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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환자 남편, 어떡해야할지 모르겠어요

ㅇㅇ |2020.10.26 11:02
조회 215,349 |추천 1,857

안녕하세요. 어떻게 글을 써나가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네이트판에 정말 수 년만에 들어와보는거라 이용자도 많이 변했고 커뮤니티의 분위기도 많이 변했겠지만 양해 부탁드려요.

저희 부부는 결혼한지 5년차인 30대 초중반이에요. 아이는 두 번 유산 후에 그냥 노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살기로 했어요. 연애 기간까지 합하면 10년을 넘게 사랑한 사람이고, 살면서 싸운 적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남편은 저보다 두 살 많은데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얼굴은 제 눈에 잘생겼음 됐고 아가씨 때부터 투정 부리면 다 받아주고, 그저 제가 이쁘다며 허허 웃고, 친구들끼리도 욕 한 번 안 하고 뭘해도 열심히 하는 똑소리 나는 청년이었어요. 정말 열심히 살고 술담배 한 적 한번도 없는데 작년 봄에 간암 2기 진단을 받았어요.

그 날 날씨, 시간, 입었던 옷 다 기억이 나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둘 다 실감이 안 나서 한 시간 가까이 멍하니 있었어요. 그리고 치료를 시작하고 저도 공부를 참 많이 했는데 그래도 희망이 있었어요. 젊으니까,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했으니까, 골고루 잘 먹으니까 금방 나을거야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남편 치료에 전념했어요. 그런데 사람이 눈에 띄게 말라가고, 피부는 새카맣게 타고.. 그래도 꼭 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올해 임상까지 했는데 폐로 전이가 되고 상태가 너무 심각해져서 병원에선 지금은 더이상 전이가 안되게 하는게 최선이라고 하고.. 남편이 이혼하자고 했어요. 근데 여기서 헤어지면 이 사람이 진짜 잘못될 것 같고 제가 폐인이 될 것 같아 거절했고 그 날이 저희가 처음 소리 지르면서 싸운 날이에요. 싸웠다기 보단 서로 속상함이 터진 거죠.
시부모님은 지금 상황이 이러니 저희 집에 돈 대주시고 친정에도 뭐든 다 챙겨주세요. 며칠 전엔 저희 집 오셔서 어머님 아버님이 우시면서 저보고 지금 갈라서도 너 원망 안 할테니까 니 인생 살으라고 하셨는데 그 날 처음으로 시부모님 껴안고 엉엉 소리내면서 울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자기가 제일 힘들 텐데도 진짜 짜증 한 번 안 내고 미안하다 고맙다 이래서 더 너무 안타깝고 하늘이 원망스러워요. 정말 자다가도 남편이 떠나버릴까봐 일어나서 숨쉬나 확인하고 기침 한 번만 해도 가슴이 철렁해요. 진짜로 남편이 잘못되면 전 못 살 것 같아요. 사실 전 여태까지 남편이 저를 더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봐요. 하루에도 몇번씩 남편이 가버리면 따라갈 결심을 해요. 정말 그런다면 살아갈 자신이 없어요..
밤에 아파서 잠도 못 자고 식은땀에 매일 시트가 젖어도 절 보면서 웃는 남편을 떠나보낼 수 있을까요...

추천수1,857
반대수22
베플ㅇㅇ|2020.10.26 11:17
나중에 더 잘해줄걸 이런 생각 수없이 드니까 지금이라도 남편분 해달라는 거 다 해주세요. 정말로요
베플남자김지훈|2020.10.26 16:29
네이트 판에 독박육아며 누가 더 살림 많이하냐며 지랄지랄 싸우는 부부만 보다가 이런 찐사랑 보니까 가슴이 먹먹해진다...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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