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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부모님의 이야기

쓰니 |2020.08.24 20:15
조회 806 |추천 2
* 글의 흐름상, 그리고 필력이 모자란 관계로 염치불구하고
건방지게 음슴체를 쓰겠습니다.

나는 서른살에 결혼해서 예쁜 아내와의 사이에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사랑스러운 딸을 키우고 있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자 사람임.
최근에 생긴 고민은 아니고 20년 정도된 가슴 속 깊숙히 박힌
문제를 얘기하려 하는데 서른 중반에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고
아내와 얘기하기엔 미안한 내용들이라 익명을 이용하여 이 곳에 쓰려고 함.
다른 것이 아니고 부모님과의 문제임.
이 문제는 내가 중학생이었던 1999년부터 지금까지 끝없이 나를 괴롭히는 문제임.
우리 부모님은 내가 중학생이 되자마자 이혼을 하셨고 그로 인해 나는 여동생과 단 둘이 살게되었음.

어려서부터 힘든 상황에 놓여서인지 나는 일찍 철이 들었고 학창시절에 좋은 친구들을 만난 덕분에 큰 문제없이 성인이 되었고 빨리 자리잡을 수 있었음.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인데
나는 대학 진학부터, 진로결정, 차량구매, 결혼 등 인생의 굵직한 이벤트부터 사소한 것들까지 부모님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같이 고민한 것이 하나도 없이, 도움을 받아본 적이 하나도 없음.
이게 나에게는 얼마나 아픈 일이냐면 어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나와 같은 나이의 누군가와 비교를 했을 때 정말 서럽다는 것임.
'다른 사람과 비교를 왜하냐, 자격지심 있냐?' 할 수도 있겠는데 나는 자존감이 누구보다 높은 사람임.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비교할 수 밖에 없음.

1. 부모님은 나에게 부모로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내 생각은 그게 아님.
일단 관심 자체가 없고 연락도 없음.
두 분이 이혼하신 사유는 논지에서 벗어난 것이라 밝히긴 그렇고 나는 두 분의 인생을 존중하여 이혼을 받아들였는데 이후
두 분에게 나와 내 동생은 자식이 아니라 먼 친척 정도라고 생각될 정도로 자식으로서 느끼는 소외감, 섭섭함은 엄청남.

2. 대학졸업 후 나는 일찍 직장을 갖게 되었고 동생 대학교 학비와 기숙사비, 어머니 차량 구매 지원, 아버지의 새 가족 모임에도
얼굴을 비추는 등 매우 헌식적으로 아들의 도리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이야..결혼할 때 정말 도와주는 거 1도 없었음.
상견례부터 웨딩촬영, 결혼식, 신혼여행, 신혼집 마련 내가
다했음.
결혼식 때 두 분을 혼주석에 모시는 것 가지고만 2년을 고민했을 정도니 말 다했지. 대신 상견례 때 합의한대로 축의금 들어온 거 내가 가져가겠다고 하니 끝까지 안주시려고 하심.

3. 결혼 후 집 문제
직장 때문에 전셋집을 얻어야 할 때가 있었는데 전셋집에 대한 경험이 없고 모르는게 많아서 몇 가지 여쭙고자 아버지에게 연락을 드렸음.
전세 얘기 나오자마자 한 달 동안 연락 끊김. 내가 전세에 대해 물어보려고 연락한 것이 전세금 마련해달라는 소리로 들렸나봄.
병원에 입원하시는 바람에 연락이 안됐다고 하시던데 핑계임.
어머니는 아버지 왜그러냐고 험담만 하심.
이번에 운좋게 청약에 당첨되어 신축 아파트를 계약하게
되었는데 아버지에게 말씀드렸더니 하신다는 말씀이
'직장 때문에 옮겨다닐 일이 많은데 왜 OO 지역이냐? 주변에
학교나 시설은 잘 갖춰져 있나? 동생 집하고는 거리가 얼마나
되나?' 이러시더라
나도 아버지지만 내 딸이 만약에 청약 당첨되서 계약을 앞두고
있다고 하면 잘했다, 고생했다라는 말이 먼저 나오고 같이 모델
하우스 가보고 그럴 거 같은데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
건가?
쓰다보니 또 울컥하네

4. 아내와 내 딸, 그리고 나에 대한 무관심
일단 어머니는 처음부터 내 아내를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심.
그래도 며느리가 임신하고 출산하고부터는 많이 바뀌셨었는데
지금은 그냥 연락 아예 안함. 고부 사이에서 내가 너무 힘들어서 그냥 연락 끊고 살자고함.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딸 사진도 보내고 우리 근황이
어떤지 자주 연락드리고 작년 아버지 생신 때는 좋은 곳에서
식사도 하고 좋은 옷도 선물해 드림. 근데 그게 끝임. 먼저 연락
하시는 일 전혀 없으시고 손녀사진 보내드리면 OO는 영어를
얼마나 잘하더라, 많이 컸더라 하면서 내 딸 얘기가 아닌
궁금하지도 않은 조카들 얘기만 하심.
이복 누나, 형님이 뭐 사줬다고 귀에 닳도록 얘기하심.
이외에도 우리가 멀리 떨어져 살게 된 5년 동안 두 분은 우리 집에 1~2회 방문하시고 잠깐 있다 가신게 끝임. 이것도 여행이나 일
때문에 지나가다 들리신거.
쓰다보니 눈물이 난다. 잠깐 눈물 좀 닦고..
2년 전 건강이 안 좋아서 응급실에 두 번이나 실려간 적이 있고 죽을 고비를 넘겼었는데 나중에 이 얘기를 했더니 남 얘기하듯
걱정하는 척만 하심.

쓰다보니 길어졌네.

살면서 위에 쓴 에피소드들 말고 얼마나 더 많은 문제가 있었겠냐만 더 쓰다가는 내가 너무 초라해질 거 같아 더 이상은 못 쓰겠다.

결론 -

나는 아내와 딸과 함께 여행 다니는 것을 정말 좋아함.
최근에 오랜기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부모님 모시고 같이 여행 온 내 또래들 보니 정말 부럽고 한없이 부러웠음.

나는 더 이상 부모님과의 관계 회복이 불가능할 거 같음.
부모님과 아무 문제없는 사람이 어딨겠냐만 다들 부모님에게 잘하길 바람.
옆에서 지금까지 나를 돌봐주시고 조언해주시고 결정적인 순간 도와주실 분이 있다는 것은 상당히 큰 힘임.
나는 나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이쯤에서 두 분과의 관계를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었음.
내가 원한 것은 금전적인 도움이 아니라
자식인 나와 내 가족에 대한 관심과 애정어린 마음이었음.
그런데 내 기대는 무참히 와르르 무너졌음.
아내에게도 그냥 나 고아라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신경쓰지 말고 맘 편히 살자 했음.
그리고 내가 부모님께 느낀 감정을 나중에 내 딸이 느끼지 않도록 더욱더 친구같은 아빠, 언제나 기댈 수 있는 아빠가 될 것임.

길어졌는데..

끝으로 장인어른, 장모님께.
내세울 것 하나 없는 못난 사위를 항상 최고라며 응원해주시고
아들처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분 덕에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고 있고 하나도 두려운 것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제 가정의 행복을 지키고 두 분에게 효도하며 살겠습니다. 오래오래 지켜봐주세요.
추천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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