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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꿀꿀이 바구미 7장 (05)

마쉬맬로우 |2004.02.16 17:29
조회 461 |추천 0

7-5



이모와 둘이 저녁을 먹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음식은 여전했지만 그것도 집에 왔다는 생각을 더해주기에 나름대로 좋았다.


식사 후에는 수암이 챙겨준 감잎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었다.



“너 혹시 수암 선생이랑 가깝게 지내는 거야?”


“많이 친해지긴 했지. 그건 왜?”


“혹시 몰라서 말하는 건데 마음 주거나 하지는 말라고.”


“같이 있다보니 좋은 사람 같던데. 이모는 수암이 싫어?”


“싫은 건 아니고. 너랑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


“왜?”



의외였다.


이모가 집안도 좋고, 잘 생기기도 했으니 잘 해보라고 응원을 해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너랑은 격차가 너무 커. 선생은 알아주는 거물급이잖아.”


“수암이?”


“선생이 이쪽으로 투자하라고 말 한마디만 하면 몇 백억 정도는 우습게 움직인다고. 정, 경계인물들이 선생 한번 만나 보려고 줄을 서도 보기가 힘들다고 하잖아.”


“별로 찾아오는 사람들도 없던데.”


“얘가 한달을 있었으면서도 뭘 모르고 있네.”


“뭘?”


“PP에서 돈을 엄청나게 주고 계약을 했어. 다른 일은 봐주지 말라고 하면서 말이야.”



PP라면 우리나라 10대 기업 중 하나였다.


최근에 더더욱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회사였다. 



“PP?”


“거기 임원직도 하나 주었다더라. 명예직이지만 신입사원들 뽑을 때는 면접관 일도 보고, 큰 계약 건이 있을 때면 조언도 해준대.”



‘나랑 계란 가지고 장난을 치던 수암이? 같이 있어도 어눌하기만 하던데.’



“그런 거물을 이모는 어떻게 알고 소개를 해준 거야?”


“수암선생 엄마가 네 엄마랑 친구야. 나도 잘 아는 언니고. 동네에서 같이 자랐거든. 내가 부탁을 했지. 공짜로 해준 것도 아니었어. 돈 많이 들었지. 이번 수련도 말이야 너 빼고 다른 얘들은 수업료도 낸다고 하더라. 한달에 이백인가 삼백인가 정도 한다던데.”


“수업료를 낸다고?”


“그거 공짜로 해준 거라고 나한테 전화를 걸어서는 엄청 생색내더라. 꼭 내라는 말 같았는데 우리가 그 돈이 어디 있어? 그냥 고맙다고 말로 때웠지. 그 언니 그렇게 안 봤는데 많이 변했더라. 그렇게 돈 밝히는 언니가 널 며느리로 보겠니? 너도 이만 마음 접어.”



몰랐던 것을 너무 많이 알게 되어서 혼란스러웠다.



“네 방에서 핸드폰 울린다.”



수암이었다.



- 저녁 먹었어?



목소리는 예전과 같은데 이모의 얘기를 들어서일까 멀게 느껴졌다.



“네. 먹었어요.”



- 갑자기 웬 존댓말?


“이모랑 같이 있어요.”


- 일정이 조금 바뀌었어. 휴가가 끝나면 바로 지방에 가야해. 이박이나 삼박 정도 될 것 같으니까 짐 챙겨오라고.


“어디를 가는 건데요?”


- 강원도 쪽인데 귀신이 자주 나오는 폐가가 있대. 혼령들을 달래주러 가는 거야. 여름이지만 밤에는 추울지도 모르니 두꺼운 옷 꼭 챙겨와.


“알았어요. 들어가세요.”


- 벌써 끊게?


“이모랑 얘기 중이었어요.”


- 안 본지 하루밖에 안됐는데 벌써 보구 싶다.


“하루도 안됐지요. 아까 집에까지 데려다 주셨잖아요.”


- 그런 가? 피곤하지? 일찍 자. 잘 때 이불 걷어차면서 자지 말고. 이따 한가하면 꿈 속으로 찾아갈게.


“이만 끊을께요.”




간만에 점을 봐주어서 그런지 피곤해서 잠자리에 일찍 들기로 했다.


몸은 피곤한데도 잠은 쉽게 와주지 않았다.


날 좋아해주는 멀대를 두고도 수암과 더 비슷하다는 생각에서 만나보기로 했던 건데 그것이 아니라니.


지금 심정으로는 멀대보다 수암이 더 멀게만 느껴졌다.



‘수암을 다시 만나도 어색할 것 같다.’



사실 멀대가 싫은 것도 아니었다.


단지 나와는 틀리기 때문에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인데.



‘으. 머리 아파. 이런 고민은 나에게 안 어울려. 어떻게든 되겠지. 그나저나 할아버지도 적응이 많이 됐나봐.’



신열을 다시 앓고 난 후부터 확실히 좋아졌다.


낮에도 점을 무난히 칠 수 있을 정도로 영감을 주었던 것이다.


할아버지와 의사소통이 되는 것이 너무 기뻤다.



‘이제 그만 자자.’



마음을 편하게 먹자 곧 잠을 잘 수 있었다.



‘꿈인가?’




한 남자 차를 마시고 있다.

그 옆에 무릎을 꿇고는 다소곳이 앉아있는 여자.

기모노를 입고 있는 폼을 봐서 일본 여자 같았다.




‘할아버지가 자신의 옛날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건가? 할아버지 꽤 살았나봐. 집이 꽤 좋은데. 그럼 저 여자는 부인? 음... 이쁘군, 근데 주리를 좀 닮았네.’



남자는 차를 마시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부인으로 보이는 듯한 여자에게 뭐라고 말을 한다.

여자는 고개를 숙인 채 고개를 끄덕인다.

남자가 잡았던 손을 놓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여자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리고 여자는 대문까지 따라나선다.

그리고는 남자의 바지가랑이를 잡고는 대성통곡을 하며 뭐라고 하는데. 뭔 소리인지는 모르겠다.




‘왜 저런 이별을 해야 했을까?’





남자는 여자에게 측은한 눈길이 가면서도 애써 외면하고는 그대로 문밖으로 나가버린다.

여자의 울음 소리는 남자가 나선 대문밖까지 들려온다.

남자 잠시 주춤한다.

다시 돌아갈까 망설이는 듯하더니 어두운 밤거리 속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흐르는 눈물은 닦지도 않은 채 그렇게 여자와 멀어진다.

아마도 행여 여자가 자신의 뒷모습을 볼까 눈물을 닦지 못하는 것이다.

빠른 걸음으로 여자와는 멀어지지만 마음은 더욱 여자를 가깝게 느끼고 있다.




슬픔이 나에게 전달되어 왔다.



‘사랑하는 여자와 이별했던 순간 인가봐.’



눈물이 베개를 적셨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이런 아픔이구나. 이런 거 겪고 싶지가 않다. 정말 못할 짓이네.’




“혜림아!”



이모가 날 흔들어 깨웠다.



“왜 울면서 자?”


“아침이야?”


“응. 밥 먹어.”


“좀 더 잘께. 피곤하네.”



할아버지의 감정이 너무 잘 전달되어서일까 아무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꿈속에서라도 그녀를 다시 한번 보고픈 생각에 다시 잠에 들고 싶을 뿐이었다.




 

너무 섭섭해 하지 말아주세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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