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어서 뭔가 해드리긴 커녕 아직 변변찮은 아르바이트 하나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사회생활을 안 해봐서일까요
현실감이 없는 것도 아닌데 눈물이 나질 않네요
저 참 나쁜 자식이죠 이제 대학생이고 벌써 성인인데 의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그 순간에도 그저 헛생각만 하다가 결국 제대로 못 듣고 옆에 있던 아버지가 다 듣고 저한테 전해주셨어요 혼도 났죠 어머니 상태 이야기하는데 그걸 흘려듣냐고
그런데 왠지 들리지가 않았어요
의사 앞에서 이야기를 들어도 그냥 뭔가 웅얼거리는 거 같았어요 머리도 너무 아프고 먼 세계 이야기 같았어요
제가 어머니 자식이니까 이런 거 잘 듣고 챙겨드리고 그래야 하는데 저는 가서 아무것도 안 했어요 그냥 서있기만 했어요 다른 가족들은 다 뭔가 하고 있는데 저만 멍하니 서있었네요
엄마는 당신이 아픈건데 제가 가만히 서있으니까 혼내지도 않고 별 거 아니라고, 이거 괜찮은거라고 해줬는데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안아드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생각해보면 효도해본 적도 없어요 딱히 옷을 사달라든지 학창시절에 한달 용돈 외의 과소비를 한 적은 없지만 그거 아껴서 좋은 생신선물을 챙겨드린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 우울증세 심하다고 맨날 집으로 알림가게 해서 결국 치료까지 받고 돈들게하고 못 고치고
대학도 첫 입학 때 가는 길 못 찾고 버스도 못 찾고 해서 다 데려다줘야 하고
언제나 마냥 엄마는 저랑 같이 살 거 같았는데 그게 아닐수도 있단 생각도 드는데
이상하게 눈물은 안 나요 그냥 슬프지도 않은 거 같아요 평소에는 사소한 거에도 잘 울었는데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제가 너무 나쁜 놈이라 가족 일인데도 멀게 느끼는 걸까요
그냥 되게 심란하고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