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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쓰는 편지일거야

너에게 |2020.10.17 19:35
조회 1,143 |추천 3

서로가 가장 아름다웠을 20살의 너와, 21살의 나.

17년도의 봄의 시작에서 나는 너와 만나게 되었어.


선배들의 손에 끌려서 엠티에 간 나는, 동기들과 놀면서 거기서 처음 너를 만났어. 

갑자기 자취방에 처들어와서 내 머리에 꽃을 꽂아주었던 너. 

그렇게 썸아닌 썸이 시작되었지.


우리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영화보던 날 기억해??

너에게 영화를 보자고 말한 후에 알았다고 했을 때의 그 따뜻한 설렘이 아직도 기억나. 

영화보다는 영화에 집중하는 너의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즐거워서 사실 영화의 내용은 아직까지도 잘모르겠어.

다시 그 영화를 볼까 했지만, 그 때의 그 설렘이 다시 떠오를까봐 너무나 무서워서 겁이나.


자동차쪽으로 걸으며 "책에서 읽었던 거야. 해보고 싶었어" 하고 실없이 웃었던 나를 보며 너도 같이 웃었던 그 때, 나는 확신했어.


나는 정말로 너를 좋아하는구나.


너에게 너무나 고백하고 싶었지만, 지금 우리의 관계까지 부숴질 것 같아서 고백조차도 못하고 있던 나에게

"그럼 내 남자친구 하던가"  라고 해줬던 너.

"고백은 내가 했으니 나중에 프러포즈는 너가 해" 라며 나보다 용기가 많았던 너.


왜 나는 먼저 용기를 내지 못했는가 아직까지도 너무나 후회로 남는다.


너는 항상 부족함 없이 나에게 모든 것을 표현해줬어. 

밤마다 너에게 긴 장문의 카톡이 있었고, 나는 덕분에 매일매일 잠에드는게 너무나 기대되었어. 

너의 넘치는 표현들과 행동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웠어. 

잠결의 내 목소리가 듣기 좋다며 새벽에 전화를 걸어서 일부러 잠결인척 전화를 받았던 적도 있어. 

처음으로 학교가 아닌, 너의 동네에 가서 너를 만났을 때, 카페에서 너의 얼굴만 봐도 좋았던 나에게 너는 하나라도 더 해주기 위해서 나에게 이것저것 물었었지.


크게 다쳐서 금방 나오긴 했지만 나의 군생활동안 너의 사진과 반지가 너무나 큰 힘이 되었어. 금방 널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아픈것도 몰랐어.

그리고 1년이라는 시간동안 너가 외국으로 유학을 떠난 동안, 말은 안했지만 너무나 힘들었어. 너가 적응하느라 바쁘고 힘들거라고 그래서 연락이 뜸한거라고 나혼자 위로하면서 버텨왔어.


매일매일은 아니지만 영상통화로 같이 시덥잖은 농담과, 과제를 하고, 방을 치우는 너의 모습을 보고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연락이 되는 1년도 이렇게나 힘든데, 연락도 못하는 나의 군생활동안 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너가 경험하지 못해서 다행이다.


첫인상과는 다르게 남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해결해주려는 자상한 모습에 반했다는 너.

차갑고 까칠하여 무뚝뚝한 나의 눈이 무섭다고 했던 너는, 이제 나의 눈이 가장 이쁘다고 해주었고

애교따위 전혀 없던 나는 너와 만나서 내가 먼저 애교를 부릴 정도로 변했고

특이하게 날카롭고 매우 길었던 내 송곳니들은 나에게 약점이였지만, 너는 강아지같다며 좋아해줬어.

사진찍는걸 극도로 싫어했던 나는 너를 만나, 내가 먼저 사진을 찍어 너에게 보내게 되었으며

떡볶이와 만두를 좋이했던 너를 만나, 매운 것을 전혀 먹지 못했던 나는 떡볶이를 좋아하게 되었고, 아직까지도 만두만 보면 제일 먼저 너 생각이나서 웃음부터 나.


너는 나를 가장 완벽하고 철저하게 바꿔버렸어. 


1200일이 넘는 우리의 연애기간이 끝나고 어느덧 우리가 이별한지 두 달이야.

그동안 널 잊으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어.

변하고 싶어서 처음으로 미용실에서 펌도 했고, 오늘은 친구와 차안에서 노래부르면서 소리지르고 시내도 한 바퀴 돌고왔어. 


이별노래만 들었던 나에게 우리가 헤어진 것도 아닌데 왜 이런걸 듣냐면서 뭐라 했던 너.

헤어진 지금에서야 다른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되었어. 


같이 놀러다니면서 찍었던 사진들과 동영상들, 그리고 사진앨범들과 내가 정말로 좋아했던 너의 편지들, 너의 노트장, 커플 물건 등등..

끝까지 안지우다가 며칠 전에 지웠어. 

하나하나 지우고 치울때마다 혼자 울음을 참으며 버텼어. 

공항철도를 타면 너의 동네에 가던 그 설렘이 떠오를까봐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



그런데. 오늘 나의 팔베개를 하고 자고있는 너의 꿈을 꿨어. 

잊으려고 정말 노력했었는데, 꿈 한번에 너와 함께했던 모든 것들이 어제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나

그래도...구제할 수도 없을 정도로 바보였던 나에게 너는 너무나 빛나는 사람이니까. 이제는 널 놓아야하겠지. 다시 널 잊으려 노력해야겠지.


sns를 전혀 하지않는 너가 이 글을 보는 일은 없을거야.  

그래서 너에게 할 수 없는 말을 마지막으로 해보려고. 

이정도 어리광은 이해해줄 수 있지?

내 20대 초반을 너와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해. 너라는 여자를 만날 수 있었던 건 축복일거야. 


너의 앞날에 좋은일만 가득하면 좋겠다.  정말 사랑한다.

추천수3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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