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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미워하는 이들에게

ㅇㅇ |2020.09.03 12:44
조회 36,356 |추천 223

나는 아빠가 참 만족스럽지 않았다
별다른 주사도 없으셨고 나와 언니를 탄압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자식들에게는 참 잘해주시던 아빠였다

엄마와는 빈번한 다툼이 있었고
거의 대부분 그시절 남자들답게 공감능력없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 내로남불 성격탓에 자주 싸우셨다


그때의 내가보기엔 모든 싸움이 아빠의 잘못이라 생각했고
신세대인 내가 보기에 저 희한한 성격을 맞추고 산 엄마가 대단해보였고 미련해보였다


그렇게 성인이 될수록 아빠에 대한 거부감도 커져갔고
좀 독특한 사고방식에 남의 기분에 공감하지 못한 성격을 가진 아빠는 내 인생에서. 관심사에서 조금씩.. 멀어져갔다

아버지의 사업이 우리 네식구 먹고살기엔 괜찮았기에
이미 결혼을 한 언니를 대신해 내가 아빠의 사업을 배우게 되었고
체계가 잡히지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해온 아빠를 보며 속으로 한심하다생각했다

일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아 괜히 거래처에서 욕을 먹을땐 정말이지 미워서 며칠씩이고 말도 붙이지않았다
같은 사무실에 있으며 다이어트를 이유로 같이 점심한번 먹은적 없었다


그렇게 나에겐 항상 불만일거같던 아빠가
며칠전 암투병끝에 돌아가셨다
장례까지 모두 마치고 며칠이 지났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기억난다
얼마 안남았다는 의사의 소견
조금씩 흐려지는 아빠의 기억과 무섭기만했던 섬망증세
그렇게 아빠의 기억은 우리를 잊어버린듯해 눈물이 마를날 없었고 결국 아빠의 육신조차 우리를 떠났다

아직은 아빠의 몸이 이렇게 따듯한데
심박측정기는 빨간색 일직선만 나오고 있었다
모든것이 일직선으로 달리고 있었고 아빠는 조금씩 조금씩 식어갔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았던 상주로써의 자리지킴과
화장터에서 본 아빠의 새하얀뼈
아빠의 몸을 구성하고 있던 모든것을 태워버리고 남은
아주 하앴던뼈는 곱게 빻아 유골함에 담겼다

현충원에 묻히셨으며
현재 일주일이 지났다


오랫동안 아프셨고 그리큰 애정이 있다 생각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많이 아프다
살갑지 않았던 장면들이 떠오를때면 참 먹먹해진다

시간은 흐를테고
나 역시 무뎌지고 익숙해지겠지

미운 아빠라도 그 존재 자체가 든든한 버팀목 이었다는걸..잃고난 후에야 깨닫는다



그곳에선 언제나 웃는날만 있기를
그리고 후에 다시 만나길








추천수223
반대수70
베플ㅇㅇ|2020.09.04 21:40
이글은 가정폭렴범이나 파렴치한 아버지를 둔 자식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글이니 불편하면 패스하세요. 그분들은 연을끊든 돌아가셔도 눈물한방울 안흘리든 알아서 하세요 원글님같은 비슷한 환경의 아버지들..일만하느라 가정을 챙기지는 못했으나 뒤에서 든든히 지켜준 아버지들을 둔 자식들에게 해당. 댓글보다보니 생각보다 상식밖의 아버지들 많은거같아서 놀라움
베플IIiiiIiiiI...|2020.09.04 18:24
미운아빠라도 존재만으로 든든하다는말.. 너무 공감되서 눈물이 나네요.
베플ㅇㅇ|2020.09.04 20:29
제목 참 꼰대같네. 나도 아빠란 사람 죽었어. 십년도 넘었어. 백수에 알콜중독에 술마시고 혼자 ㅈㄹ하다가 가족들 패는게 일인 인간이었지.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그 인간이 죽어서 다행이란 생각을 안해본 적이 없어. 니 아빠가 정상적인 아빠였음에 감사하고 너나 제대로해. 남들한테 꼰대질할 생각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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