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첫 영화는 ‘타이타닉’이었다. 고3 수능 끝나고 학교에서 보여줬는데, 안 봤다. 그때까지 난 영화란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에 입학 후 봤다. 대작이었다. 스케일이 컸고, 디카프리오가 멋지게 나왔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관한 내용이기도 한 것 같다. 음유 시인이 노래하는 사랑 말이다. 그 다음 영화가 내가 한국 영화중에 인정하는 ‘살인의 추억’이다. 뭐 봉테일로 불릴 정도로, 매 장면이 웰 메이드였다. 게다가 송강호의 연기는 신들렸다. 이건 극장에 가서 일부러 3번 정도 볼 정도로, 당시에 크게 빠져 있던, 내 마음을 신나게 했던 영화였다. ‘양들의 침묵’을 빠트릴 수 없다. 아카데미 주요 4개 부분 수상작. 안토니 홉킨스와 조디 포스터의 연기는 단연 최고였고, 흡인력이 대단한 영화였다. 그 후에 이어지는 시리즈도 미스테리하면서도 몰입도가 높았다. 그 시대의 획을 그은 영화다. 다음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다. 조제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캐릭터다. 조제 연기도 뛰어나다. ‘누구?’ 할 때의 그 시큰둥함은 과히 최고였다. 많이들 사랑에 대한 영화라고 보는 것 같던데, 나는 캐릭터에 빠져들었다. 조제는 최고의 캐릭터 중 한 명이다. 우연히 만나게 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시절의 아픔을 내게 느끼게 해 주었다. 인간사에 별의 별 일이 다 일어나건만, 당시의 내겐 배신의 쓰라림이 너무 컸다. 그때 인사동 허리우드 극장에서 보고 미쳐 뒤지는 줄 알았다. 내 이야기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역 배우들이 매력 있었고, 나중에 보니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최고였다. 이 외에도 인상 깊게 본 영화는 무수하다. 다만, 이 글에서는 10편 정도로 압축해 소개한다. 다음이 테마 영화다. 즉 내 관심사인 가족 영화다. 첫 편이 ‘원더’다. 원작 소설로도 유명하다. 이 아이는 얼굴이 괴상하게 생겼다. 그래서 어렸을 적부터 사람들이 없는 세상을 꿈꿨다. 그곳에서는 아무도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을 테니까. 이 아이는 우주인의 헬멧을 쓰고 밖을 다녔다. 가족을 웃게 만드는 아버지가 있었고, 따뜻하고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 누구보다도 친구가 되어주는 누나가 있었다. 이 영화는 그렇게 화목한 가족의 원형을 내게 보여주었다. 둘째가 일본영화 ‘어느 가족’이다. 2년 전 칸 영화제 대상 작품이다. 이들은 진짜 가족이 아니었지만, 진짜보다 더 진정성이 있고 끈끈했다. 정이 많은 가족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이다. 끈끈한 가족의 원형을 보고 싶다면 이 영화 강추한다. 감독은 이 영화로 자신의 필모그라피에서 절정을 찍었다고 본다. 셋째는 독일영화 ‘토니 에드만’이다. 여성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함께 했는데, 여성이 아니었으면 감지하지 못했을 세심함과 독특한 유머 방식이 매우 맘에 들었다. 난 이 영화를 보면 우리 아버지가 연상이 돼, 무척 맘이 아프면서도 찡하기도 한데, 결국에는 유쾌함으로 마무리된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영화다. 넷째는 작년 베니스 영화제 상을 받은 ‘로마’다. 유명한 감독의 영화다. 이 영화는 보자마다 나의 어머니가 연상이 됐다. 그래서 무척 몰입해서 본 기억이 있다. 흑백으로 처리해 보는 이의 감성을 매우 건드렸다. 난 숨죽이며 영상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가히, 영상미와 조용한 서사는 최고였다. 난 나의 부모님을 떠올리게 해 주어, 이 두 영화를 매우 좋아한다. 다섯째는 몇 주 전에 본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다. 이 감독 영화를 만들 줄 안다. 진짜 영화감독 같은 사람이다. 이 영화는 가족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슬픔을 함께 다루고 있다. 일어나지 않아도 될 일이, 사소한 이유로 끊임없이 일어나는 영화인데, 그 이야기가 맘에 든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 가족에 대해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10편이 내 인생 최고의 영화들이다. 그리고 한 달 전에 우연히 본 켄 로치 감독의 ‘미안해요, 리키’가 거장 특유의 연출력이 발휘되며 인상 깊었다. 또한 작년에 우연히 만난 그리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기괴함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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