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가게 앞을 지나가다가 너무 이쁜 원피스를
본거야. 더이상 이렇게 마음에 들 수가 없을
정도로 이뻐서 입어보지도 않고 샀어.
그런데 이게 집에와서 입어보니까 나한테
안 어울리더라고, 완전 딱 내 옷이다! 싶었는데.
그래서 그냥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기만 했어.
입지도 않을거면서 언니가 입어도 되냐고
물어보면 내 옷인데 언니가 왜 입냐고 짜증도
내고, 입어볼까 싶다가도 에이 설마 저번에도
안 맞았는데 오늘이라고 맞겠어? 싶더라고.
그런데 어느날 진짜진짜 그 원피스가 입고
싶었는데 이젠 진짜 나한테 맞지도, 어울리지도,
심지어 계절타는 옷이라 시기를 놓쳐 입을 수가
없더라. 내 의지가 아니라 정말 내가 옷의 주인이
아니더라고. 그때서야 생각이 들었어.
아, 조금은 안 맞더라도, 안 어울리더라도
내가 마음에 들어서 샀으면 조금은 어설퍼도
입어보려고 노력이라도 해볼걸.
지금 생각해보면 이 옷은 그 때의 계절에
가장 어울리는 옷이 아니였을까 싶어.
그래서 처음에 내 시선을 꽉 잡았던 그 색감이
바래기 전에 이젠 그냥 옷장 속에 넣어두려고.
그러다 어느 날 옷장을 열었을 때 이 옷을
보게 된다면, 나한테 이런 옷이 있었구나.
하면서 같지는 않더라도 언젠가는 비슷한
계절이 오기만을 기다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