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만 왜 그렇게 살았어?환갑 조금 넘어서 치매걸릴줄 알았으면 그렇게 살면 안됐었는데
왜 그렇게 악착같이 살았어
좋은거 예쁜거 한번 안해보고
내 교복은 아침마다 다려줬으면서 엄만 왜 맨날 목늘어난 티셔츠만 입었어
내가 옷 새로 살때마다 예쁘다고 만지작 거려서 백화점에 옷 사러 갔다가 너무 비싸다고 결국 그냥 돌아왔었지 왜 그랬어
엄마 생일선물로 사준 패딩 아깝다고 두번밖에 안입어서 아직 새옷냄새 나더라
엄마 옷장에 옷이라고는 다 10년씩 입어서 낡고 헤지고 바랜것들뿐이면서 왜 그렇게 옷 필요없다고 그랬어
엄마 휴대폰 갤러리 봤을때 죽고싶었어 내 휴대폰엔 온갖 맛집 데이트 행복한 추억들 사진들 뿐이었는데
엄마 휴대폰엔 아줌마들 계모임에서 올려준 좋은글 좋은말 아파트 화단 꽃 사진 내가 가끔 가족채팅방에 올려준 내 셀카사진말고 아무것도 없더라
엄마가 가장 예쁘게 나온 사진이 6년전에 아줌마들 계모임에서 베트남 갔던 사진밖에 없다는게 너무 화가났어
왜 그랬어 엄마는 나는 왜 몰랐을까엄마도 예뻐보이고 싶었을텐데 엄마도 여자였는데 엄마도 하고싶은게 그렇게 많았을텐데 가고싶은데가 그렇게 많았을텐데
제주도 갔을때 회 비싸다고 투정부리는 엄마한테 궁상떨지 말라고 화내서 미안해
내 방 청소해줄때 건드리지 말라고 짜증내서 미안해
나 회사 그만둔다고 했을때 엄마가 위로하는거 회사도 안다녀본 엄마가 뭘 아냐고 화냈던거 미안해
엄마가 나 좋아하는 갈비찜에 맨날 표고버섯만 건져먹어도 엄마가 진짜 버섯 좋아하는 줄 알았던거 미안해
신발장에 운동화빼고 엄마 구두가 한켤레밖에 없어서 미안해
여름방학에 해외여행 못간다고 우리집 가난하냐고 물어봤던거 미안해
나 진짜 나쁜 딸이다.엄마 미안한거 밖에 생각이 안나
늘 고마워해야할 것들을 당연하게 느끼고 살아서 그래서 그런가봐
그래서 내가 다 미안해 엄마
이럴 줄 알았으면 엄마가 벚꽃보러 안양천 가자그럴때 갈걸
귀찮다고 핑계대고 누워서 휴대폰만 할거였는데 왜 그랬을까
난 왜 엄마가 늘 그렇게 똑같이 거기 있을 줄 알았을까
엄마 나 기억 못해도 괜찮아
정숙이언니라고 불러도 괜찮아
자꾸 집에 가고싶다고 울어도 다 괜찮아
나 옆에 있어 엄마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엄마의 엄마가 될게
이제 항상 거기 있을게
그러니까 엄마
나 한번만 이름 불러줘
사랑한다고 한번만 딱 한번만 말해줘 응 엄마
괜찮다고 한번만 다독거려줘
나 대리 달았어 엄마
엄마가 대리 달면 아웃백 가자고한거 엄마가 아는 가장 좋은 외식집이 아웃백밖에 없어서 그랬다는거 난 그때 왜 그렇게 핀잔 줬을까
아웃백 가자 엄마 나랑
손 꼭잡고 가서 지난번에 엄마 비싸다고 안먹었던 스테이크도 먹고
못받아온 빵도 잔뜩 받아오자
엄마 그러니까 한번만 한번만 나 이름 불러줘
한번만 불러주면 남은 평생 정숙이 언니여도 괜찮으니까
엄마 나 너무 미안해서 미안하다고 한번만 말하고 싶어
엄마 맨정신일때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한번만 말하고 싶어
사랑하고 미안해 엄마
[원글- 치매병동 보호자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