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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의사 파업에 관해 의견 올립니다.

쓰니 |2020.08.14 09:57
조회 157 |추천 12

안녕하세요

저는 현직 소아과 의사로 오늘 있는 의사파업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자 글을 올립니다.

 

겉으로 보이는 현안은

 

의료 취약층의 접근성 제고를 위해 의사수를 늘리고자 함 > 의사들이 이를 반대하여 파업

 

이렇게 간단하지만 이면의 일들은 사실 간단하지 않아 여러한 이유로 의사들이 파업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파업에까지 나서게 된 이유가 어떻든 대다수의 국민들은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으로밖에 생각하지 않고, 정부도 이러한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의사집단과의 마찰시 으레 그래 왔듯이 밥그릇 싸움의 프레임에 가둬 놓고 강행하려는 모양새입니다.

 

의사들은 이러한 문제에서 항상 이를 부정하였고 이로 인해 전반적인 공감대를 얻기 어려웠다는 것이 제 생각이고 이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 하다 생각 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밥그릇 싸움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물론 의사들의 이익추구의 욕구가 이번 파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이것이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것 입니다.

 

저 나름대로 이번 파업의 이유에 대해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법안의 처리 과정의 문제

정책의 진행 속도가 너무 빠르고 독단적입니다. 당장에 내후년부터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합니다.

이러한 결정 과정 중 의사들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되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중요 현안에 맞물려 한약 첩약의 급여화, 의료 일원화 등의 중요한 문제들을 졸속 처리하려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들을 보면 거대여당의 힘을 등에 업고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어 보입니다. 정책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빠르게 목을 죄여오는 정책들의 속도전에 공포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밥그릇을 뺐더라도 속도는 어느 정도 조절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닙니까? 주식을 하며 매달 5프로를 1년간 60프로를 잃는 것과 하루아침에 60프로를 잃어버리는 것은 다르지 않습니까?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의료계와 대화를 하지 않고, 급진적으로 정책을 결정하여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식의 처리 절차로 인해 정부와 의료계가 날을 세우며 대립하게 되는 것에는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국민들의 불편에 대해 의료인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행위는 비겁하다고 생각합니다.

 

2. 의료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정책 방향

테트리스 게임 하듯이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일할 의사를 뽑으면 의료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일차원적이고 근시안적인 사고입니다.

 

의사만 채워진다고 의료공백이 메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보조 인력 및 인프라가 갖춰져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비교적 간단한 의료 서비스는 이미 공중보건의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를 의식했는지 새로 양성하는 의사들의 경우 의료원급으로 배정을 하겠다고 합니다. 현재 이러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병원이 없지 의사가 없지 않습니다.

 

제 얘기를 하자면 소아과도 정책에 포함되어 있는 필수 과중 하나인데, 정말로 일자리가 없습니다. 물론 의사로서 일자리는 있으나 소아과 의사로서의 일자리는 없습니다. 저는 현재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단기 알바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저보다 흉부외과같은 의사들의 고충은 더 심하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아실거라 생각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의료공백은 의사가 부족해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인프라 확충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또한 의사를 늘리면 불필요한 의료행위가 증가하게 됩니다. 의사들도 물론 돈 잘 벌고 싶어 합니다.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을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늘어난 공공의사들은 의무기간 10년을 채운 뒤 돈을 벌기 위해 의료소외지역을 떠날 것이며, 이러한 의사들은 저처럼 비인기과의 설움을 느끼며 돈이 되는 일에 뛰어들겁니다. 의료는 대표적인 공급이 수요가 창출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간단히 설명을 드리자면, 원래 100을 놓고 의사 두명이 50씩 나눠 가졌다면, 의사가 세명으로 늘게되면 33씩 나눠 가지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경쟁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세 명의 의사들은 40씩 나눠 가지게 되어 결국 20만큼의 불필요한 의료수요증가를 일으키게 됩니다. 의사들 각각의 파이를 10만큼 감소시켰다는 것에서 의의는 있겠습니다만, 저 늘어난 공급 및 수요는 필수의료부분이 아니기에 정책의 목표에 부합하지는 않습니다.

 

3. 의료인을 적폐로 모는 행태

코로나 시국에 방역을 위해 뛰어든 의료인들에게 덕분에챌린지같은 국민들의 호의적인 여론은 정말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영웅 한명에 기대기 보다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모두가 영웅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이러저러하게 욕을 많이 먹는 의사들이지만 의료계의 시스템은 의사들을, 의료인들을 위기상황에 도망가지 않고 나설 수 있는, 최소한의 직업의식은 가진 사람들로 만들어 내었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방역체계가 다른 나라들에 자랑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데에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로 다시 의사들은 적폐세력으로 몰리고, 정부 문구에서는 어느새 의료인 덕분에에서 의료인은 빠져있더군요. 단물만 빨아먹고 뱉어낸 상황에서 의사들의 상실감은 너무나 큽니다.

의사들도 자본주의 사회에 함께 살아가는 국민입니다.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나 최소한의 직업윤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사들을 돈에만 눈먼 자들로 호도하는 정부의 행태가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할 말은 많으나 줄여 적는다고 적었는데도 글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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