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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시 • 구절들 ˃̵͈̑ᴗ˂̵͈̑

ㅇㅇ |2020.10.17 15:50
조회 5,934 |추천 20

# 11월과 12월 사이를 좋아합니다.
이 말은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삿포로에 갈까요.
멍을 덮으려, 열을 덮으려 삿포로에 가서 쏟아지는 눈밭을 보며 술을 마실까요. 술을 마시러 갈 땐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스키를 타고 이동하는 거에요.
전나무에서 떨어지는 눈폭탄도 맞으면서요.
하루에 일미터씩 눈이 내리고 천일동안 천미터의 눈이 쌓여도 우리는 가만히 부둥켜 안고 있을까요.
미끄러지는거에요.
눈이 내리는 날에만 바깥으로 나가요.
하고 싶은 것들을 묶어두면 안되겠죠.
서로가 서로에 대해 절망한 것을 사과할 일도 없으며, 세상 모두가 흰색이니 의심도 서로 없겠죠.
우리가 선명해지기 위해서라기 보단 모호해지기 위해서라도 삿포로는 딱이네요.
당신의 많은 부분들, 한숨을 내쉬지 않고는 열거할 수 없는 당신의 소중한 부분들까지도.
당신은 단 하나인데, 나는 여렷이어서 당신은 죄가 없고 나는 죄가 여럿인 것 까지도 눈속에 단단히 파묻고 오겠습니다.

삿포로에 갈까요.
이 말은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세상이 아름답다는 걸 알기 위해선, 높은 곳일수록 좋다. 세상 그 어떤 시간보다도,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시간이 좋다. 사랑하기에는 조금 가난한 것이 낫고 사랑하기에는 오늘이 다 가기 전이 좋다.

#고로 당신이 좋다, 라는 말은 당신이 무슨 색인지 알고 싶다는 말이며 그 색깔을 나에게 조금이나마 나눠달라는 말이다. 그 색에 섞이겠다는 말이다.


#당신이 마음에 든다. 내가 누군가를 마음에 들어한다는 것은 푸른 바다 밑, 심연 속으로 당신을 끌어내리고 싶어한다는 것. 그러면 당신은 눈을 뜨고 나를 보는지 아니면 두려움에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눈을 감고 마는지 실험하고 싶은 것.
그러니까 다시 말해 고속도로에서 속력을 내며 옆자리에 앉은 당신에게 키스하고자 했을 때 당신이 나를 따라 눈을 감는지 아니면 두려워 정면을 보고 있는지 알고 싶은 거다.

# 이제 그 기억은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닌 때가 되었다 해도 난 그 기억만으로 가끔 힘이 난다. 나는 이 세계가 당신과 나로 가득 차 있다고 믿었으며 적어도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믿었으니.

#그만두겠다고 하는 순간부터 멀어져도, 헤어져도, 보이지 않아도 사랑은 여전히 사랑이지 않은가. 사랑이어서 일어난 그 많은 일들을 단번에 지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이병률,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중

-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 올린 것은
수만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나희덕, 푸른 밤

-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문정희, 한계령을 위한 연가 중

-

만지지 말아요
이건 나의 슬픔이에요
오랫동안 숨죽여 울며
황금시간을 으깨 만든
이건 오직 나만의 것이에요

시리도록 눈부신 광채
아무도 모르는 짐짓 별과도 같은
이 영롱한 슬픔 곁으로
그 누구도 다가서지 말아요

나는 이미 깊은 슬픔에 길들어
이제 그 없이는
그래요
나는 보석도 무엇도 아니에요

/문정희, 보석의 노래

-

당신을 기어이 사랑해서 깊은 밤
당신의 사이로 별이 오가는 것을 풍경보듯 보는 밤
당신의 장편소설을 훔쳤으나 사랑한다는 고백은 찢겨 있고 나는 결국 버려진 구절이 되는 밤

당신은 새벽보다 5분 빠르고 눈물보다 많으나 바다보단 적고, 당신은 사전에 실리지 않은 그리움
당신과 내가 하나되는 문장을 위해서
내 모든 생애를 바쳐 시를 쓰는 밤
당신을 기어이 사랑해서 오늘도 밤이 깊다

/서덕준, 당신을 기어이 사랑해서 오늘도 밤이 깊다

-

나의 여름이 모든 색을 잃고 흑백이 되어도 좋습니다
내가 세상의 꽃들과 들풀, 숲의 색을 모두 훔쳐올 테니
전부 그대의 것 하십시오 
그러니 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

/서덕준, 도둑이 든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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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밤을 헤엄치는 꿈을 꿨어

우리는 누구도 발 딛지 않은 섬에 가 닿았어
하늘에는 파도가 치고
아무도 이름 지어 주지 않은 별의 군락이 있었지

이름 없는 물고기 떼가 수면 근처를
은하수처럼 헤엄칠 때, 네가 그곳을 가리켰어
나는 쳐다볼 수 없었지

너무 낭만적인 것을 너와 함께 하면
벼락처럼 너를 사랑해 버릴까 봐

네가 나를 보고 등대처럼 웃었어
잠시 눈이 멀었던 것은 비밀로 할게

네가 무슨 말을 꺼낼때
고래의 울음이 머리 위를 지나갔어
너는 내게 불멸처럼 사랑한다 했을까

누구도 믿지 않은 허구의 전설이 너라면
나는 질긴 목숨처럼 믿기로 했어

/서덕준, 밤의 유영

-

내 생을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생을 사랑할 수 없음을 늦게 알았습니다

/김선우, 낙화 첫사랑 중

-

눈물방울 같은 점점들 이제는 벼 끝으로 올라가 수정방울로 맺힌다. 세상에 허투른 것은 하나 없다
•••
길은 어디서나 열리고 사람은 또 스스로 길이다

/고재종, 들길에서 마을로 중

-

오늘은 웬일인지
네 생각이 나지 않았다며
우습게도 네 생각을 했다

/나선미, 오늘도

-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
​나는 이제 너 없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나태주, 내가 너를

-

나는 꽃이기를 바랐다.
그대가 조용히 걸어와 그대 손으로 나를 붙잡아
그대의 것으로 만들기를.

/헤르만 헤세, 연가

-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누구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중

-

그날 눈사람은 텅 빈 욕조에 누워있었다

뜨거운 물을 틀기 전에 그는 더 살아야 하는 지 말아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자살의 이유가 될 수는 없었으며 죽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사는 이유 또한 될 수 없었다
죽어야 할 이유도 없었고 더 살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텅 빈 욕조에 혼자 누워 있을 때
뜨거운 물과 찬물 중에서 어떤 물을 틀어야 하는 것일까
눈사람은 그 결과는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뜨거운 물에는 빨리 녹고 찬물에는 좀 천천히 녹겠지만 녹아 사라진다는 점에서는 다를게 없었다

나는 따뜻한 물에 녹고 싶다
오랫동안 너무 춥게만 살지 않았는가
눈사람은 온수를 틀고 자신의 몸이 점점 녹아 물이 되는 것을 지켜보다 잠이 들었다
욕조에서는 무럭무럭 김이 피어올랐다

/최승호, 눈사람 자살사건

-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중

-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중

-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황인찬, 무화과 숲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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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물었다. 이제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듯 묻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다.
작업 내용을 저장하거나, 저장하지 않거나.
그때, 그녀에겐 선택의 여지가 그리 많지 않았다.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거나.

/이혜경, 한갓되이 풀잎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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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꽃들이 시든다고 해도
모든 진리가 인생의 덧없음을 속삭인다 해도
나는 말하고 싶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절없이, 어찌할 수 없이

/함성호, 낙화유수 중

-

어느 순간 햇빛이 강렬히 눈에 들어오는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잠시 눈이 멀게 되는 것이다.
내 사랑도 그렇게 왔다.

/이정하, 나비지뢰 중

-

너는 비가 좋다고 말했어
하지만 우산을 폈지.
​너는 햇빛을 사랑한다 말했어
하지만 그늘을 찾았지.
​너는 바람을 사랑한다 말했어
하지만 창문을 닫았지.

이게 내가 두려운 이유야
넌 나도 사랑한다고 했잖아.

​/Qyazzirah Syeikh Arif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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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고 돌아온 날 밤
잠자리에 들어도 몸이 파도에 출렁이는 느낌
한낮의 해변에 드러누워 눈을 감아도
태양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
그런 식으로 너는 늘 내 안에 있었다

/에쿠니 가오리, 선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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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운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즐거운 편지, 황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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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간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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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마치 신이 내게 내려 준 선물같아
신한테 따지고 덤비다가도
신이 널 가리키며
"나쁜 것도 많이 만들었지만 얘도 만들었지
라고 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거지

/우디 앨런, 맨하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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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들은 꽃무더기로 맞는 것처럼 아팠었다.
단 하루도 꽃앓이를 하지 않는 날이 없었을 정도로몸과 마음에서는 꽃잎 부서지는 냄새가 진동했다.
그런 병이라면 영원히 앓고 싶었다.

/이세벽, 사랑 그리고 꽃들의 자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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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정원으로 오라.
이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잘랄루딘 루미, 봄의 정원으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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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김남조, 편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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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별을 잉태하려면 반드시 스스로 내면에 혼돈을 지녀야 한다

/니체


판에 올라온 시 • 구절 • 글귀들 찾아봤는데 역시 유명한 것들이라 그런가 겹치는 게 많더라 그래도 한 번씩 봐줘!! 그리고 너네도 제일 좋아하는 구절 하나씩 쓰고 가줘~~

추천수20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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