 우울한 울림통은
뱃살 튼 호박잎 물길 따라 가보지만
어제보다 짙어진 붉은 품속으로
갈 수 없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담긴
체념의 그림자 드리운 임종 지키는 눈망울
머지 않은 날
훌훌 벗고 모두가 떠나고 나면
붙들고 싶은 기억들로
왼쪽 가슴에 박힌 뽑아 낼 수 없는 대못 하나
심장에 번지는 아릿한 녹물은
골수까지 전위되는 암 덩어리
아스피린 몇 알로는 치유할 수 없는 것을 알기에
바람 가는 방향으로 떠나고 싶은
진저리치는 떨림으로
요실금 환자가 되어 가는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