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왜 나한테 승질이야.’
“네. 알겠습니다.”
지금은 수련생의 신분이니 곱게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이따 두고 보자고. 콧구멍을 열번 찔러주겠어.’
“가시랍니다.”
무례한 혜림이.
대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괜한 짜증을 부렸다.
“화의를 청하러 왔습니다. 얼굴이라도 뵙게 해주십시오.”
남색양복 남돌이는 꽤나 정중하게 말했다.
‘어떻게 해야하나. 내용은 모르지만 수암오빠 화난 것 같던데. 왜 내가 이런 일을 맡은 거야.’
“안된다고 하잖아요. 어서 돌아가세요.”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회돌이는 나를 거칠게 밀치고는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화의를 청하러 온 건데 너무 무례한 거 아니야?”
따라 들어가 보니 회돌이는 수암에게 반말을 찍찍 날리고 있었다.
‘누가 누구 보고 무례하대.’
“이준호 너였냐? 월산도사가 보낸 사람이.”
둘이 아는 사이 인 듯 했다.
“한 때 제자였으면 화의정도는 받아줘도 되잖아?”
회돌이의 언성은 점점 높아졌다.
“누가 누구의 제자야? 난 월산의 제자가 아니라 기암 선생님의 제자라고. 그분은 지금 이생활 안하시는 걸 너도 모르지 않잖아. 나는 절대 월산의 화의를 받아들일 수가 없어. 그렇게 전해.”
“그래. 아직도 지 잘난 맛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전해주지.”
회돌이와 남돌이는 씩씩대며 돌아갔다.
‘지들이 무슨 용이라구 콧구멍에서 연기를 뿜고 난리래.’
수암을 보니 수암도 용됐다.
“무슨 일입니까? 월산이라면 월청도사 민영효의 손자 아닙니까?”
영민씨가 아는 척 했다.
“맞소.”
‘오, 좀 하는데. 용케 맞췄군.’
“그들과 아직 화해하지 않으셨군요,”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요. 이만 출발합시다. 시간이 늦었소.”
“숙희 언니 아직 안 왔는데요.”
보연이가 말했다.
그때 마침 숙희 언니가 들어왔다.
“아까 저 언니가 그 남자들이랑 같은 차를 타고 왔어요.”
모든 이에게 진실을 밝히고자 아주 크게 소리를 질렀다.
‘와하하. 희멀건 여자 이미지 손상의 직격탄이 되겠지. 좀 비겁하지만 꺼림직한 여자와 같이 수련 할 수는 없잖아.’
“어떻게 된 것이요? 그들과의 왕래를 끊는 조건으로 수련을 허락하지 않았소?”
수암은 숙희씨에게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물었다.
숙희씨는 나를 무섭게도 째려보았다.
‘째려 볼테면 째려봐라. 언니만 불리하지.’
“그게 아니오라 차만 얻어타고 온 것입니다. 오늘 이 쪽으로 올 일이 있다고 하여서.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더욱 조심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조심하시오.”
‘에개. 이게 뭐야? 원래 알고 있었나봐. 숙희 언니는 저 사람들과 어떤 관계일까? 오늘은 모르는 것 투성이네.’
이동은 차 두 대로 하기로 했고, 운전은 수암과 숙희 언니가 하기로 결정이 되었다. 그것은 둘은 같은 차에 탈 수 없다는 것을 뜻했다.
아까의 분위기를 보아 당분간 그런 일도 없겠지만 희멀건 여자가 수암의 눈빛에 빵 되는 꼴을 보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다 후련했다.
우리는 점점 서울에서 멀어져 갔다.
다행히 다른 이들은 모두 숙희 언니가 운전하는 차에 타고, 나만 수암의 차에 올랐다.
쌍둥이들도 수암의 차에 타고 싶어 했지만 아침의 일로 심기가 불편한 수암은 조용히 가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다.
수암은 진짜 오전의 일이 불편했는지 아무말도 없이 조용히 운전만 했다.
조용한 수암옆에서 재잘댈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나도 아까부터 조용히 창 밖 풍경만 바라보고 있을려고 했다.
하지만 궁금한 걸 어떻게 해.
“아까 그 사람들 누구야?”
수암은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너 월산이라고 알아?”
월산은 아까 처음 들은 이름인데.
“아니.”
몰라도 당당한 혜림이.
“그럼 월청도사는?”
“응. 월청은 알아. 우리 같은 점쟁이라기보다는 퇴마사에 가깝다고 하던데.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퇴마사니 알고 있지.”
간만에 아는 것 나왔다.
“그럼 월청이 쓰는 주술들이 흑술이라고 해서 영혼들을 좋은 곳으로 보내지 않고 소멸해 버린다는 것도 알고 있니?”
“영혼들이 그냥 사라진다고? 그건 처음 듣는데.”
“월청에게 아들이 있었어. 기암이라고. 그분이 내 스승님이야. 월산은 기암선생님의 아들이고.”
“그렇구나. 오빠가 기암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았다면 오빠도 흑술을 배웠어?”
“아니. 스승님은 흑술은 사용하지 않으셨어. 그래서 결국 월청에게 인정을 받지 못했지. 그분이 요즘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라. 월산이 그 뒤를 잇고 있는 거구.”
“음. 그런데 왜 오빠랑 월산이 사이가 좋지 않은 거야? 흑술 때문에?”
“자세한 건 나중에 알려줄게.”
“그래. 우리 음악 들을까?”
“그러자.”
꿍짝 꿍짝 신나는 음악이 나왔다.
나는 장난스럽게 홍홍 거렸고 차안은 아까와는 달리 흥겨운 분위기가 되었다.
밖으로 보이는 초록색 풍경이 서울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더욱 실감나게 하였다.
‘멀대가 있는 서울에서 멀어지는 구나.’
“무슨 생각해?”
수암이 물었다.
“오빠는?”
“너랑 단둘이 있어서 좋다는 생각.”
수암은 왜 닭살스러워 졌을까?
웃고 있는 수암을 보자 지방에 있는 며칠동안만이라도 수암에게 충실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며칠 동안 수암을 자세히 한 번 보자. 이모 말 듣고 너무 겁먹을 거 없어. 지금의 오빠는 이렇게 편한데.’
죄송해요. 어제 연재를 쉬어서 오늘은 두편이랍니다.
키위가 생각만큼 잘 풀려주지 않아서 잠시 고민 좀 하느라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할께요.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