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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학생활 이야기 vol.1 (since,1995)

쥰세이 |2004.02.17 16:11
조회 11,089 |추천 0

※ 역주: 9년 전 이야기이니, 지금과 다른 부분이 있는 점 양해 바랍니다.

 

때는 거슬러 1995년 봄.
개인적인 일로 인해 하루하루 삶의 의미를 잃어가며 점점 염세주의로 빠질 무렵,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래, 학창시절 꿈꾸던 유토피아는 더 이상 없다. 없다면 내가 만들리라.>
유학을 위한 준비태세에 들어갔다.

 

무엇부터 준비를 해야할지 정말이지 난감했다. 당시에는 인터넷이 일반화되지 않던
때라 집이나 사무실에서 정보를 얻어낸다는 건 힘들었다.
일단 내가 할 줄 아는 언어가 무엇인가부터 고민해야 했다. 영어...? 독일어...?
다음은 뭘 공부하기 위해 나가야 하는가?
여기서 막혔다. 전공인 설계를 위해서라면 미국이나 프랑스 혹은 일본이 생각났다.
하지만 미국으로 나가려면 여러 가지 난관이 부딪힌다. VISA문제도 문제거니와
무엇보다 그 만큼 영어실력이 딸렸다. 불어, 일본어는 생각하고 말고도 없다.
그렇다면 당연한 결론이 내려진다. 바로 독일로의 유학!!

 

독일이란 나라는 다들 알다시피 음악, 철학 등등의 순수이론과 순수과학이
발달된 나라이다. 건축에 관련된 여러 가지를 살펴봐야 했다.
도르트문트, 하이델베르크, 뒤셀도르프, 프랑크푸르트, 뮌헨, 쾰른, 카이저 ....,
하지만 마땅히 갈 수 있을 대학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에는 종로에 있던 KISSES(학생여행사)로 의뢰를 해 봤다.
자격조건(Abitur)이 미달이란다. 우선 독일수강 40시간을 넘겨야 한다더라.

 

학원에 등록해야만 했다.
당장이라도 가능하다면 어서 빨리 이곳(서울)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집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침 일찍 새벽같이 나와 학원으로 향했다.
독일어라고 해 봐야 고등학교 때와 대학시절 제2외국어로 수강했던 게 고작이었다.
학원교제를 무조건 읽어갔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긴 하더라. 
독일사람과 유창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나도 할 수 있을까?>하는 초조함이 밀려 왔지만,

<까짓 거 나라고 못 하겠냐?>하는 자신감으로 위로했다. 그러길 수개월 동안 40시간을 마쳤다.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야 한다. 다시 학생여행사에 찾아갔더니 신촌에 있는
곳으로 가 보란다. 담당자와 상담을 했다.
=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요?
라고 하더라.

- 그래도 난 가야 합니다.
= 정 그러시면, 일단 공립대학에서 주관하는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해 보시죠.
- 네? 바로 대학입학신청서를 보내면 안 된다는 건가요?
= 일단 Abitur(자격요건)가 맞아야 합니다. 이를테면 성적, 전공 이수과목 내역 등등 ...,
  그리고 대개 독일현지에서 주관하는 연수프로그램을 하시면 이점이 있고요. 대학입학신청 할 때도 

  도움이 될 겁니다. 어떤 대학은 현지 어학연수가 필수인 곳도 있습니다.
- 그렇다면 비용이 얼마나 들까요?
= 3개월, 6개월, 1년이 있습니다만 대개 6개월이면 현지적응에 도움이 될 겁니다.
  비용은 300~600만원 정도 감안하시면 됩니다. 기숙사, 의료보험, 항공료 포함해서요.
-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요? 이를테면 사설어학 학원 말입니다.
= 비용은 저렴할지 모르겠지만, 거처나 의료보험 외의 모든 건 직접 하셔야 합니다.

 

상담원의 말로는 사설학원에 등록하려면 직접 현지에 가서 하던가, 현지 대리인을 통해
등록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했다.
직접 알아보기로 결심하고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독일문화원으로 달렸다.
어디가 좋을까? 딱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바로 Bonn!! 떠나자.

다음 날 사표를 휙 던지다시피 해서 이모저모 알아보기 시작했다.
입학허가서 발송, 사설어학원 입학신청서 발부(팩스) .... 보름 뒤에 어학원에서 답장이
왔다. 9월부터 개강하니 8월 중순까지 800DM(3달치)의 등록금을 입금하란다. OK!!
집에는 출근하는 것처럼 2개월 동안 독일문화원 도서관에서 공부에 파 묻혔다.

 

어느 날, 어머니께서 물어 오신다.
= 얘야, 회사에서 월급 안 주니?
- 네? 아.. 요즘 의뢰가 별로 안 들어와서 급여가 좀 밀리네요. 걱정 마세요.
= 그런데 아까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퇴직금을 입금했으니 확인하고 문제 있으면
  전화해 달라고 하던데, 무슨 소리니? 너 회사 그만 뒀어?
순간 아찔했다. 이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난감했다.
- 엄마, 죄송해요. 사실 그 사무실 별로 아닌 거 같아서 옮기려고요.

대충 얼버무리고 다음 날 퇴직금을 들고 여행사를 찾아가 독일행 항공티켓을 편도로 샀다.


========================================= 다음 편에 계속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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