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으로 한 순간에 8000만원의 피해, 나에게 일어날 거라곤 상상도 못했던 일(1)
Ohrora
|2020.09.15 22:21
조회 2,209 |추천 4
지금부터 쓰는 이야기는 모두 본인이 겪은 실제 이야기이며,
현재 진행중이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다시금 회상하며 글을 쓸 정도로 괜찮아졌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주 괜찮지는 않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하루하루 억울함과 자책감으로 살아가기에는
내가 힘들어할 날보다
앞으로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가야 할 날이 많기 때문이다.
언니가 위로 해줬듯
이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마지막 시련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더 강하게 먹고 살아갈 것이다.
나와 같은 피해를 받은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하고,
또 더 이상 나와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나에게 일어난 일들을 써내려가 본다.
요약 하자면
검찰사칭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2박 3일동안 명동의 한 호텔에서 지내며
2년간 피땀 흘리며 모아온 3800만원의 돈과
그들이 시켜 2,3차 금융권에서 받은 4000만원의 대출금액을
현금으로 인출하여 금융감독원에서 일한다고 칭한 사람에게
3번에 걸쳐 약 7800만원의 현금을 대면 전달.
호텔에서 나온 저녁,
남자친구에게 2박 3일간 혼자 지내온 일들을 모두 말하고
곧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다음 날 바로 경찰서가서 이 모든 일들에 대해 진술,
현재 수사 중에 있다.
경찰이 말하기를
현금으로 전달한 돈은 찾기 어려우며,
중간에 돈을 건내 받은 전달책들도
알바몬 같은데서 고액 알바를 보고 하는 사람이 많다며.
돈을 돌려 받기는 어렵다라는 말만 전해들었다.
매 달 불어나는 통장 잔고를 보며 뿌듯해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갈 보금자리를 마련할 생각과
우리 남매 키우느라 고생한 부모님에게
큰 용돈 드려야지 하고 행복해했었는데,
지금 다시 0, 아니 빚부터 갚아 나가려니 마음이 참 씁쓸하고 허무하다.
그래도 죽지 않고 살아있어서, 살아갈 수 있어서,
또 나를 사랑해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곁에 많아서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고.
더 열심히 살아가야지 하는 생각들도 든다.
...
..
.
** 아래에 나온 인물이름과 사건들은 모두 그들이 만들어 낸 허구이오니 참고바랍니다.
9월 1일 오전 열시경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오후 출근 전 까지 늦잠을 부리고 있는데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잠에서 허우적 거리면서 본 핸드폰 화면에 비춘 모르는 번호.
나에게 먼저 본인 확인을 한 후 자기 소개를 하였다.
전화를 건 사람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융기업 범죄 전담부 서재권 수사관 이라고 소개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찰, 금융감독원 소개를 하면서 전화를 걸어오면 전화를 바로 끊도록..)
그러면서 곧 묻기를
올해 1월 30일경 광명 철산동?에 간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남자친구와 함께 광명 이케아를 간 적이 있기에,
그 곳이 철산동인지는 모르겠지만 광명에 간적이 있다고 했다.
그랬더니, 1월 30일경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서
본인 명의로 불법 통장이 대거 만들어졌고,
내 명의로 중고나라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나를 고소하였으며,
현재 나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에 임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곧 강만호라는 사람을 아느냐고 물어본다.
모른다고 대답하였더니,
현재 불법 통장과 명의 도용을 일으킨 인물로 강만호라는 사람을 구속 중에 있다.
그 사람을 조사하는 과정 중
내 명의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대거 발생했고
여기서 내가 피해자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 한다면
나 또한 구속 될 예정이라고.
그 강만호라는 사람을 정말 모르냐,
관계가 없는 사람이냐 라고 재차 물어보았다.
그렇다, 라고 대답하였더니
나에게 앞으로 본인도 피해자라는 것을 입증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곧 전화너머로 그 강만호라는 일당과 그 사건에 대해 아주 자세히 알려주었다.
단 조금의 의심할 겨를도 없이 아주 치밀하고 정교하게 말이다.
경기도 광주 출신의 38세 강만호라는 사람이
국제금융사기사건, 불법자금은닉, 전자금융거래법위반 등으로
구속 되었으며현재 약 80억원정도의 피해금이 추정되고
나와 같은 피해(명의도용, 불법대포통장 등)를 입은 사람이 200~300명, 특히 남자가 많다고 한다.
이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2, 3차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또 다른 불법대출과 무단현금화, 무단입출금 등이
발생할 수 있어서 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했다.
마치 본인은 아주 정의로운 듯, 그러면서 나를 교묘하게 속여 나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조금의 오차도 없이 검찰청 행세를 해댔으며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권력과 권위 그리고 정의가 묻어났기에 나를 그 상황에 더 푹 빠지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역겨운 목소리지만 말이다.
처음에 전화를 나에게 걸어온 사람은 서재권 수사관이라는 사람.
그리고 검사라며 바꿔준 사람은 김재혁 검사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두 가지 문서를 카카오톡으로 보내주었다.
하나는 구속영장, 하나는 사건공문.
사건공문을 보는데 마음이 쿵- 하며 심장이 빨리뛰기 시작했다.
이때 들었던 생각은 얼른 나도 피해자라는 걸 입증해야지,
라는 생각뿐.
사건공문을 보내주면서 하는 말이
조사에는 구속조사와 금융감독원출입조사 두 가지가 있다.
구속조사는 기록이 남으며,
금융감독원출입조사는 기록이 남지 않는다.
구속조사는 구속영장을 받고 구치소에 가고 또 범인신상명부에 올라가는데 일명 빨간줄이 생긴다는 것.
금융감독원출입조사는 기록이 남지 않지만,
위증 시 추가 가증처벌이 생긴다는 것.
여기서 나는 구속조사를 하지 않고
금융감독원출입조사를 시행하겠다며
하지만 위증 시 추가 가증처벌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협박아닌 협박을 했다.
그러면서 또 나에게 몇가지를 물어본다.
지갑을 잃어버린 적이 있느냐,
평소 개인정보 관리를 어떻게하냐,
공인인증서 관리를 어떻게 하냐, 등등 말이다.
마치 본인들은 정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들처럼 질문들을 던졌다.
그리고 나에게 보유하고 있는 통장이 어디 은행인지 전부 조사를 했다.
계좌번호는 말하지 않고 은행 이름과 함께 입출금 계좌 몇개, 적금계좌 몇개.. 이런 식으로 말이다.
다 말하고 나니 이게 전부가 맞냐, 확실하냐, 위증 시 추가 처벌이 있을 수 있다며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전화 중간에 집에 누가 있느냐고도 물어보았다.
잠에서 일어난지라 집에 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혼자 있는 것 같다, 라고 했더니.
이 사건은 특급안건으로 언론, 인터넷 상에 노출되지 않은 보안이 중요한 사건으로 제 3자에게 누설되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 말을 듣고 나서부터는 나는 혼자가 되었고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었다.
혼자서 이 일을 풀어 나가야겠구나, 얼른 피해자를 입증시켜야겠구나 라는 마음 뿐이었다.
김재혁 검사라는 사람은
금일 나는 피해자 입증 조사에 임해야되기 때문에
회사에 연락하라고 했다.
예를 들면 가족 사고가 있었다, 상이 났다.. 등 말 하고
공가를 내라고 했으며 조사가 다 끝나면
검찰청에서 회사쪽으로 다 연락 후 처리를 시켜준다며
나를 안심시키려고 했다.
그래서 결국, 가족 중 누가 사고가 났다는 말도 안되는 거짓말로 출근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제 3자가 없는 안전한 곳에서 조사를 진행해야한다고 했으며 주소를 보내주었는데 바로 명동역.
그들은 내가 일어나서 택시를 타기 전까지 나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었으며, 필요한 물건으로 이어폰, 충전기 내가 그들과 통화하며 메모한 것들을 모두 챙기라고 말했다.
그리고선 내가 나가기 전까지 준비하는 시간 동안
단 한순간도 전화를 끊지 못하게 만들었다.
내가 다른 사람이랑 연락할 틈을 전혀 주지 않았다.
나갈 채비를 다 한 후 나에게
이제부터 ‘10분마다’ 보고를 하라고 시켰고
전화를 받을 때 밖에서는 ‘ooo입니다.’(ooo은 본인 이름),
제 3자가 없을 땐 ‘조사자 ooo입니다.’ 라고 말하도록 했다.
나는 이것을 그대로 해나갔다.
곧 택시를 불러 명동역을 향했다.
택시를 타자마자 택시기사님 사진과 내 사진한장,
또 명동역까지는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보고
그에게 카톡으로 보고했다.
그럼 수화기 넘어로 그 김재혁 검사가 말을 한다.
통화음질 상태를 위해 기침을 하라고 시킨다.
나는 그렇게 헛기침을 한다.
명동역으로 가는 길은
검찰청 그리고 나의 직장이 스쳐 지나가는 길 이었다.
참 바보스럽게도 들었던 생각은
저기에 김재혁 검사님이 있겠구나,
내 직장을 보며 출근하고싶다,
빨리 해결하고 싶다,
믿겨지지 않지만 얼른 해결해야겠다, 는 생각들.
앞으로 나에게 일어난 일들은 꿈도 꾸지 못한 채
난 제발로 호랑이 굴로 가고 있는 중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