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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아프시고 제 삶이 달라졌어요..

J |2020.11.08 22:04
조회 32,869 |추천 117
안녕하세요
평소에 판 보면서 다른분들 사는 얘기 보고 위로도 받는데
오늘은 저도 위로받고싶단 생각이 들어서 글 써봐요

저희 집은 평범하다면 평범한 가정이에요
엄마 아버지 두분 일 하시고 자식들도 각자 타지로 나가 살면서 일 하고...

저는 30살 여자 입니다.

그런데 3년 반전 아버지께서 갑자기 쓰러지셨고
위암 4기 판정 받고 위절제술을 받으셨어요

그 후 반년정도 괜찮으시다

암이 전이됐고 항암치료를 시작하셨어요

부모님 품을 떠나 타지 살며 나름의 삶을 잘 꾸려나가고 있었어서
제법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참 쉽게 무너지더라구요..

마음같아선 다 접고 부모님 계신곳으로 가고싶었지만

하고있는 일을 접고 무작정 갈수도 없어서

그때부터 주말이고 연차고 다 부모님을 위해 쓰며 지냈어요

저는 부모님댁에서 한시간 정도 거리에 살고있는데

차가 없을때는 기차를 타고 왔다갔다하며 병상을 지켜드렸고

결국 조금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고싶단 제 목표를 포기하고 차를 사서 더 자주 부모님을 찾아뵈며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아버지께서 아프신 후 부터는 제 삶에서 행복이라는 단어가 사라졌어요

뭘 해도 행복하지가 않아요

4년 넘게 제 곁을 지켜준 남자친구도 있는데 남자친구랑 데이트를
하다가도 문득 ‘내가 이러고 있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고 그래요...

월급을 받아서 제 옷을 하나 사더라도 죄스러운 마음이 들고

아버지께서 전이가 되고 악화가 되시는 바람에 1년전 예정했었던 결혼도 미뤘는데 이번에 다시 얘기가 나오게 됐고

하고싶어요...

그런데 아버지께 무슨일이 생기면 어쩌나 그럼 결혼은 어떻게
해야하나 또 미뤄야하나..

이런 저런 생각이 너무 많이들어요...

사실 .. 가장 힘든 건 아버지께서 항암치료를 받으시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끝없이 화만 내셨거든요..

병원가기 싫으시다고 화내시고 소리지르시고 욕하시고.. 집에서도 병원에서도요...

그래도 열심히 설득해서 모시고 다녔는데 결국엔 중단하셨어요

마지막 검사 결과가 안 좋았거든요..

그리고 3-4개월이 지났는데 몸은 점점 더 야위시고 힘들어하시는데 불같은 성격은 여전하셔서 쉽사리 병원 얘기도 못 꺼내요..

참 바보같죠...

저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요... 조금만 도와주세요

그리고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추천수117
반대수3
베플ㅇㅇ|2020.11.09 03:00
무남독녀로 25년을 살앗어요. 늦게얻은 외동딸 넉넉하진 않아도 욕심내지않으면 크게부족하지 않게 살게 해 주셧죠. 아직도 기억합니다, 2002년 월드컵, 스페인전 다음날, 4강의 기쁨도 채 가시기 전 아빠가 뇌출혈로 쓰러지셨어요. 그로부터 꼬박 15년을 아버지는 투병을 하셨습니다. 반신이 불편하신 후유증은 물론, 이후 12시간에 걸친 뇌수술을 시작으로, 자잘한 안과 치과 기타 내과 등등의 수술/시술들은 둘째치고라도, 당뇨합병증으로 인한 5번에 걸친 양쪽 하지 절단 수술.. 은 정말이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절망. 고통. 슬픔. 약간의 비현실감? 도 느껴지구요. 이게 말이나 되나? 싶어서요 ㅎ 일주일만에 재수술 막 이랬거든요 ㅎ 아버지 기저귀값(하지를 다 절단하셔셔 기저귀를 쓰셔야 했어요), 병원비 버느라 낮에는 학원강사, 밤에는 과외선생하며 버스비 아끼느라 걸어다녔던 적이 있었네요.. ㅎ 쓰니님의 지금 심정. 정말이지 백번 천번 이해합니다... 심지어 저는 아버지 돌아가시고 화장장에서 눈물도 안나더군요. 불효막심한ㄴㅕㄴ같으니ㅠ 무려 2년이 지나고 실감이 납니다. 가끔 아빠가 너무 보고싶어서 눈물이 나요. 뭐 먹고 싶냐 물으면 기껏 _국화빵. 이라던 영감ㅎ. 그냥 현재에 충실하시면 되지 않을까요.. 쓰니님의 이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나 효도 햇소 하는 놈 치고 효자 없다고 한다죠. 지나고보면 다 후회뿐이니 하는 말이겠죠. 가끔 보면 밉고. 또 애틋하기도 하고. 또 돌아서면 밉고. 지나면 후회뿐이고.. 그게 부모자식. 천륜아니겠어요..
베플ㅇㅇ|2020.11.08 22:44
아버지도 본인 현실이 두렵고 싫으신 거겠죠. 아버지 생각하고 위하는 쓰니님 마음과 행동이 예쁘네요. 그래도 본인을 위한 시간과 투자는 꼭 지키세요. 희생하는 쓰니님을 위한 작은 보상이라 생각하시고 긍정적인 맘 유지하세요.쓰니님 맘이 건강해야 아버지 울화도 부드럽게 받아넘어갈 수 있지요. 힘들 날들이겠지만 힘내세요!!
베플|2020.11.09 14:14
아버지가 가기 싫다고 하시면.. 그냥 의사를 존중해드려도 되어요. 딸에게 짐되는 스스로가 손끝부터 발끝까지 다 밉고 싫으니 챙겨주는 딸내미에게도 고운 얘기가 안나오는... 아버지 서툴고 바보같은 분이시네요. 아마 끝이 보이는 싸움에 진 빼기 싫으신 걸거에요. 그냥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본인의 삶을 선택하셨다고 생각하면 안될까요? 아버지 살아 계실때 드레스 입은거 보여드리는 건 어떨까요. 남의 아빠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내가 건강히 버텨야 아픈 아빠도 일분 일초 행복하게 버틸 수 있어서 그래요. 나를 조금 더 챙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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